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쟝센 2014]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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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는 양호실에 누워있는 동성친구 동균에게 몰래 키스를 하다가 이 광경을 순영에게 걸린다.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준희는 순영에게 비밀을 지켜준다면 시키는 일 무엇이든 하겠다고 저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순영의 비위를 맞춰 비밀을 유지하던 중 일이 터지고 만다. 준희가 동균에게 왜 자신에게 키스를 했냐며 불같이 화를 내는 것. 약속이 깨졌다고 생각한 준희는 ‘걸레’라는 비속어까지 동원해 순영을 비난한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극 중 주인공들은 사랑에 관심이 많을 나이이지만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경직된 태도를 취한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가 이들에게 은연중에 부과한 편견인 탓이 크다. 그래서 준희는 동성을 사랑하는 자신의 정체성이 약점이라 생각하고, 순영은 그런 준희를 소수자로 배려하기보다는 이용해 먹기에 이른다.

실제로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이 성(性)에 있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이분법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의도적인 대사로 드러낸다. 은영은 소심하게 구는 준희를 향해 말끝마다 “남자 새끼가?”라며 비아냥거리고 동균은 준희의 감정을 눈치 채고는 “나 정상이야, 인마 정신 차려!”라며 막말을 쏟아 붓는다. 이와 같은 대사의 이면에는 은영과 동균이 준희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심리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런데 준희와 동균과 순영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서로에게 있어 모두가 소수자다. 동균은 수학 실력이 떨어져 준희의 도움을 얻는 형편이고 순영은 여자인 까닭에 남자인 준희보다 사회적으로 제약받는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사회 자체가 강자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고하다보니 어린 학생들 또한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스스로 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약자를 박해하는 것.

어쩌면 준희와 동균과 순영이 아직은 어리다는 것이 희망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난 뒤 심하게 다툰 준희와 순영이 서먹한 분위기 속에 나란히 등교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비추며 끝을 맺는다. 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경험한 일은 후에 어떻게 기억될까. 계속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이로 남게 될까, 아니면 이에서 교훈을 얻어 배려와 같은 좀 더 폭넓은 시선을 견지하게 될까. 영화는 후자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13회 미쟝센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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