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먼츠 맨>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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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에 대해서 쓴다는 것,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관객과 평단을 고루 만족시키는 배우에, 의식 있는 연출자에, 지상 최고의 신사라는 이미지까지, 어떻게든 약점을 찾아내 트집이라도 잡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나 생겼다.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이하 ‘<모뉴먼츠 맨>’)이 미국 개봉과 함께 혹평 세례에 시달렸다. (만세~) 그런데 이 남자, 그 비난마저도 자신의 매력으로 승화한다. (이런 젠장!)

“고기는 또 잡으면 돼, 이 바다는 우리 것이야” _<퍼펙트 스톰> 중

<모뉴먼츠 맨> 관련 리뷰 중 가장 신랄한 어조의 제목은 ‘버라이어티’로부터 나왔다. ‘조지 클루니의 <모뉴먼츠 맨>이 비평가들과의 전쟁에서 패했다 George Clooney’s ‘Monuments Men’ Losing War With Film Critics’ <모뉴먼츠 맨>은 나치 치하에서 약탈당한 미술품을 찾기 위해 조직된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의 활약상을 담은 작품이다. 조지 클루니는 미술 역사학자 출신의 프랭크 스톡스 중위를 연기했을 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았다.

‘감독’ 조지 클루니에게 <모뉴먼츠 맨>은 <컨페션>(2002) <굿나잇 앤 굿럭>(2005) <레더헤즈>(2008) <킹메이커>(2011)에 이은 다섯 번째 연출작이다. 근데 비평가 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조지 클루니가 낙심했냐고? “<배트맨 앤 로빈>(1997)의 개봉 당시 그들이 혹평의 총구를 겨누기 전에 내가 먼저 백기 투항했다. ‘내 연기 경력에서 가장 최악일 만큼 못 만든 영화다.’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피하려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면 된다.”

조지 클루니의 말을 들어보면 혹평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투다. 사실 <모뉴먼츠 맨>은 그의 이름값에 못 미칠 뿐이지 이 사회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올바른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의 시선은 여전하다. 안 그래도 조지 클루니는 감독으로 참여한 자신의 영화에서 정치권에 대한 시니컬한 시선을 견지하는 한편 현실정치의 참여를 독려하는 포용의 목소리로 호응을 얻어왔다. 다만 소박한 무대에서 빛을 발한 시니컬한 시선 대신 선택한 모험물에서 그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혹평의 요지다.

그럴 수밖에. 이름난 명화를 찾아와야 하는 것이 극 중 주인공들의 임무이지만 영화는 걸작 예술품 대신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담배 한 모금에 만족해하고 타국에 두고 온 가족 걱정에 한숨을 쉬는 등의 일상이야말로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이지 않느냐는 것이 조지 클루니의 입장인 것이다. 이는 영화를 대하는 그의 철학과도 다르지 않다. 그에게 영화는 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 같은 거다.

“그런 건 거짓말 한 번 해도 되는데” _<디센던트> 중

<그래비티>에서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매트는 우주미아가 되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유머 감각을 놓는 법이 없다. 무서워하는 스톤(산드라 블록) 박사에게 “왜 여자 이름이 라이언이야?” 허무한 개그를 구사해 마음을 안정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줄을 끓어 목숨을 그녀에게 양보(?)하는 순간에는 “멀어지니까 말하는 건데, 솔직히 나한테 끌렸었지?” 괜한 죄책감을 갖지 않게끔 싱겁게 들리지만 배려가 담긴 말 한마디를 잊지 않는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매트 역에 조지 클루니를 최종 낙점한 건 그가 가진 삶에 대한 무한한 낙관성의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로 조지 클루니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코미디언으로 정평이 나있다. <마이클 클레이튼>(2007) 촬영 당시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기업의 이득을 위해 고의로 진실은 은폐하는 변호사의 사연을 다룬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는 심각한 촬영장 분위기를 ‘업’하기 위해 감독의 ‘컷’ 사인이 내려질 때면 방귀를 뀌어대어 동료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마이클 클레이튼>에 함께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이 증언하는 조지 클루니의 실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웃긴 사람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주변을 웃길 줄 안다. 조지가 그렇게 나오는 데 어느 누가 웃지 않고 배기겠나.”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작업할 때도 조지 클루니는 좀처럼 각을 잡는 경우가 없다. “연기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건데 바로 ‘감독 말에 그대로 따르지 않기’라는 기술이다. 나는 내 지시를 전혀 듣지 않는다. (웃음)”

조지 클루니에게는 배역 선택과 관련해서도 원칙 아닌 원칙이 있다. 슈트를 잘 차려 입은 각 잡힌 신사 캐릭터 한편으로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보통 사람의 연기도 병행하며 희비극의 인물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이다. <디센던트>(2011)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삶이 엉망진창 된 변호사였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 알렉산더 페인과 꼭 작업하고 싶다며 출연을 자청한 경우다. 인간의 모순적인 면모를 찰지게 구현해낸 조지 클루니는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내가 너무 잘생긴 건 알지만 뚫어져라 쳐다보진 마” _<그래비티> 중

결국 조지 클루니는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 하지 못했다. 남우주연상의 영예는 <아티스트>(2011)에서 뛰어난 무성연기를 보여준 장 뒤자르댕에게로 돌아갔다. 조지 클루니는 그 즉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방법은? <모뉴먼츠 맨>에 장 뒤자르댕을 캐스팅한 것. “나는 장을 꼭 이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었다. <디센던트>가 나온 해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았나. 그래서 죽이려고. 첫 장면에서 바로 죽이려고 했는데 공동 각본가가 좀 더 기다리라기에 좀 살려뒀다.”

이게 바로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혹평에 대처하는 자세도 그렇지만 일종의 경력 상 흠이라고 할 만한 사안에 대해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가볍게 넘겨버린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극 중 조지 클루니의 동료 변호사로 출연했던 톰 윌킨슨의 표현이 재밌다. “재능 있어, 잘 생겨, 돈까지 많은 조지는 모든 걸 다 갖춘 남자다. 그런 남자들은 개자식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수장 시드 가니스는 조지 클루니를 일러 ‘마지막 무비 스타 The Last Movie Star’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레드 카펫 위에 선 배우를 보아왔지만 조지 클루니는 전혀 유명인사 티를 내지 않는다. 그레고리 펙(<오멘>(1976) <앵무새 죽이기>(1961) 등) 이후 처음이다.” 요컨대, 조지 클루니는 배우로서, 스타로서, 또 인간으로서도 완벽하다는 얘기다. 인정하련다. 그는 정말 세기의 남자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조지 클루니의 약점을 캐는 일을 멈추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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