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인 서울’ 엘레나 뽈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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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 인 서울’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을 모은 행사다. 이를 위해 베니스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엘레나 뽈라끼가 참석했다.

‘베니스 인 서울’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건 2012년 5월이었다. 그 전에 이미 브라질과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기획되고 있었는데 한국을 더 이상적인 장소로 판단한 건 한국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자국과 할리우드 이외의 다른 나라 영화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탈리아의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영화들로 리스트가 꾸려졌다.
이 기획이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베니스영화제의 상영작이 최종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줄까 고민했지만 목적은 확고했다.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소개였다. 2012년 베니스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선택을 했지만 베니스 인 서울 행사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키워드로 테마를 정해서 상영작을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는 베니스영화제 내에 있는 아카이브와 연관이 있다. 예컨대, 섹션 ’80!’의 경우, 아카이브로부터 베니스영화제에서 지난 80년 동안 상영됐던 작품 중 희귀한 영화를 기부 받아 프로그램을 꾸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돼지우리>(1969, 국내 미개봉)는 올해 필름 복원된 작품이다.
<돼지우리>가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동안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상영 중에 전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면서 관람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실 이 영화는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는 과거를 비롯해 낯선 시공간을 넘나드는 등 특유의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 건 보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돼지우리>는 개막작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과 중국 영화의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다. 어떻게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나?
영화 전문가이지만 중국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 나라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 덕분에 1980년대 말부터 이탈리아 내의 영화제에서 자문위원의 역할로 중국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1995년에는 베이징 필름 아카이브에서 공부했다. 그러면서 한국 친구를 사귀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영화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사회적으로 봤을 때 유럽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발전해 온 것에 반해 동아시아의 경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르다. (웃음)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현(現)베니스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발표됐던 주요한 한국 영화를 이탈리아에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를 통해 이탈리아 팬들이 김기덕과 이창동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베니스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줬다. 올해 같은 경우,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안 그래도 이번 베니스 인 서울 행사를 통해 김기덕 감독과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기자 주_ 김기덕 감독과 엘레나 뽈라끼의 대담은 인터뷰 다음 날인 12월 15일 토요일 <피에타> 상영 후 무려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김기덕이라는 작가와 그의 영화 미학이 어떻게 전 세계 문화와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잘 조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대의 이슈화된 상황을 그만의 미학으로 풀어내면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럼 프로그래머로서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보편성인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영화의 퀄리티다. 그리고 그 퀄리티를 좌우하는 건 지역적 이슈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쪽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많은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지역적 프레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를 초월해 현실을 재현함으로써 보편성을 갖는 영화들은 전 세계 관객들과 교감이 가능하다.  

김기덕과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유럽에 소개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들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 되었다. 현재의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김기덕과 이창동 외에도 세계적으로 통하는 소위 ‘작가’로 불릴 만한 감독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감독 중에서 중요하게 지켜보는 ‘작가’는 누구인가?
예의상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주목하고 있는 한국 감독들이 너무 많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도 퀄리티가 뛰어난 한국 영화를 많이 봤다. 특히 다큐멘터리 중에서 좋은 작품이 많았다. 한국 영화가 중국과 비교해 흥미로운 지점은 장르 간의, 스타일 간의 접목이 과감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모두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 영화의 제작과 상영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지 않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한국 영화는 어떤가?
최근의 한국 영화계는 아시아 전체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 간의 합작을 통해 상업영화 시스템이 변모하고 있는 점은 지금 아시아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산업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한국 영화의 기술 발전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과 합작했을 때 좋은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중국 영화의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베니스영화제는 1950년대 들어 <라쇼몽>의 구로자와 아키라, <우게츠 이야기>의 미조구치 겐지,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의 샤트야지트 레이 등과 같은 미지의 아시아 작가들을 유럽에 소개함으로써 세계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아시아 영화가, 특히 한국 영화가 전 세계 영화계에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난 몇 년간의 한국 영화를 보면서 에너지가 넘치고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여러 가지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영화 위주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이 공존하고 그렇게 장르의 발달이 함께 이뤄지면서 중요한 작가들도 대거 등장하게 됐다. 그야 말로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 한국 영화를 선택하고 프로그래밍하고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사진 제공_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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