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쟝센 2014] <소녀 배달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영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선생님이 내일 다른 학교로 전근을 떠나시는데 반 친구들 모두가 준비하는 편지를 자신도 미리 채비하자니 눈에 띄지 않을까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편지를 쓰지 않으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이래저래 속이 타는 것이다. 그러던 차, 몸이 좋지 않은 엄마 대신 우유 배달에 나선다. 얼른 일을 마치고 선생님을 보러 갈 생각이지만 배달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배달은 꼭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영처럼 남 몰래 흠모하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려는 행위 역시 일종의 마음으로 전하는 배달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이에 착안해 아영이 맞닥뜨린 두 가지의 배달 상황을 중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빨리 하면 빨리 가도 되는 거죠?” 우유 배달이 척 보기에는 쉬워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마음고생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영은 그 과정에서 전달하는 행위의 참뜻을 깨닫는 것이다.

집과 학교만을 오가던 아영에게 배달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다. 우유를 날라다 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크고 작든 사연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 소년은 엄마와 아빠가 심하게 부부 싸움을 하는 바람에 이에서 도망쳐 바깥에 나와 우유를 받고, 실연당한 듯한 여자는 화를 못 이겨 우유를 안 마시겠다며 내팽개치기까지 한다. 우유 배달이 하찮아 보여도 가치 있는 일인 건 상대방과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행위가 힘든 여건 속에 이뤄지는 탓이다.

고백도 다르지 않다. 반 친구들 모두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마음을 전하는 과정은 각자가 모두 다르기에 특별한 경험이다. 하물며 아영처럼 고민고민하다 건네는 고백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클까. 배달을 마친 아영에게는 미쳐 주인을 찾지 못해 제 모습을 잃은 포장의 우유가 한 개 남아있다. 아영은 이를 버리는 대신 떠나는 선생님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우유 곽의 찌그러진 겉모습은 선생님에게 고백하기까지 아영이 겪은 마음고생일 테다. 하지만 내용물은 그대로인 것처럼 선생님을 향한 아영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소중하고 그래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영은 그렇게 한 뼘의 성장을 이룬다.  

13회 미쟝센 영화제
메인 카탈로그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