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 감독의 배우 선택은 일종의 재해석 영역에 속한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은 명량 해전에서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단 12척의 배를 가지고, 게다가 거북선도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 같은 대승을 일궈냈다. 남들이 패배를 지레짐작하여 도망갈 궁리를 하는 동안 이순신 장군은 승리에 대한 의지의 불꽃을 횃불로, 더 큰불로 키워가며 메말라 있던 병사들의 심지에 용기를 일깨웠다.
김한민 감독은 아무리 찬물을 끼얹어도 전소할 것 같지 않은 심장의 소유자로 이순신 장군을 해석했다. 뜨겁게 발산하는 연기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최민식을 캐스팅한 결정이 이를 웅변한다. 이해가 가는 선택이지만 한편으로 위험해 보이는 건 자칫 그 뜨거움이 영화 전체를 태워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민식의 대표적인 연기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의 하정우, <악마를 보았다>(2010)의 이병헌, <올드보이>(2003)의 유지태, <쉬리>(1999)의 한석규 등 상대 역할의 차가움이 저항력을 발휘할 때 힘을 발휘했다.
배우 간의 균형의 추를 맞추는 건 감독의 역량 문제다. 그 점에서 <명량>은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순신에 맞서는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 역시 최민식에 버금가는, 아니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캐릭터의 깊이에서까지 상응하는 전적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배우 개인의 역량으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명량>은 이순신의 영웅적인 업적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구루지마를 포함해 주변 인물을 불길을 살리는 휘발유처럼 기능적으로만 소비할 뿐이다.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는 하겠지만 이순신의 활약으로 명량 해전에서 승리했다는 사실 그 자체 이상의 정보는 제공하지 못한다. <명량>은 역사 삼부작 중 한 편이지만 김한민 감독이 거창하게 이름 붙인 만큼의 역사 인식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맥스무비
(2014.7.29)
영진공에서 명량은 ….일명 명랑이라고 부르면 캐망작수준으로 씹히고 있습니다. 무비 한반도급으로 취급되고 있답니다. ..
이상 영진공 단신이였습니다. ^^
잘 지내시죠?나뭉님.
그럼요, 버디형 잘 지내고 있습니다. ^^ 형도 잘 지내고 계시죠?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 명량>이 그렇게 망작인가요? ^^; 나름 볼만한 구석은 있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