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4> 이단 헌트의 헤어스타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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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리즈답게 매번 감독을 달리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주력한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TV시리즈를 영화화한 <미션 임파서블>(1996)은 ‘스릴러의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작품답게 동료들끼리 속고 속이는 음모가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오우삼이 바통을 이어받은 <미션 임파서블2>(2000)는 시리즈에서 가장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지만 ‘홍콩 느와르’가 이식된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만큼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떡밥의 제왕’ J.J.에이브럼스가 참여한 <미션 임파서블3>(2006)의 경우, 토끼 발 떡밥이 화제가 될 정도로 추락했던 시리즈의 인기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이하 ‘<미션 임파서블4>’)은 <아이언 자이언츠>(1999) <인크레더블>(2004) <라따뚜이>(2007)의 브래드 버리를 영입하며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 가족 애니메이션에 강세를 보였던 감독의 이력을 적극 살려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원맨쇼 위주였던 시리즈를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팀플레이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처럼 매 시리즈별 눈에 띄는 특징을 갖지만 이는 연출 디테일상의 차이일 뿐 사실 내용면에선 큰 변화가 없다. 임무 완수를 위해 세계 각국의 랜드 마크를 돌며 주인공의 액션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로 구성된 것. 그런 맥락에서 관객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 시리즈의 변화는 이단 헌트의 외모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으로, 그의 헤어스타일을 주목하고 싶다.

안 그래도 전편에서 이마와 귀가 훤히 드러나는 깔끔한 헤어커트를 자랑했던 이단 헌트는 <미션 임파서블4>에 이르러 다소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 새로운 시리즈에 걸맞은 외양 변화 외에도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그는 모스크바의 감옥에 수감된 상태다. 얼마 동안 수감 중이었는지 영화가 정확히 밝히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 스타일을 보건데 적어도 몇 개월 동안은 감옥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헌트는 현장요원으로 승진한 벤지 던(사이먼 페그)과 제인 카터(폴라 패튼)의 도움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감옥을 탈출한다. 이들은 새롭게 팀을 이뤄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을 유도하는 미치광이 과학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게 되지만 던과 카터는 그 전에 먼저 IMF 최고의 요원으로 평가받는 헌트가 왜 감옥에 들어가게 됐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 궁금증이 생길 법도 하다. 이단 헌트는 3편에서 요원 신분을 망각(?)하고 민간인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결혼했다가 곤혹을 치룬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냈지만 4편에서 홀로 남은 헌트의 배경은 던과 카터는 물론 영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브래드 버리 감독은 베일에 쌓인 헌트와 줄리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서브플롯을 영화 곳곳에 흘려놓는다. 예컨대, 카터가 이번 임무에 감정적으로 임하는 이유가 이전 임무에서 동료 요원이자 남자친구를 적에게 잃었기 때문이라는 설정을 통해 3편 이후 헌트와 줄리아의 관계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한다.

중간에 합류하는 IMF 수석 분석가 브란트(제레미 레너)의 존재도 그렇다. 브란트는 이전에 부부로 위장한 어느 요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일을 맡았다가 부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에 남모를 죄책감을 갖고 이번 임무에 투입된 것이다. 그런 전후 사정을 감안, 4편에서의 헌트의 헤어스타일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것 같은 이단의 덥수룩한 머리는 (영화 중반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는) 줄리아를 잊지 못한 고통에 자신을 돌볼 수 없었던 초췌한 생활의 흔적을 나타낸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의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고 헌트는 줄리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는데 길게 흘러 내려 이마를 반쯤 가린 머리는 이와 관련해 뭔가 비밀을 감춘 듯한 인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변화한 헤어스타일은 주로 볼거리로 기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헌트의 예에서 보듯 의외로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2010)에서 훌륭하게 써먹은 전례가 있다. 과거의 전력이 전혀 노출되지 않던 극 중 긴 머리의 원빈이 베일에 가려있던 신분이 노출됨과 동시에 스스로 머리를 깎음으로써 변화한 상황과 심정을 암시했던 것. 할리우드 영화는 벌써 그 이전부터 헤어스타일을 통한 영화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탁월한 연출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슈퍼맨’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올빽’에 가깝게 이마 위로 훤히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은 미국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인물답게 깔끔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면모를 만 천하에 과시하는 것이다.  

