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반칙 개봉 변칙 흥행

pusan

<부산행>의 흥행 기세가 무섭다.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의 기록을 있는대로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부산행>을 배급한 NEW에 따르면, 역대 한국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323,186장), 역대 최고 오프닝(872,232명),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1,280,950명), 역대 개봉 첫 주 최다 관객수(5,315,567명) 등등. 개봉(7월 20일) 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루에 평균 100만 명을 넘어서는 속도인 셈이다. (7월 25일 기준)

이 기세라면 <부산행>은 해당 기사가 지면으로 발행되는 이번 주말 정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30일 현재 7,872,329 명) <명량>(2014)이 세운 한국영화 최고 관객 수(17,615,051명)도 한 달 안에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지닌 오락성이 관객에게 통한 결과라고 분석하면 좋겠지만, <부산행>의 흥행 기록은 단순히 작품의 힘에만 있지 않다. 1년 중 가장 성수기로 통하는 여름 대목, 되는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멀티플렉스의 폐해와 이를 악용한 변칙개봉이 더 큰 흥행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반칙 개봉, 변칙 흥행

<부산행>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삽시간에 좀비로 변해가는 혼돈을 배경으로 한다. 그 와중에 서울역에서 부산행으로 가는 KTX에 탑승한 일부 승객들만이 운 좋게(?) 살아남는다. 말이 좋아 생존이지 KTX 안도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좀비에 물린 사람이 KTX에 올라타고 주변 승객들을 물어 뜯으면서 곧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 KTX가 칸으로 구획되는 구조라 좀비로 가득한 객차를 피해 문을 닫고 옆 칸으로 이동한 몇몇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간다. 그것도 잠시, 인간의 이기심은 극한 상황에서 물을 흐리고 결국 모두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 좀비의 공격을 피해 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사람들은 전염 위험이 있다며 이들이 죽건 말건 다시 칸을 옮기라고 협박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산행>과 같은 재난 블록버스터는 동시대의 사회상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부산행>의 배경인 KTX는 곧 한국사회의 축소판에 다름 아니다. 좀비의 공격에 살아남겠다고 사투를 벌이는 극 중 주인공들은 곧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피말리는 생존 전쟁을 벌이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더욱이 침몰하는 사회를 구조해야 할 리더는 부재 상황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만 득세하다보니 한국사회는 ‘각자도생’이 생존의 주요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이런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부산행>이 극장 개봉에서는 역설적으로 ‘각자도생’하는 상황. <부산행>이 연일 갱신하고 있는 박스오피스의 기록에는 ‘변칙’이 숨겨져 있다. <부산행>의 공식 개봉일은 7월 20일. 하지만 <부산행>은 공식 개봉 5일 전인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유료 시사’ 명목으로 57만 명 가까운 관객을 개봉 전에 미리 모았다. 그러니까, <부산행>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5일 만의 500만 관객 돌파는 실은 개봉 전 3일간의 유료 시사 관객수까지 포함한 ‘반칙’ 흥행이라는 얘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부산행>은 개봉일인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474만 9,953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확히는 하루 평균 백만 명이 되지 않는 수치다. 변칙 개봉으로 하루 평균 백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한 <부산행>은 ‘보기 좋은’ 숫자를 마케팅에 적극 노출하며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는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작은영화가 떠안고 있다.

말로는 함께, 실제로는 혼자만

<부산행>과 같은 블록버스터는 개봉일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보통이다. 거액의 제작비(<부산행>의 경우, 110억 원)가 투입되는 까닭에 홍보 일정도 길게 잡아야 하고 여름 시즌은 워낙 대작들이 집중되는 시기라 비슷한 체급의 영화들끼리 함께 붙어 출혈을 감수하지 않기 위한 의도다. 산업은 그럼으로써 블록버스터 급 영화와 정면 승부해 제대로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도, 관객 동원도 쉽지 않은 작은 영화를 위한 일종의 보호책을 예비한다.

작은영화는 블록버스터처럼 예산이 크지 않고 빅스타도 출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홍보에 한계가 있어 온전히 작품성만으로 관객에게 어필한다. 그래서 가급적 블록버스터의 개봉일을 피해 최대한 많은 수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이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블록버스터와 작은영화가 공존하는 산업은 건강하게 유지되고 영화라는 문화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부산행>의 변칙 개봉은 산업의 페어플레이를 저해하는 행위다. <부산행>의 1주 빠른 ‘실질적인’ 개봉 행위는 하나라도 더 스크린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은 영화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행>은 2500개에 달하는 국내 총 스크린 수 가운데 개봉 첫째 주에 1,700여개(개봉 4일차 1,786개, 상영 10,292회), 둘째 주 1,000여개(개봉 10일차 1,020개)를 확보했고 유료 시사회 동안은 2,663회를 상영하며 56만5,614명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 수 1만 명을 넘지 못하는 작은영화가 부지기수인 것을 고려하면 <부산행>의 ‘유료 시사회’로 작은영화가 직격탄을 맞았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부산행>만의 사례가 아니다. <나우 유 씨 미 2>는 <부산행>에 앞서 변칙 개봉을 감행했고 스크린 독점 문제는 올해만 해도 <검사외전>(1806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1708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1863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영화계 문제는 내부에서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여야 할 CJ와 롯데와 쇼박스와 NEW 등과 같은 대형 회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선의 여지는 물 건너간 상태다.

