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엑소시스트 The Exorcist>를 연출하기 2년 전 이미 윌리엄 프리드킨은 미국 최고의 감독이었다. <프렌치 커넥션>으로 그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후보에 올려 알토란같은 5개 부문-감독, 작품, 남우주연, 편집, 각색-의 오스카를 획득하였을 뿐 아니라 <시계 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의 스탠리 큐부릭, <지붕 위의 바이올린 Fiddler on the Roof>의 노만 주어슨, <The Last Picture Show>의 피터 보그다노비치 등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던 이들을 제치고 감독상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프리드킨의 <프렌치 커넥션>은 뛰어난 작품이었다.


<프렌치 커넥션>은 두 명의 형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형사물(Buddy-Cop Film) <리셀 웨폰>시리즈의 원조에 해당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파트너인 도일(진 해크만 분)과 클라우디(로이 샤이더 분)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극을 이끌어 가기보다는 과격한 도일에게 비중이 기울어져있음으로 해서 같은 해 발표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하리 Dirty Harry>와 더욱 곧잘 비교되고는 한다.


뉴욕으로 대규모의 마약을 반입하려는 프랑스의 범죄집단에 맞서 집요한 추적을 벌이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프렌치 커넥션>은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성격과 형사들의 실제적인 생활을 현실적으로 재창조한 부분 그리고 쫓기는 범인과 쫓는 형사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묘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진 핵크만이 분한 도일의 형사모습은 <더티 하리>의 하리가 보여준 복수의 일념에 찬 과격한 모습에서 더 입체적으로 발전하여, 술로 밤을 지새우며 여자의 엉덩이를 보고 섹스를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이전까지 형사는 곧 무결점의 영웅으로 치환되었던 당시의 관객에게 도일은 생소하고 당혹스러웠다. 그 이유를 현실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불경스럽긴 해도 실제와 좀 더 가깝게 창조한 셈이다.

프리드킨은 의도적으로 도일의 속물적인 근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형사들의 고뇌를 실상 그대로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한다. 그러한 의도는 무엇보다 도일과 클라우디가 잠복 근무하는 모습을 마약조직의 부당한 부유함과 비교시킨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마약조직 샤니에르(페르난도 레이 분)일당과 도일, 최고급 레스토랑과 뉴욕의 거리, 따뜻함과 추위, 일류요리와 피자. 한 화면 속에 형상화시킨 이 장면은 <프렌치 커넥션>의 주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세상이란 참으로 불공평해서 들통나지 않는 악(惡)은 희생을 강요당하는 선(善)에 비해 더욱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는 실제 삶의 이치를 개탄하는 프리드킨의 넋두리처럼 읽혀진다.


<프렌치 커넥션>을 언급하는데 있어 빼 놓아서는 안 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 추격장면이다. 이 장면이 무엇보다 스릴있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떠한 카메라의 트릭이나 특수효과 없이 즉흥에서 연출된 현장감 때문이다. 윌리엄 프리드킨은 카메라를 운전석 위치에 고정시켜 놓고 전문 카레이서를 동원하여 시속 150km/s∼200km/s 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속도로 추격장면을 구성하였다. 프리드킨 역시 위험의 레이스에 기꺼이 동승하였다. 까딱하면 목숨이 날아갈 이 위험스러운 작업은 영화사상 최고의 자동차 추격장면이라는 명예를 선사받았다.

프리드킨은 1967년 <Good Times>로 영화에 입문하기 이전 방송에서 2000여 편에 달하는 TV물을 연출하였다. TV물이라는 이력이 말해주듯 프리드킨에게 생방송 연출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17살에 생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했다고 한다. 결국 생방송의 개념과 생명을 담보로 위험부담을 안고 찍는 <프렌치 커넥션>의 자동차 추격장면은 즉흥의 연출에서 오는 위험성에서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에 있어서 동일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프렌치 커넥션>은 로빈 무어(Robin Moore)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다. 프리드킨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든 몰래 미행하려는 도일의 심정과 그를 떼어놓으려는 샤니에르의 입장을 찰나의 순간동안 몇 번이고 지하철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모습에 실어 묘사한 쫓고 쫓기는 자의 극단적인 사슬관계가 매력적이었다고 전한다. 또한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자동차 추격장면과 같은 서술도 로빈 무어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약조직을 이루는 구성원이 프랑스인과 남미계통으로 이루어져 있고 도일과 클라우디의 표적이 되는 마약범들이 모두 흑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주요배역이 모두 백인이라는 점과 대비되어 <프렌치 커넥션>의 악의적인 인종비방문제에 대한 격론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P.S. 4년 후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에 의해 <프렌치 커넥션> 속편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현재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 프리퀄이 또한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윌리엄 프리드킨과 존 프랑켄하이머. 참 별난 인연이다.


(2001. 8. 28. <무비클래식>)

3 thoughts on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1. 저 찬란했던 윌리엄 프리드킨은 요즘 왜 그리 바보같은 영화만 찍어대고 있는 걸까요. 쩌비쩌비;; 참, 프리드킨과 마이클 만의 앙숙관계도 재밌죠.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