언급한 영화들처럼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첫 번째 작품부터 헤어스타일의 미장센을 통해 극 중 이야기와 관련, 헌트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왔다. IMF, 즉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만 전담하는 미션 임파서블 팀의 정체성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야 했던 1편에서의 헌트의 헤어스타일은 스포츠머리에 가깝다. 위험한 임무를 주로 맡는 까닭에 냉철한 요원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미장센으로 보인다. (긴 머리가 적에게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의 연장선상에서 <미션 임파서블4>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브란트는 헌트의 1편 헤어스타일과 몹시도 흡사해 보이는데 그 역시 냉철하고 전략과 작전 구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노쇠한 이단 헌트를 5편부터 대체할 거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5편에도 출연할 거라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미션 임파서블2>에서의 헌트의 헤어스타일은 단발에 가까울 만큼 4편보다도 더 긴 머리를 자랑한다. 1편에서 그렇게 신뢰하던 짐 펠프스(존 보이트)의 배신에 따른 충격파 때문인지 암벽 등반과 같은 소일거리(?)로 장기간 IMF 임무에서 떨어져 지냈음을 유추케 한다. (헌트에게 임무를 하달하던 극 중 상관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경우, 연락처를 남기라는 볼멘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또한 제거해야 할 상대방 앰브로즈(더그레이 스콧)의 과거 연인이었던 니아 홀(탠디 뉴튼)과 사랑에 빠져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니, 긴 머리는 특수요원에게는 사치에 가까운 애정행각을 통해 임무를 꼬이게 한 헌트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그럼 줄리아와 결혼에 이르는 <미션 임파서블3>에서의 짧아진 머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줄리아가 너무 좋아 결혼까지 생각한 마당에 그녀에게 외모적으로 더 잘 보이기 위해 단정하게 커트하지 않았을까. 혹은 긴 머리가 오랜 휴식을 의미했던 전례에 비춰 짧은 머리는 임무 수행에 바쁜 와중에서도 그녀에 대한 헌트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미장센이라 할만하다.

어떻게 보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헤어스타일을 과장되게 해석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편수를 더해갈수록 단순한 블록버스터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며 역사를 쌓아가는 것 같다. 그것은 이 시리즈가 특정한 개인의 프로젝트에 얽매이지 않고 (물론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연출자의 변화를 통해 감독이 갖는 고유한 개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전략이 주요한 탓이다. 그래서 각 영화의 장면을 구성하는 하찮은 요소 하나에도 감독이 지향하는 바가 그대로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데 매번 변화하는 이단 헌트의 헤어스타일도 해당 감독이 의도한 바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텍스트가 된다. 과연 다섯 번째 시리즈에서 헌트는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올까? 변화한 헤어스타일이 그가 처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요긴한 증거물이 될 수 있을까? 위에서 헤어스타일로 추측한 바, 브란트의 비중은 헌트에 버금가게 될까, 아니면 그를 능가할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헤어스타일을 통해 <미션 임파서블>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겼다.

5 thoughts on “<미션 임파서블4> 이단 헌트의 헤어스타일의 비밀”

  1. 큭큭 웃으면서 읽었어요^^ 임파서블한 임무 중에도 그녀에게 멋져보이고 싶어서 깔끔한 헤어관리를 했다니 정~말 무섭게 멋진 남자네요. 음..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저는요, 헤어스타일이 이단의 멜로 드라마를 한결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 같아요. 블링블링 깔끔 스타일 보다는요^^ (혹은 살짝 노화된 얼굴을 가려보고자..) 그나저나 정말 재밌네요!!!

    1.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해요. ^^ 저도 이 아이디어가 괜찮은 거 같아서 몇군데 매체에 제안을 했는데 다 시큰둥해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역시 디케님이 쵝오입니다. ^^ 저도 헤어스타일이 멜로드라마를 더 돋보이게 한다는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 근데 미션 임파서블4 보셨나요? 이 영화도 재미있어요. 꼭 보세요.

    2. 마지막 줄에 생략이 과했나요! “그나저나 (MI4) 정말 재밌네요!” 오늘 아침에 후짝 보고 왔어요. 주중엔…. 아시잖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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