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리뷰] 물 속을 헤엄치는 수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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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촬영은 말 그대로 물에서의 촬영을 말한다. 물속에서도 촬영하지만, 반수면 상태라고 해서 카메라의 피사체가 물 일부에 잠겨 있는 상태에서의 촬영도 이에 속한다. 특히 2014년 여름 시장에서 물이 주요한 배경인 <해무>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수중촬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개봉작 중 수중촬영이 눈에 띄는 영화는 안상훈 감독의 <순수의 시대>(2015)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개국 7년,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태조 이성계에게 총애받는 장군 김민재(신하균)와 막냇동생에게 세자 책봉을 뺏겨 왕위 찬탈을 노리는 이방원(장혁)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음모를 다룬다. 여기서 수중촬영은 민재가 강으로 몸을 던진 기생 가희(강하늘)를 구하는 장면과 이를 변주한 결말부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이의 촬영을 진행한 이는 ‘씨플렉스’(www.seaflex.co.kr)의 김준희 대표다.

김준희 대표는 <헬로우 고스트>(2010)를 시작으로 <조선명탐정>(201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워>(이상 2012) <관상> <노브레싱>(이하 2013) <해적> <해무> 등 20편 가까운 작품에서 수중촬영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순수의 시대>는 수중에서 민재와 가희가 감정을 나눠야 하는 등 배우들에게는 특히 어려운 촬영이었다. 그래서 수영장 세트에서 철저한 연습을 시행한 후 실제 촬영은 용인 수지에 있는 가로 10m*세로 8m*높이 5m 크기의 잠수풀에서 이틀 동안 진행했다.

용인 수지풀을 선택한 이유는 풍경이 넓은 화면을 요구한 까닭이다. 배우들을 화면에 중심에 두더라도 CG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좌우 각이 한 프레임이 나올 수 있도록 10m 정도의 거리가 나오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용인 수지풀은 그런 점에서 적합한 공간이었다. 수중촬영기사, 슈퍼바이저, 오퍼레이터, 수중촬영보조까지 4인이 한팀이 되어 촬영에 임했다. 카메라는 에픽을 하우징(기자 주_ 카메라에 물이 안 들어가게끔 누수를 막아주는 방수 케이스)하여 사용했다.

<해적>과 <해무>의 수중촬영에는 알렉사를 사용했다. <해무>는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와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이 대립하는 마지막 장면의 반수면 촬영에서, <해적>은 여월(손예진)이 국새를 삼킨 고래를 만나는 수중 장면과 고래의 습격을 받아 조선의 관료들이 국새를 잃어버리면서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다. 두 영화 모두 대전 수중 촬영장에 설치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특히 <해무>는 침몰하는 전진호의 세트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래서 김준희 대표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수중에 구조물을 만들어 넣을 수 있어서 대전 수중 촬영장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디지털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수중촬영에 특화된 카메라가 따로 있지는 않다. <명량>(2014) <도둑들>(2012) <카운트다운>(2011) <베스트셀러>(2011) 등 60여 편의 수중촬영 작업에 참여한 ‘아쿠아플렉스’(www.aquaflex.co.kr)의 김재민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에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명량>에서는 거북선의 병사들이 닷 줄을 내리는 남해에서의 현장 촬영과 왜군들이 화살을 맞고 바다로 떨어지는 고양 아쿠아 스튜디오에서의 촬영 장면에서 레드 에픽을 썼다. “지금은 레드 에픽을 많이 쓰는 데 수중촬영에 용이해서 그런 게 아니다. 현장에서 쓰는 카메라로 촬영해야 화질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수중촬영은 카메라의 발달에 맞춰 많은 변화를 겪었다. 김재민 대표가 처음 수중촬영 작업에 참여했던 영화는 <패자부활전>(1997)이었다. 극 중 충무 마리나 리조트를 배경으로 수의사 민규(장동건)와 사진작가 은혜(김희선)가 함께 요트를 타는 부분에서다. 은혜가 실수로 물에 빠지면 민규가 구하는 수중 장면이었는데 서울의 올림픽 수영장 다이빙 풀에서 직접 제작한 수중 하우징을 만들어 촬영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국내에서 하우징 제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에 부품을 수입해 하우징을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부력을 맞추지 못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미국의 게이츠(Gates)나 엠피비코(Amphibico) 등에서 나오는 하우징을 구매한다. 두 회사에 나오는 하우징은 각각 수동전자식과 반자동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게이츠는 수동전자식이라 수중촬영을 하면서 포커스나 아이리스를 조절하지만, 반자동식인 엠피비코 하우징은 수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세팅을 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의 특징일 뿐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 김재민 대표의 설명이다. 김재민 대표는 게이츠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도둑들>에서는 마카오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탄 밴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을 해운대에서 촬영할 당시 게이츠의 에픽 전용 하우징을 사용했다고 전한다.

수중촬영에는 수중에 있는 팀 외에 수중 밖에서 카메라 세팅을 하는 팀이 따로 있다. 수중촬영 시 수중촬영팀이 물에 젖어 있어 카메라 세팅을 할 수 없을뿐더러 또한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불가능해 이를 담당하는 퍼스트와 라인을 잡고 따라다녀야 하는 세컨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수중촬영팀과 배우의 안전을 위한 서포트 요원까지, 대개는 3인이 지상에서 팀을 이룬다.

지상에 있는 수중팀이 하는 업무 중 또 하나는 지상의 감독과 수중의 촬영팀이 서로 교신할 수 있는 수중 통신기 관리다. 그래서 수중에 있는 촬영팀은 카메라 외에 수중 통신기는 물론 수중라이트와 누전에 대비한 수중전용 누전차단기를 가지고 작업한다. 이 모든 기기를 가지고 수중에서 촬영한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수중촬영팀은 기본적으로 하루 10~12시간 정도 작업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따로 추가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김재민 대표는 수중촬영에 대해 “촬영시간을 엄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김준희 대표도 마찬가지다. 수중촬영은 그 특성상 몸속에 질소가 누적되어 6시간 이상 촬영할 경우, 급속도로 피로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이해가 없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소통 부족의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수중촬영팀이 참여해 워크플로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같은 이유로 수중촬영은 개인 작업보다는 팀으로 작업하는 것이 여러 모에서 유리하다. 단적인 예로 촬영감독이 직접 스킨스쿠버를 배워 수중촬영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수중촬영은 단순하게 물속에서 촬영하는 것을 넘어 가시 공간이 지상과 달라 어떤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지, 수면에서 굴절되는 조명에 맞춰 카메라의 구도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등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수중에서의 움직임이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것도 수중촬영팀의 몫이다. 결국, 개인의 힘만으로 수중촬영을 감당한다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일에 가깝다.

수중촬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수중촬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도 늘고 있지만, 아직 전문화된 회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전문인력 양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안정적인 시스템의 확립, 수중촬영 분야의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영화기술
(20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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