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Easy Rider)


이상(理想)의 현실반영이란 인류의 평등만큼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이지 라이더(Easy Rider)>는 ‘길의 영화(로드무비)’를 빌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로드무비’는 길을 여행하는 과정 속에 자기발견을 다룬 장르입니다. <이지 라이더>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사회로 편입할 수 없는 개 인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 분)와 빌리(데니스 호퍼 분)가 추구하는 이상의 현실반영은 다시 말해 사회 속의 자유실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자유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광의의 개념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지 헨슨(잭 니콜슨 분)의 말을 빌자면 지도자가 필요 없으며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모두 해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개개인이 평등하게 존재하는 ‘이상향’의 자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종종 우리는 자신만의 이상향을 건설하고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휴거를 꿈꾸는 종교집단도 그럴 테고 사회주의(communism) 체제도 일종의 이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지 라이더>에서는 히피들의 삶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공동체는 사회와는 유리된 곳에 건설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라는 반듯한 규범 속에 장발, 흐트러진 복장, 마리화나, 할리 데이비슨으로 상징되는 자유분방한 삶은 일탈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이들을 발견 즉시 외곽으로 밀어내거나 제거해버립니다. 사회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히피족인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는 여인숙에서조차 문전박대를 당해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이고, 변호사라는 그럴싸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조지 헨슨은 이상향을 동경한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곧 그들의 특권이자 사회에 편입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입니다.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반전(反戰)경향을 드러내는 <이지 라이더>는 당시 젊은이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담당했으며, 60년대 후반 락 음악에서 차용한 <Born to be wild>, <magic carpet ride> 등의 사운드 트랙은 영화의 정치적 색채를 더욱더 진하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락은 자유에 기반을 둔 장르이며 항상 젊은이들의 중심에 서있는 저항문화라는 점에서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 등의 락 넘버가 사용된 것은 영화의 흥을 돋우는 역할 보다는 정치적인 성향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한 <이지 라이더>는 대다수의 정치가와 평론가들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마리화나를 거리낌없이 피워대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등 불순한 의도가 담긴 영화라는 것이죠. 하긴 사회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이에 맞서 피터 폰다는 ‘자유는 창녀가 되었다. 돈을 주고 그 자유를 누리는 우리는 이지 라이더(기둥서방)다’라고 응수했지요. 그래서 극중 캡틴 아메리카가 되뇌었던 패배자라는 소리는 더욱 씁쓸합니다. 기존체제를 전복하지 못하고 히피가 됨으로써 비겁하게 도피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 그리고 조지 헨슨은 보수적인 남부사람들에게서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2001. 5. 23. <무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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