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찌라시 영화기사 작성법


본지 영화부 부설 문화센터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쩝, 작년에는 사정상 한 번 건너뛰었지만 어쨌든, 영화전문기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가 쉽게 후딱 영화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 영화기사 작성법 특강시간을 마련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래서 올해에도 역시 그런 수강생들의 호응에 보답하고저 다시 한 번 특별강의시간을 마련하였으니, 오늘 이 시간에 배울 강좌는 ‘스포찌라시 영화기사 작성법’ 되겠다.

본 강좌로 말할 것 같으면, 최근 쒯영화들 사이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기사유형에 대한 강의로써 영화의 내용 및 작품성에 대한 언급보다는 영화배우의 스캔들 및 신변잡기를 중점적으로 보도하여 영화의 흥행에 일조, 영화기획사와의 공생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는 스포찌라시 영화기사 특유의 작성 요령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그런 관계로 본 강좌의 교재로는 4대 스포찌라시(‘스포츠 좃선’, ‘스포츠 써울’, ‘스포츠 뚜데이’, ‘스포츠 굿떼이’)의 <낭만자객>, <천년호>, <조폭마누라2>, <남남북녀>,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 대한 보도기사가 채택이 되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으니 수강생 여러분들께서는 교재의 1장을 펴주시기 바란다.  


1. 신변잡기 나열型 기사


신변잡기 나열형 기사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거 빼면 별다른 이슈가 없는 촬영시작을 전후한 시기에 주로 애용되는 유형으로써 말 그대로 배우들의 신변잡기를 나열하는 기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스포찌라시 기사작성의 제1목적은 배우들의 신변잡기와 같은 기사를 양산,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영화흥행에 일조하는 것이지 작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점을 명심했다면 주위를 둘러봐라. 배우들의 신변잡기에 관한 것이라면 널린 것이 소재요, 낚기만 하면 되는 것이 바로 꺼리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사를 작성하는데 있어 별거 아닌 내용을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럼 교재 1장에 나와 있는 기본예제들을 보도록 하자.  

– 기본예제

[스포츠 좃선]
조인성-김사랑, ‘남남북녀’ 촬영위해 내달 연변으로 출국
(http://www.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305/20030531/35131002.htm)

[스포츠 굿떼이]
‘인어아가씨’ 김효진, 스킨스쿠버 자격증 획득
(http://news.hot.co.kr/2003/08/17/200308171104432100.shtml)

[스포츠 뚜데이]
정준호 ‘사스 다이어트’ 알아?  
( http://www.stoo.com/html/stooview/2003/0410/091924298712141100.html)


어떤가, 범상한 우리들이 보기엔 저런 것들이 과연 신문의 기사가 될 수 있을까 모래 한줌의 의심이 일지만 범상치 않은 스포찌라시에게는 그 모래 한줌의 의심조차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서 1.2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보라~

배우가 촬영을 위해 해외로 출국한다면 이것보다 더 나은 특종기사가 어디 있겠고, 누군가가 촬영장에 먹을 것을 그것도 ‘몰래’ 가져와 선물했다면 이것만큼 화제가 될만한 기사가 어디 있겠으며, 미모의 여배우가 ‘인어아가씨’가 됐다는데 이처럼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기사가 또 어디 있겠느뇨.

따라서 이번 강의시간에 수강생 여러분덜께서 중점적으로 익혀야 할 작성테크닉은 화려한 포장술에 입각한 제목 짓기와 단 한 줄로도 요약 가능한 내용을 최대한 늘어뜨릴 수 있는 고무줄 작성능력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신변잡기 나열형 기사가 단순히 배우덜의 신변잡기를 알리기 위한 기사가 아니라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기사이니 만큼 기사 중간중간 영화제목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인지시키는 기술 역시 필수공식처럼 사용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외에 질문 있는 사람? 없으면 10분 휴식 후 2강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2. 동정표 유발型 기사


사고공화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내 영화촬영장에서는 유달리 사건사고가 잦다. 그렇다. 동정표 유발형은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짜잘한 사건사고類를 기사화하여 독자들의 가슴을 쓸어 내림으로써 해당영화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둔 기사를 말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동정표 유발 기사는 단순히 부상여부를 그대로 보도할 경우 별 관심을 끌지 몬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쪼까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유형의 기사의 경우, 문제의 사고 순간을 얼마만큼 아찔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느냐에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본 강좌가 강력 추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동정표 유발형 기사의 예제이다.

– 기본예제

[스포츠 굿떼이]
차태현, 달리기 촬영 중 미끄러져 ‘천당 문턱까지’
(http://news.hot.co.kr/2003/01/27/200301271148392400.shtml)

[스포츠 좃선]
김민종, ‘낭만자객’ 촬영 중 진재영 옷에 붙은 불꺼
(http://www.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309/20030902/39b16002.htm)

[스포츠 뚜데이]
‘낭만자객’ 윤제균 감독 급성장염으로 실신
(http://www.stoo.com/html/stooview/2003/1120/091956621012141100.html)

어흑… 정말이지 이 예제들만 보면, 영화를 위해서 초개와 같은 목숨정도는 논바딱에 굴러다니는 헌신짝마냥 여길 줄 아는 영화인들의 희생 스피릿에 천지연 폭포수처럼 콸콸 떨어지는 눈물이 앞을 다 가릴 지경이다.  

