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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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감독이다. 일례로, 2006년 당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의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며 자신의 영화 <시간>의 국내 개봉을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결국 국내 수입사가 역수입해 개봉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뫼비우스>도 자칫했으면 국내 개봉이 힘들 수도 있었다. 영화가 반사회적, 비윤리적이라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이다. (국내에는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 이는 사실상 개봉 불가를 의미한다.) 도대체 어떤 장면이기에?  

남편(조재현)의 외도를 견디다 못한 부인(이은우)은 그에 대한 복수로 아들(서영주)의 육체의 민감한 부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집을 떠난다.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아들을 위해 남편은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이에 아들은 정신적으로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하는데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면서 남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회복 불능일줄 알았던 아들이 건재하자 엄마는 아들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이들 가족은 결국 파멸로 치닫는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이들 가족의 행태 중에서 영등위는 문제가 된 몇몇 장면 중 특별히 극 중 모자(母子)간의 성관계를 물고 늘어졌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였는데 다행히 김기덕 감독이 3분가량의 장면을 편집하면서 개봉(9월 5일)에 이르게 됐다.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촉발된 <뫼비우스>의 논란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후진성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아무리 반사회적, 비윤리적이라고 할지라도 영화의 특정 장면을 들어 상영을 막는 것은 창작물에 대한 사전 검열이면서 관객들의 볼 권리를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기덕 감독의 극단적인 묘사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2000년 베니스영화제 당시 <섬>이 최초 공개됐을 때 여성의 성기에 낚시 바늘을 넣는 장면을 보고 몇몇 관객이 구토를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음란하고 위험한 영화라며 김기덕을 공격하고는 한다. 이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입장은 확고하다. “인생은 풍경이다. 빛을 알려면 어둠을 알아야 하고 밝음과 어두움이 같은 색임을 알 때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어긋난 관계를 아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파격과 도발이 넘쳐난다.

어른들은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돈으로 아이들의 성을 매수하고(<사마리아>(2003)) 남편은 부인을 표적삼아 채를 휘둘러 골프공으로 가해하며(<빈집>(2005)) 아들은 엄마라고 찾아온 여성에 대해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지거리를 쏟아낸다(<피에타>(2012)). 이처럼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묘사하는 우리사회는 물리적인 힘과 동물적인 본능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다. 그에 따라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의 구도로 몰고 가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고 있기가 영 불편한 것이다.

<뫼비우스>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모자 성관계 묘사가 삭제됐다지만 그에 버금가는 장면 묘사가 상영 내내 이어진다. 아내가 떠난 후 성관계를 갖지 못한 남편은 자신의 몸을 잔인하게 자해해 그 아픔으로 성욕을 대신하고 성욕은 있지만 성관계를 가질 수 없는 아들은 어떻게든 여자를 탐하려고 몸부림친다. 이렇게 묘사한 장면 자체만 보면 별 의미가 없는 자극으로만 비추지만 파국의 끝에 선 주인공이 결국 구원을 갈구하는 <뫼비우스>의 결말은 관객의 가슴에 진한 멍을 남기듯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관계의 끝을 봐야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김기덕은 이런 <뫼비우스>의 구성을 두고 “‘검은색’을 아프게 뚫고 나온 ‘하얀 영화’다.”라는 시적인 표현을 썼다. <뫼비우스>에서 모자 성관계라는 ‘검은색’이 의도하는 바는 가족 붕괴다. 이건 반사회적도 아니고 비윤리적도 아닌 그냥 감독 고유의 개성이고 김기덕만의 미학이다. 당대의 문제시되는 이슈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후 기어코 구원이라는 ‘하얀’ 빛을 띄워 우리를 다시금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김기덕의 영화가 논란이 되면서도 국제 영화제 등을 통해 늘 좋은 평가와 결과를 얻는 이유다.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던 김기덕 감독은 올해도 <뫼비우스>로 같은 영화제를 찾는다.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151편의 작품 중 꼭 보야 할 영화 TOP 10!”으로 평가하며 <뫼비우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의 제목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인간은 욕망의 결과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든, 가족이든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순환하는 생명체라고 생각했다.” 김기덕의 영화에 대해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데뷔작 <악어>(1996)부터 <뫼비우스>까지, 논란과 극찬이라는 양면이 끊어지지 않는 선을 이룬 뫼비우스의 세계라고 말이다.

시사저널
NO.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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