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포인트>(Match Point)


슬랩스틱 코미디(<돈을 갖고 튀어라>), 로맨틱 코미디(<애니홀>), SF 코미디(<슬리퍼>), 스릴러 코미디(<맨하탄 미스테리>), 뮤지컬 코미디(<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등 어떤 꺼리든 쪼물딱거렸다하면 뉴욕을 배경으로 한 특유의 코미디로 완성시켰던 우끼고 자빠라짐의 대가 우디 알렌.

이번엔 쫌 다르다. 지금 소개하는 <매치 포인트>는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모냥새를 지니고 있다. 일단 우디 알렌이 출연하지 않는다. 게다가 배경은 뉴욕에서 런던으로 이사하였다. 더군다나 땅콩영감 특유의 자폐적 개그도 사라졌다. 당 영화에서 선보이는 이야기는 웃음기가 쫄아든 순도 98% 정통 치정극이다.

테니스 강사로 하루살이 하는 크리스(조나단 리스 마이어 분). 부잣집 되련님 톰(매튜 굿 분)을 지도하던 중 그의 동생 클로이(에밀리 모티머 분)와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던 중 톰의 애인이자 가난뱅이 배우 지망생 노라(스칼렛 요한슨 분)를 만나 첫눈에 뿅~ 사랑에 빠지게 되니 크리스는 쩐과 사랑 두 갈래 인생극장에서 운을 시험하게 된다.

당 영화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주인공 크리스의 처지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 일정부분 겹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감독은 크리스가 <죄와 벌>을 읽는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물론이요, 가난에 비관한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하는 소설속 살해 장면을 크리스에 빙의해 비스 무리한 형태로 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몰까. 매치 포인트. 즉, 감독은 <죄와 벌>의 설정에 더해 테니스에서 공이 네트를 넘어가느냐 넘어가지 않느냐에 따라 마지막 1점이 승패를 가르는 순간을 대입하여, 삶은 의지나 노력보다는 운에 의해 좌지보지된다고 얘기한다. <죄와 벌>에서는 의지와 노력이 더 큰 가치를 갖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

이처럼 인생의 대가가 보기에 삶은 교과서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단순히 도덕적으로 끌고가지 않고 보다 현실적으로 크리스의 인생이 운에 따라 결정되는 모습을 통해 세상은 원래 로또라고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거다. 확실히 요리법은 바뀌었을지언정 그 요리의 맛이 보여주는 인생의 깊이라든지 이야기의 전개는 여전한 것이 어느 모로 보나 메이드 인 우디 알렌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런 대가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삶은 로또!’라는 성찰을 보기 위해서는 영화 중반부 동안의 지루한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기존의 치정극에서 볼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있지만서도 이를 끌어내는 과정의 크리스와 노라의 치정관계는 배우자의 눈을 피해 나누는 아슬아슬한 사랑, 배우자의 의심, 예상치 못한 임신, 이에 따른 협박과 살인 등등 기존의 치정극에서 보여주는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치정극을 비틀기 위한 의도로 이런 전개가 필요했다는 거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루한 건 지루한 거다.

물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화는 두 쥔공 쭉빵남녀가 엉키는 바디액숑을 보여주긴하지만서리 우디 알렌이 어디 그걸 야리야리얄라리스럽게 묘사할 사람인가. 그나마 스칼렛 요한슨의 살짜쿵 비치는 속살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헝 그래도 너무 조아~

하여 당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와 달리 그 재미가 뽕나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우디 알렌 영화 애호가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베스트하게 볼 수 있겠지만 우디 알렌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는 이들은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뮝기적에 봉한다.


(2006. 4. 10.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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