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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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은 ‘흥행불패’로 유명하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2003, 315만)부터 <미녀는 괴로워>(2006, 662만), <국가대표>(2009, 849만)까지 단 한 편의 흥행 실패도 없었고 무엇보다 매 작품 경이적으로 관객 수를 늘려왔다. 그러다보니 한국을 넘어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아시아가 김용화 감독의 행보를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4년 만의 신작 <미스터 고>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고릴라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활약한다는 기본적인 설정만 제외하면 ‘톤 앤 매너’가 완전히 달라졌다. 만화가 고릴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면 영화는 인간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춰 감동을 선사하려 한다.

웨이웨이(서교)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해온 고릴라 ‘링링’과 서커스단을 이끌고 있다. 할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남긴 빚 때문에 독촉에 시달리던 웨이웨이는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의 거액 제안을 받고 링링과 프로야구 팀에 입단한다. 공을 치는 데 소질이 있는 링링은 첫 경기부터 홈런을 때려내고 바닥으로 쳐져있던 팀의 순위를 올리면서 슈퍼스타로 떠오른다. 하지만 너무 몸을 혹사한 탓인지 링링의 몸에 이상이 오고 웨이웨이는 이에 회의를 느낀다.

김용화 감독은 늘 3년 주기로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런 전력을 감안하면 <미스터 고>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순수 기술로 만든 3D 영화다. <7광구>(2011) <나탈리>(2010) 등 이전에도 한국의 3D 영화는 있었다. 이 영화 들이 일반 카메라로 촬영 후 3D로 변환했다면 <미스터 고>는 처음부터 3D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점에서 보다 의미를 갖는다. 다만 총 2,000컷 중 링링의 출연분이 1,000컷에 이르다보니 이를 모두 CG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웨이웨이의 첫 번째 대사는 이렇다. “불가능이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서커스예요.” 이는 김용화 감독이 한국에서 불가능으로만 보였던 3D 영화를 완성했기에 서커스에 빗대어 의도적으로 넣은 대사일 것이다. 사실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의 연출 제안을 받고는 처음엔 망설였다. 아무리 만화가 원작이라지만 관객들에게 고릴라 링링을 어떻게 하면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3D, 즉 ‘입체영화’였다. 관객 들이 만화의 ‘선’이 아닌 영화의 ‘면’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문제는 풀(full) 3D 촬영, 링링의 퍼포먼스 캡처 연기, 1시간 분량의 고릴라 CG 작업 등 한국 영화사에서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는 것. 하지만 김용화 감독은 아예 사재 30억 원을 들여 3D 촬영 및 제작을 포괄하는 한국 유일의 종합 스튜디오를 차리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무모한(?) 도전은 김용화 감독의 특기다. <미녀가 괴로워>에서는 특수 분장을 통해 배우 김아중을 200킬로그램의 거구로 만들었고 <국가대표>에서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흥행하기 힘들다는 충무로의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트렸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거구의 여자(<미녀는 괴로워>),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국가대표>), 야구하는 고릴라(<미스터 고>) 등 주로 시각적인 면이 부각되고는 한다. 그런데 정작 김용화 감독이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보편적인 감성과 이야기다.

혹자는 <미스터 고>를 일러 스포츠 영화라고 장르를 정의내리지만 김용화 감독은 야구보다는 휴머니즘에 방점을 찍는다. “‘과연 인간이 동물을 키우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동물과 인간의 교감, 그리고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사랑. 어찌 보면 그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도 더 감동적이고 진실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거기서 <미스터 고>가 시작되었다.”

야구는 집(home)에서 출발해 집으로 돌아와야 득점이 성립되는 스포츠다. <미스터 고>는 이와 같은 야구의 철학에 충실한 영화다. 중국 연변에서 서커스단을 이끌던 웨이웨이와 링링은 빚 때문에 집을 떠나 한국의 프로야구팀에 입단하지만 온갖 난관을 헤치고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여기에 웨이웨이와 링링 사이의 관계의 비밀이 있다. 웨이웨이가 링링을 조련하는 입장이지만 사실 이들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유사 부녀(父女)를 연상시킬 정도로 가족 같은 인상이 짙다.

45세인 링링과 15세인 웨이웨이의 나이부터가 그렇다. 이미 웨이웨이가 태어날 때부터 그녀의 부모를 대신해 돌봐준 이가 링링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링링은 웨이웨이의 보호막이 되어주었고 웨이웨이는 링링의 보호 아래서 별 탈 없이 성장해왔다. 바로 이와 같은 관계와 정서의 보편성 덕분에 <미스터 고>는 야구의 불모지라 할 만한 중국으로부터 순수제작비 225억 중 25% 해당하는 금액을 유치하며 합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미스터 고>를 통한 김용화 감독의 목표는 남다르다. “연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내용적으로, 기술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미스터 고>는 한국 개봉(7/17) 이후 중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이미 개봉일이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이 높아 그들을 위한 특별 시사회까지 마련했다고 하니, 과연 <미스터 고>가 도달할 신세계가 어디까지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용화 감독의 꿈이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았다.

시사저널
NO.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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