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Jaws)


몇 편의 TV영화와 극장용 장편영화 <슈거랜드 특급(The Sugarland Express)>으로 주목받은 26세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는 한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평단으로부터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재능을 돈(?)으로 환원시켜줄 관객의 호응은 얻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는 피터 벤칠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죠스>에 영화생명을 담보로 신경쇠약 직전까지 이르는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그 결과 <죠스>는 헐리우드 최초의 1억 달러 흥행수입 돌파는 물론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폭탄의 명칭이기도 한 블록버스터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작비에 쏟아 부어 그를 능가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막강한 배급력을 통한 상당수의 극장을 확보한다. 많은 관객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하고 영화팬의 발길이 집중되는 여름시즌에 개봉한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성공할 경우 그 브랜드를 이용하여 이벤트 상품을 기획하고 속편시리즈를 제작한다.

<죠스>의 제작비용은 $12,000,000 우리 돈으로 약 120억(1,000원 환산)에 육박하는 돈이다. <진주만>의 $15,275,000,000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1975년이란 시간대에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가 고작 $35,000의 제작비를 들였음을 상기해 본다면 무시 못 할 수준의 액수였음은 틀림이 없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죠스>가 얼마나 대규모 영화였는지 짐작 할 수 있다. 거기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상어를 특수 제작하여 관객의 이목을 끈 점, 후에 테마 파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관련 상품이 인기를 모았으며 속편은 물론 여러 편의 <죠스> 시리즈가 줄을 이은 사실은 <죠스>를 블록버스터의 효시로 보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죠스>에 열광하도록 만들었을까? 식인상어에 의해 첫 희생자가 발생하는 초반장면부터 언급해 보자.


파티를 즐기는 일군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눈이 맞은 두 남녀는 해변으로 빠져나온다. 술에 잔뜩 취한 남자는 백사장에 곯아떨어지고 여자는 홀로 바다에 뛰어 들어 유유자적 수영을 즐긴다. 이 때부터의 카메라 앵글은 상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트릭을 선보인다.


화면은 평화롭게 헤엄을 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수면 위에서 비추어준다. 곧이어 카메라는 객관적인 시점에서 수면 속 상어의 시점으로 바뀌고 관객은 곧 긴장에 쌓이게 된다. 수면 위와 아래의 광경을 교차로 편집, 반복한 후 어떠한 힘에 의해 희생당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미를 장식한다. 당연히 상어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상어의 실체를 전혀 보여 주지 않으면서도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 장면은 상어의 시점을 도입한 오프닝 시퀀스와 존 윌리엄스가 맡은 영화음악(일명 죠스송) 그리고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연상행위 덕에 속임수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연상행위라니?


여러분들은 영화 <사이코>를 기억 할 것이다. <사이코>가 무서움을 일으키는 지점은 영화가 시작되고 약 1시간이 지난 마리온이 욕실에서 살해를 당하는 순간부터이다. 혹자는 마리온의 공금횡령 후 도시를 빠져나오는 상황도 공포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은 긴장감일 뿐이다. 긴장감을 공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일까? 그것은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이름과 영화 제목이 주는 연상작용 때문이다. 관객은 히치콕이라는 이름에서 반사적으로 그가 이번에도 무서운 스릴러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제목까지 ‘사이코’이니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충분히 겁을 먹고 관람을 하게 된다.


<죠스>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신인급이였던 스필버그는 논외로 치더라도 개봉 전 요란할 정도의 홍보와 ‘죠스’라는 이미지가 주는 거대함과 두려움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관객에게 <죠스>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이 영화가 나아갈 지향점을 충분히 인식시켜 주었다. 스필버그는 이 점을 철저하게 이용하였고, 마침내 관객은 스필버그의 영화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죠스>가 노리는 공포의 발화점은 ‘최소한의 드러냄’이다. 이처럼 상어의 모습을 숨기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카메라 트릭과 함께 몇몇 소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극중에서 상어와 최후의 결전을 펼치는 마틴(로이 샤이더 분)과 퀸트(로버트 쇼 분), 맷(리처드 드라이퍼스 분)은 상어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부력통을 이용하였고 관객은 이 부력통이 물위로 떠오를 때마다 상어의 출몰을 두려워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특수 제작된 상어가 물 속에서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부력통이란 사실이다. 이 발상은 결말부 시나리오의 수정을 불러왔음은 물론 더 짜릿한 공포를 몰고 왔다.

<죠스>는 여러모로 히치콕의 필체가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언제나 오프닝 시퀀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히치콕의 언급도 있었고, 존 윌리엄스와의 음악작업은 영상과 음향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버나드 허먼과의 파트너 관계를 연상시킨다. 또한 상어의 시점은 새 시점 (bird eye’s view)과 겹쳐진다. 그것은 아마 <죠스>를 만들던 시기가 스타일이 완전하게 확립되지 못했던 초창기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히치콕 영화의 특징을 상당부분 참조했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그 후 스필버그는 거장의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대신 상업영화의 귀재라는 호칭을 얻었다) <죠스> 이 후 영화계를 주름잡는 거물이 되었다.


(2001. 7. 29. <무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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