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 날>(A Day for an Affair)


<행복한 장의사>(99)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발표한 장문일 감독의 <바람피기 좋은 날>은 불륜, 즉 바람 펴는 두 유부녀 이슬(김혜수)과 작은새(윤진서)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은 건 채팅방에서 만난 남자들과 바람을 피기 때문.

여자들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바람피기 좋은 날>은 이를 사회적인 관점이나 또는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는다. 감독이 보기에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개인주의로 조각난 현 시대의 불륜이라는 것은 남녀의 사랑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불륜에서 발생하는 소동 그 자체만을 다룬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사건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바람피기 좋은 날>은 ‘대담한 여자’ 이슬과 ‘내숭9단’ 작은새라는 캐릭터에 맞춰 불륜의 유형이 있을 뿐이다.

그 결과, 영화는 심각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고 발랄하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결혼한 사이일지라도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바에는 그냥 쿨하게 바람을 펴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 <바람피기 좋은 날>의 입장이면 입장인 셈. 불륜이라면 당연하게 등장하는 베드신이 단순히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과 거리가 먼 건 이와 같은 영화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좀 더 과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마저도 모른 척 넘어가달라는 것이 이 영화가 관객의 경직된(?) 태도에 요구하는 바가 아닌가 한다. 그만큼 <바람피기 좋은 날>은 여러 모에서 편견을 깨트리는 작품이다.


(2007. 2. 10.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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