바로 이거다. 초딩시절 골목길에서 흔하게 겪고 또 목격하게 되는 무릎 까짐과 팔꿈치 찰과상과 같은 단순부상을 가지고도 노련하게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법. 이번 강의시간에 수강생 여러분들께서 집중적으로 연마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미한 부상정도를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으로 위장할 수 있도록 ‘천당 문턱까지’, ‘죽을 뻔’, ‘생명을 구했다’, ‘살기 어린 주먹에 맞아’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는 과감한 단어 사용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들의 사고를 영화를 ‘위해’ 장렬히 전사했다는 필로 미화하여 숭고한 희생정신을 강조할 줄 아는 잔기술 능력까지 함께 겸비해 준다면 동정표 유발形 스포찌라시 기사를 작성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다만, 동정표 유발형 기사를 너무 남발하게 되면 <조폭마누라2>에서의 신은경 눈 부상과 같은 대형사고가 실제 발생하여 기사화된다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늘 그래왔듯 영화 홍보로 곡해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여 이와 같은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절제력 또한 수강생 여러분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덕목이라 하겠다.


3. 아랫도리 자극型 기사  


아랫도리 자극형 기사는 단 한 줄의 자극적인 멘트와 응응응 장면에 대한 시적화술을 능가하는 묘사로 단기간 내에 독자들의 관심을 최대한도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강좌의 하이라이트요, 필수강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강생 여러분께서 이번 강의를 절대 놓쳐서 안 되는 이유는 스포찌라시 기자라면 누구나가 필수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기사가 바로 이 유형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스포찌라시를 키운 건 8할이 아랫도리 자극형 기사라 하지 않나. 따라서 3강을 마스터한다면 수강생 여러분들은 금일 강좌의 80%를 이수한 것과 진배없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다음의 예제를 보며 강의를 이어가도록 하자.

– 기본예제

[스포츠 좃선]
진재영, 영화 ‘낭만자객’ 목욕신 풍만한 가슴
(http://www.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310/20031010/3aj30201.htm)

[스포츠 굿떼이]
김효진-김혜리, ‘천년호’ 베드신 “연륜은 못 속여”
(http://news.hot.co.kr/2003/04/25/200304251054582400.shtml)

[스포츠 뚜데이]
손예진 “비키니 몸매 보러오세요”
(http://www.stoo.com/html/stooview/2003/0618/091934383212141100.html)


캬~ 제목 한 번 쥑인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보충하지 않더라도 벌써 그 제목만으로 아랫도리가 뻑쩍지근, 빠빳딴딴, 직립보행해 오지 않나.

이처럼 아랫도리 자극형 기사는 제목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전차로 마빡문구에서부터 애둘러 둘러치기 할 것 없이 ‘풍만한 가슴’, ‘베드신’과 같이 노골적으로 색스러움을 풍겨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어 맬 줄 아는 공격적인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이에 그치지 않고 기사 작성 완료 후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 또한 이번 강의시간에 습득해야할 테크닉이다. 이는 한 줄의 제목에, 기대치가 만땅으로 높아진 독자들의 그것을 저버리지 않기 위함인데 기자라면 끝까지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 의무일 터.

이미 그 의도를 제목에 공표한 마당에 기사 본편이라고 표현의 강도에서 뒤쳐질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제목보다 더 노골적인 묘사로 접근해야만 독자의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랫도리 자극형 기사가 짊어진 운명인데 특히 위의 스포츠 굿떼이 기사처럼 ‘가슴을 과감히 노출하는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와 스포츠 좃선의 ‘아찔한 몸매를 고스란히 노출했다’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이는 가장 성공적인 기사 작성이라 할 수 있다.

왜냐, ‘모습을 보였다’, ‘노출했다’와 같은 표현은 독자에게 상상력에서 여백으로 존재하는 실제에 관한 기대감을 증폭시킬 것이고 이는 ‘확인 차’, 곧바로 영화의 관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 좃선의 진재영, 영화 ‘낭만자객’ 목욕신 풍만한 가슴 기사처럼 때에 따라, 보일 듯 말듯한 살색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 것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보기엔 우습게 보여도 많은 테크닉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아랫도리 자극형 기사인 것이다.


4. 이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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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영화가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터지길 지둘렸다는 듯 보도되는 젊은 남뇨스캔들類의 고전적 쏘스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일명 ‘붙여놓면 다 스캔들’ 기사 작성법도 영화흥행의 일조를 위해 스포찌라시들이 잘 이용해 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흔하디 흔해터진 방법인 관계로 이는 본 강좌에서 생략하기로 하겠으니 수강생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라며…

이렇게 해서 여러분들은 3강에 걸친 본 강사의 헌신적인 족집게 명강의에 힘입어 그 어느 문화센터에서도 배우기 힘들었던 스포찌라시 영화기사 작성법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허나, 4년 전통의 딴지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이에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도 가끔 가다 짬나는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발꾸락으로 쓴다는 자세로 스포찌라시 기사 작성법을 연마한다면 채 10분도 되지 않아 현역 스포찌라시 기자 못지 않은 명문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그럼 여기서 본 강좌를 마치도록 하겠다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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