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호텔>(Mekong H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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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호텔>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로 소개되고 있)다. 메콩 호텔에서 사는 딸과 인간의 내장을 먹는 귀신 ‘폽’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루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의 공포영화가 익숙한 장르의 컨벤션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처럼 감독은 인간과 유령의 존재를 구분하는 대신 그 경계를 흐리면서 함께 어울리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이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엉클 분미>에서도 병을 앓고 있는 분미와 오래 전에 죽은 아내의 유령은 극 중에서 공존했다. 심지어 실종됐던 아들은 원숭이 인간이 되어 돌아와 부모와 함께 했다. 존재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것, 이야말로 아핏차퐁 감독이 구현하는 연출의 핵심이다.  

실제로 폽의 존재는 태국인들에게 전설이 아니라 실재한다고 믿는 어떤 것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 몇 년 전 태국을 강타했던 대홍수를 두고 라오스로 가고 싶어 하는 불상의 존재가 흘린 눈물의 결과라는 식의 대사를 극 중 인물들이 주고받는다. 이 대목은 왜 이 영화의 배경이 메콩 강변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역할을 한다. 지금은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평화로운 강이지만 과거 수세기 동안 두 국가가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로 묶였던 만큼 잔혹한 피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메콩 강 주변에 유독 폽과 관련한 귀신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이런 역사의 상흔이 반영된 결과다.

<메콩 호텔>을 비롯해 아핏차퐁의 영화가 보여주듯 인간과 귀신의 공존은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과거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는 편집에서도 잘 드러난다. 폽이 딸을 죽이고 내장을 꺼내 먹는 장면에 이어지는 건 살아생전의 딸과 폽이 되기 전의 어머니가 아름답게 석양이 지는 메콩 강을 등지고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다.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고 과거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듯 이 영화의 편집 역시 사건의 추이라든가 시간 순이라는 특정한 기준점에 맞추지 않는다. 대신 장면 간에 경계를 두지 않는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뒤얽힘’의 미학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영화를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은 편집 방식이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메콩 호텔>이 보여주는 바에 ‘교감’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극 중 대사를 인용하자면, “우리의 기억은 하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이 이 영화가 강을 배경으로 한 주요한 이유일 텐데 강은 기원에서 출발해 여러 지역으로 흘러나간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기억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결국에는 어느 특정한 사실이 바탕이 된 결과다. 그렇기에 교감은 각자의 뒤얽힌 기억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정서적 접착제가 된다.

<메콩 호텔>의 제작 배경 자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신작 <엑스타시 가든>의 촬영을 위해 메콩 호텔에서 리허설을 하던 중 그중 하나의 소재를 따로 떼어 <메콩 호텔>을 완성했다. 말하자면, <엑스타시 가든>이라는 기원에서 떨어져나온 또 하나의 기억인 셈인데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메콩 호텔>의 첫 장면에 출연해 영화와 현실, 혹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간의 경계마저 허문다. 강은 그렇게 수많은 존재와 사연들의 줄기를 따라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든 경계를 지우며 고요하게 흐르고 또 흘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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