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위해 일하는 걸까?


현재 편집국 필진 3명. 그리고 일주업데. 1인당 소화해야 할 기사양이 평균 4개. 최고로 많을 땐 6개까지도 써봤다. 그런데 최근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다. 일망타진 이너뷰 녹취. 그래도 불가능은 없다. 다 해낸다. 주변사람들에게 성실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나보다.

사실 딴지에 입사해서 굉장한 필력의 기자들을 본 후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성실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가 가더라도 내게 맡겨진 일은 내 능력 이상의 것이라도 다 해내고 싶었고 웬만해선 다 해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했던 셈이다.

어쨌든 뿌듯했다. 이 많은 걸 다하다니. 하지만 양이 질을 덮어주는 건 아니었다. 기사를 많이 쓴다고 해서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인정해 준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회사에서 월급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습관처럼 써댔다. 성실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늘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을 만났다. 일망타진 이너뷰 찍새 신분으로 총수를 따라갔다. 그와 4시간 이너뷰를 하고 2시간동안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셔본 결과, 김문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성실하기만 하다는 거다.  

이번 김문수 이너뷰의 키포인트는 그가 왜 정치를 신한국당에서 시작했느냐였다. 아시다시피 김문수 의원은 재야인사로써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노동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수구꼴통들의 집합소인 신한국당에 입당하다니, 그 부분이 이번 이너뷰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민중당이 실패로 끝나고 방황하고 있을즈음 신한국당에서 러브콜을 보냈단다. 그래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성실을 무기로 8년의 시간동안 정치를 해왔다. 국회출석률도 엄청 좋다. 거의 98%. 지금껏 딴지가 만나온 정치인 중에서 가장 월등한 출석률을 자랑한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는 굉장히 성실하다.

근데 성실하기만 할 뿐 비젼이나 방향성이 없다. 애당초 그가 기득권 세력인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신한국당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와서. 총수가 묻는다. 정치 목표가 모냐고. 오랜시간 머뭇거리다가 한다는 답변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고건 내각이 출범한 후 주가가 800선까지 오른 것이 정국안정이고, 일자리 200만개를 창출한다고 한 노무현이 오히려 19만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킨 것이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하는 그다.  

그런 그의 말을 듣고 있다보니 지금의 내 딜레마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나의 고민, 이는 목표없는 나의 성실함의 한계였다. “내가 지금 무얼 위해 일하는 걸까?”

비젼없는 성실함, 목표없는 성실함. 이는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13 thoughts on “무얼 위해 일하는 걸까?”

  1. 황지우가 그랬죠. 시인은 게을러야 한다. 게을러 터질때 까지 게을러야 한다. 그래서 전 졸라 게을러요

  2. 오오, 감동적인 글입니다. 김문수가 거기 간 건, 그도 권력지향적이었단 말이 되겠죠. 뭔가 나눠줄 게 많은 정당을 택한 거죠. 이번 총선 때 한나라당이 참패해서 그나마 남은 의회권

  3. 력마저 없어지면, 당이 깨질 거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오는 거죠. 권력을 노리고 몰려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길이 없으니까.

  4. 그런데 어제 인터뷰만 봐서는 권력에도 별 욕심이 없는듯해요. 위에서 말했듯 신한국당에서 불러줘서 갔고 그리고 계속 한나라당에 있는 건 철새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고… 김문수

  5. 얘가 보니까 굉장한 순결주의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총수는 김문수가 변절자라는 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도 인정하고. 하니까 얘는 권력지향적인 게

  6.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신한국당에 들어갔고 거기서 그냥 성실하게(?) 국회의원짓 하고 있는 거고 철새 소리 듣기 싫어서 남아있다는 거죠. 정치보다는 학자 스타일이 아닌가하는…

  7. 나뭉님의 혜안이 똗보입니다. 맞슴다. 김문수 그런 사람입니다. 평범… 사실 정치라는 건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8. 예를 들어 제가 바라는 사회,또는 나뭉님이 은근히 기대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래도 정치나 위원회는 필요할 겁니다.

  9. 이념이나 철학이 아니라, 부지런히 공복이 위원회를 하죠. 그게 그들의 능력이죠. 게으른 사람은 시를 쓰고요.^^

  10. 도대체 김문수라는 사람에게 열우당과 당나라당의 차이는 뭘까요? 없슴다. 그가 당나라당에 간 건 그저 운이 없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11. 맞습니다. 어제 김문수가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에 대해 입당한 것에 대해 혹자가 그러더군요. 존나게 재수가 없던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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