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Daisy)


빈 수레가 존나 요란하다고 했나? 지금 소개하는 당 영화 <데이지>가 바로 그 짝이다.

이미 개봉 전부터 한국의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 쓰리톱에, <무간도>로 일약 최고 감독 반열에 올라선 홍콩의 유위강 감독에, 그리고 또 음악 감독을 맡은 일본의 시게루 우메바야시까지 다국적 프로젝트를 앞세워 그렇게 여론몰이에 나섰건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뚜껑이 열린다.

데이지의 꽃말은 숨겨진 사랑. 킬러인 박의(정우성 분)는 한눈에 뻑 간 혜영(전지현 분)에게 매일 데이지 꽃을 보내며 몰래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혜영은 그 꽃을 보낸 이가 국제경찰 정우(이성재 분)인지로 알고 그와 폴링 인 러브하니, 경찰과 킬러, 그리고 아름다운 거리화가 혜영 간의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얼추 살펴본 바에 의하면 당 영화는 홍콩 느와르의 비장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스토리이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유위강 감독을 영입한 거겠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 당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바장한 감성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쥔공의 감정을 살릴 생각은 안 하고, 그보다는 전지현의 예쁘장한 얼굴, 정우성의 우수에 찬 모습을 쓸따리없이 부각시키는데 더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왜일까? 왜는, 이야기 쓸 능력이 안 되니까 그렇지. 이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없었던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박의와 정우가 만나는 장면. 킬러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잠복 중이던 정우가 그를 찾아온 박의를 보고, ‘아니 내 뒤통수를 보고 단번에 나를 알아보다니, 그가 킬러다!’ 이러고 자빠진다. 논리는 어디 엿바꿔 먹고 그냥 들이대는 식이다.

근데 이거 하나면 또 몰라, 천하의 국제 경찰이 킬러 조직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사방법이 다 이렇다. 씨바, 그렇게 해서 범인 잡으면 본 우원은 오사마 빈 라덴도 잡을 수 있다 모. 그러니 이를 밑바탕 삼아 클라이막스에서 제대로 한방 터뜨려 보여주려는 비극적 사랑의 애달픔, 애잔함 이런 감정이 관객에게 와 닿을 리가 없다. 대신 깊은 졸음에의 유혹만이 있을 뿐.

그래서 당 영화가 내세우는 비장의 카드는 나레이숑. 화면으로 전혀 전달되지 못하는 감정을 나레이숑으로 어떻게든 메꿔보려고 하는데 노력은 참 가상하다만, “그 다리는 당신과 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죠”, “나는 영혼까지 화약 냄새로 물든 킬러다” 등등 그 대사의 진부함과 민망함이란.. 더군다나 감독이 홍콩사람인 까닭에 배우들이 치는 대사의 발성이라든가 대사와 대사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을 조율하는데도 실패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

멋진 화면 함 만들어보겠다고 저 멀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정 가서 올로케해가며 영화 찍은 노력, 세계 시장을 겨냥하겠다고 범아시아적 스케일로 스탭을 꾸린 노력, 그리고 전지현과 정우성의 미모. 본 우원이 왜 걱정해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여기에다 하나 더 뿌라스 이야기를 제대로 만드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인 다음에 영화를 만들기 바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대박시즌이 지나서인지 요즘에는 개봉하는 영화도 많고 그중 볼 영화도 참 많다. 그러나 쒯으로 마주친 그대 <데이지>는 안타깝게도 이런 꼬라지라면 명함 일 장 내밀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런 전차로 당 영화를 워스트에 봉한다.


(2006. 3. 6.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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