<여섯 개의 시선>(If You Were Me)


당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사격을 받은 6명의 감독이 ‘인권’이란 화두를 가지고 6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와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가 바로 그것.

우리가 인권이라고 하면 흔히 지난한 삶을 못이겨 분신하는 노동자처럼 뭔가 거창한 꺼리를 생각하기 일쑤인데 당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은 ‘인권’이라는 것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당 영화는 취업을 앞둔 여고생이 외모 땜에 어케 차별 당하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때리는지 보여준다든가(<그녀의 무게>), 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주위의 편견으로 어떻게 좌절하는지(<대륙횡단>) 등 우리가 주변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20분에 달하는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하니 감독들은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해서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의 경우, 혀를 자르는 잔인한 설소대 수술과정을 다큐멘터리를 끌어들여 존나게 리얼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의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사를 받는 네팔인 찬드라의 시선을 1인칭으로 설정하여 그녀가 겪는 불안한 심리를 관객도 함께 느끼게끔 처리하였다.

그러다보니 6편의 작품은 어느 하나로 묶이는 것이 아닌, 코미디(<그녀의 무게>), SF(<그 남자의 사정>), 반전 스릴러(<얼굴값>) 등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지는 까닭에 당 영화를 통해 재미도 재미거니와 박찬욱 감독의 말마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 한두 개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당 영화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감독들 나름대로 ‘인권’을 가지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긴 하나 소재가 소재인 만큼 블록버스터와 같은 종류의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섯 개의 시선>은 그러한 재미를 떠나,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겪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소홀해지거나 걍 지나치기 쉬운 문제를 영화를 통해 제기했다는 점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본 특위의 판단이다.

하나의 작품이 극장가를 싹쓸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단순히 ‘재미’ 하나를 떠나 여러 모에서 영양가 있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 역시 관객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즉 관객의 인권이 아닌가. 그런 전차로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베스트 주녀의 반열에 올려놓는 바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건데, 당 영화를 데이트 사기 진작용 전초로 삼거나 기분전환용으로 삼으려는 자는 절대 관람불가하기 바란다. 괜히 본 특위한테 승질 부리지 말고.


(2003. 11. 8.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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