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Barefoot Gi Bong)


엄기봉이라고 잇써요. 장애인 마라톤 선수에요. 2003년 2월 케베쑤 <인간극장> ‘맨발의 기봉씨’에 출연해서 눈물 찔끔 콧물 쏙 뽑았던 주인공이에요.

<맨발의 기봉이>는 그런 기봉이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에요. 나이는 마흔살인데요, 정신연령은 여덜쌀인 기봉(신현준 분)이가 나이 많은 엄마(김수미 분)를 돌바요. 그리고 틀니 해드리려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얘기에요.

<인간극장>이랑 크게 바뀌지 안앗써요. 그래서 사람들은 테레비 쏙의 감동이 영화로두 펼쳐질 것 가따구 그래요. 제가 이 영화 먼저 살짝 봣써요. 그런 기대는 하지 안는 게 좋을 꺼 가타요.

<맨발의 기봉이>에서 젤루 중요한 건 기봉이랑 기봉이 엄마랑 관계에요. 영화는 기봉이가 엄마한테 효도하는 장면을 마니마니 보여조요. 마을 잔치에서 얻은 음식을 따뜻할 때 엄마 가따주려구 맨발로 빨리빨리 뛰는 장면 가튼 거요. 요즘 세상에 이런 효자가 어딧냐구요? 기봉이가 실제로 그래요. 정말 감동이조. 근데 딱 여까지에요.

영화는 이런 에피소드를 연결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지 아나요. 그냥 나열만 해요. 그래서 영화 쏙의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아나요. 감동을 목적으로 한 영화가 감정이 살아나지 안으면 재미 업써요. 옆에서 가치 본 울 엄마도 <맨발의 기봉이>가 감정은 업고, 장면만 잇따고 막 하품하다가 눈 깜앗써요.

그럴만 해요. 영화가 뻔할 뻔자 거든요. 대충 이쯤에서 나와조야 할 장면은 어김업써요. 열씨미 연습하던 기봉이한테 문제가 생길 때쯤 됏겟따시프면 의사 선생님이 심장이 나쁘다구 그래요. 그래도 대회에 나가야겠죠. 근데 그런 몸으로 뛰면 어떠케써요, 쓰러지겟죠. 슬로비됴 깔면서 기봉이는 쓰러져요. 영화의 극적 구성을 위해서 실제 사실이랑 살짝 바꾼 장면이래요. 한개도 안 극적이에요. 그전에 다 알겟든데요 모.

그러니 슬픈 장면들이 하나두 안 슬프겟죠. 거기다가 기봉이를 도와주면 좋은 분, 안 도와주면 나쁜 놈, 두 부류바께는 업써요. 요즘은 만화영화도 이케 유치하게 편 가르지 아나요. <맨발의 기봉이>는 해요. 아직도 그래야만 사람들이 막 울꺼라고 생각하나바요. 완전 단순해요.

감독이 영화 공부를 열씨미 안 햇나바요. 이런 장면들이 쎄구 쎗어요. 그중에서두요, 전 기봉이가 ‘이스트팩’ 가방 매구 다니는 거 보고 잠이 확 깨써요. 이거 하나 살래면 오만원은 넘게 줘야해요. 근데 틀니 살 돈도 업써서 마라톤 연습하는 애가 그걸 가지구 다녀요. 전 기봉이가 틀니 살 돈 몰래 꿍쳐서 그 가방 산 줄 알고 첨엔 막 기봉이 욕했다니까요.

한 개를 보면 열 개를 안대요. 기본도 제대로 못하는 <맨발의 기봉이>가 어떤지 잘 알게써요. 이 영화는 기봉이를 별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가타요. 그러니까 기봉이가 가지구 잇는 장애를 우끼려구만 하구 이걸 가꾸 또 막 울릴려구만 하겟죠. 제가 볼 때 <맨발의 기봉이>에서 기봉이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구경꺼리’에요.

신현준 아저씨가 그럴싸하게 변장하면 모해요. 김수미 할머니가 연기 잘하면 모해요. 영화가 <인간극장>에서 보여좃던 감동을 막 깍아 먹는데요. 그래서 이제는 말 할 수 잇써요.

저, <맨발의 기봉이> 워스트라고 얘기햇써요~


(2006. 4. 24.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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