이제 방법은 하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대법원은 일찍이 1948년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영화관을 계열로 지배하는 것을 공정거래에 어긋난다며 불법화하였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대 국회에서 멀티플렉스의 특정영화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법률이 발의됐지만, 법률로 제정되는 것에는 실패했다. 지금은 시민단체들이 주도가 되어 스크린 독과점을 제한하는 법을 입법청원한 상태다. 과연 대형 제작/배급사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부산행>에는 혼자만 살겠다며 주변의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고속버스 회사 상무가 등장한다. 그의 말로는 당연히 비참하다. 꼭 영화 속 설정만도, 인간 관계에서만 성립하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는 산업이기 이전 문화다. 그리고 문화의 본질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이 파괴된 산업에는 미래가 없다.

 

  • 최대순 님이 댓글에 지적해주신대로 팩트가 틀린 부분(대형 사업체 회장-> 고속버스 회사 상무, 상영 2주차 스크린수 1,020개)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틀린 정보로 혼돈을 준 점 사과드립니다.

 

시사저널
(2016.7.30)

6 thoughts on “<부산행> 반칙 개봉 변칙 흥행”

  1. 맞아요~ 주말에 극장에 갔다가 개봉이아니었던 부산행이나 나우유씨미가 상영을 해서 신기했던? 기억이나요~ 덕분에 배급사가 작은 보고싶었던 영화들의 상영시간이 줄어들어 아쉽기는하였지만 요새 굵직한 영화들이 개봉을 많이해서 반칙을 하지않았나 생각이들어요ㅎ 앞으로는 이런일들이 없었으면좋겠어요

    1. 아마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예요 ㅜㅜ 큰 규모의 영화들이 변칙 개봉 후 쏟아질 비난을 예상 못한 것도 아닐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우린대로 간다 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관객의 적극적인 관람 형태가 중요할 것 같아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편하게 시간 맞는 걸 보는 게 아니라 작은영화가 상영하는 극장에 부러 찾아가는 것 말이죠.

  2. 진짜 지금같은 현상때문에 4대배급사중에서 cj 쇼박스 new는특히 올해들어서 보는걸 꺼리거나 관련배급 한국영화를 올해들어선 아예 안보게 되네요 물론 저 하나 안본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언젠간 개선이 되어야 할 문제겠죠 그래서 검사외전(제가 알기론900만 넘은)이나 부산행은 아예 보지도 않고 볼생각을 가지지 않게되네요
    다양한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번역이나 수입관련일에 관심을 가진 저로서도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죠

    1. 그렇죠, 지금 흥행하는 영화는 있지만, 다양한 영화를 보려면 힘든 상황이죠. 앞으로 나아질까요? 변칙 개봉에 따른 비난이 있을 걸 알면서도 감행한 것이니, 앞으로도 개선은 요원할 것으로 보여요. ㅜㅜ 결국 관객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 같습니다.

  3. 영화 평론가 이시니…영화평을 올리시는건 당연하겠죠.
    그리고 개인의 생각을 올리시는 것도 자유구요.
    그러나 영화평론을 하고 …변칙개봉에 대한 비평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그 영화를 보고 비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부산행에는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대형 사업체 회장님은 없습니다.
    고속버스 상무가 있지요. 영화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모른다니
    영화를 보지도 않고 여기저기 짜집기한 듯 하네요.
    그리고 2주차에는 1600개 스크린이 아닌 1020개 정도의 스크린을 배당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유료시사회 50만 정도의 관객은 영화를 …부산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변칙개봉이 아니더라도 누구보다 먼저 영화감상하러 갔을 사람들
    일겁니다. 정확한 팩트를 실어야 평론이 빛나는 법입니다.

    1. 안녕하세요 최대순님 ^^ 남겨주신 글 확인하였습니다.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예, 제가 팩트를 틀리게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적주신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씀주신 것처럼 영화도 안 보고 쓴 건 아닙니다. 혹시 확인하시면 아시겠지만, 언론시사회는 신청을 해야 갈 수 있는데요. 신청을 한 후에 시사회에 참석을 했기 때문에 그 기록은 남아있을 겁니다. 고속버스 상무를 제가 대형 사업체 ‘회장님’으로 표기를 했네요.
      그리고 2주차의 스크리 수도 1,2주차를 함께 묶어 설명하다보니 정확한 표기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도 말씀주신 것처럼 수정하도록 하겠고요.
      유료시사회에서 감상하신 관객분들은 예, 그렇죠. [부산행]을 먼저 보시고 싶어서 관람하신 분들이시겠죠. 전 관객이 아니라 변칙 개봉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말씀주신 것처럼 정확한 팩트를 싣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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