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마인드>(Mega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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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인드>는 기존의 슈퍼히어로영화와 달리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발상의 애니메이션입니다. 극중 백인에다가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고 머리숱도 많으며 무엇보다 잘생긴 슈퍼히어로 메트로맨(브래드 피트)은 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보다 큰 가분수 머리에, 대머리이고 새파란 피부색까지 지녀 그렇게 호감이 가지 않는 메가마인드(윌 페렐)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선을 대표하는 메트로맨과 악을 대변하는 메가마인드는 라이벌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데요. 그것은 그렇게 태어났다기보다는 환경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주빅뱅으로 아기 때 지구로 피신 온 이들인데요. 모하나 부러울 것 없는 풍족한 가족의 품에서 자란 메트로맨과 달리 메가마인드는 교도소의 험한 재소자들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엇갈린 환경에서 자라난 메가마인드와 메트로맨은 서로가 앙숙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대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결은 너무 싱겁게 끝납니다. 꼭 한 번 메트로맨을 이기고 싶었던 메가마인드가 얼떨결에 그를 제거하는데 성공하는 거죠. 그럼 세상이 모두 제 것인 양 기쁘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나 봅니다. 숙명의 라이벌이 사라지다보니 메가마인드의 일상도 무료해집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악당도 슈퍼히어로가 있어야 그 악이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은 빛 혹은 어둠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빛과 어둠의 조화 속에서 운행된다고 할까요.

<메가마인드>는 어느 누가 봐도 슈퍼히어로무비의 기원인 <슈퍼맨>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쫄쫄이 유니폼만 달랐지 메트로맨은 슈퍼맨의 2010년 버전이고요, 메가마인드는 렉스 루터의 현시(顯示)에요. 영화 초반 메가마인드와 메트로맨이 지구로 오는 과정은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을 떠나오는 과정과 판박이이지 않나요. 슈퍼맨의 친아버지 조엘도 <메가마인드>에서 그대로 패러디됩니다. 메트로맨의 여자 친구이자 유능한 기자인 록산(티나 페이)은 로이스 레인과 닮은꼴이고요. 그러니까 변한 건 슈퍼맨과 렉스 루터, 즉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의 위상입니다.

<메가마인드>를 제작한 드림웍스는 늘 이렇게 대중의 편견을 뒤엎는 주인공을 내세워 톡톡한 재미를 보곤 했습니다.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해야 마땅했을 법한 동화에 못생기고 뚱뚱하고 고약한 초록색 괴물(<슈렉>)을 내세웠는가하면, 이소룡 같은 날렵한 무술인이 나와야 하는 쿵푸 이야기에 뚱뚱한 판다(<쿵푸팬더>)를 전면에 부각시켰죠. 잘생기고, 날렵하고, 옷 잘 입고, 돈 잘 버는 이들이 선으로 인식되는 작금의 대중의 편견에 일침을 가함으로써 현대판 동화 혹은 21세기 버전의 신화로 악(?)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메가마인드>도 그래요. 메가마인드가 괜히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게 아니에요. 얘도 사람들에게 관심 끌고 싶고 인기도 얻고 싶으며 무엇보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근데 머리가 크다는 이유로, 못 생겼다는 이유로, 남과는 다른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왕따 당하고, 배척당하는 거죠. 그러면서 비뚤어지게 된 것입니다.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는 거죠. 제 말은 메가마인드의 성격을 개조한다는 게 아니라 대중매체가 심어준 잘못된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드림웍스입니다. <메가마인드>와 같은 영화들이 못생김, 다름 등과 같은 개념을 악이 아닌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다룸으로써 대중의 탈골된 선악의 관점을 바로 잡아주는 거죠. 좀 다른 얘기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그 많은 유명 록커들이 신나게 ‘악’을 설파했던 것이 아니겠어요. AC/DC의 ‘Highway to Hell’과 조지 써로굿의 ’Bad to the Born’, 오지 오스본의 ‘Crazy Train’, 건스 앤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Bad’ 같은 곡들이 <메가마인드>의 OST에 삽입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3D애니메이션이기도 한 <메가마인드>는 3D구현에 있어서도 기존의 3D영화와 구별되는 역발상으로 진가를 발휘합니다. 우리가 3D라고 할 때면 대개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영상을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메가마인드>는 반대로 쑥 들어가는 영상을 선보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슈퍼히어로물이라는 특성상 메가마인드나 메트로맨이 추락하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장면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영화는 그런 추락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부감 숏을 사용하는데 그럴 때 관객은 극중 추락하는 인물과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란 건, 바로 이럴 때 적합한 표현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눈에 띕니다. 그것은 단순히 방학시즌에 맞춰 애니메이션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실사영화가 돈벌이에만 경도된 나머지 스펙터클한 이미지에만 집중하는 동안 최근의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가 잊어버린 영화적인 쾌감을 되살리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업>은 주인공들의 인생을 무성영화 기법을 적극 도입하며 감동을 자아냈고 <토이스토리3> 또한 옛것에 대한 향취를 자극하면서 오히려 어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마인드>는 사실 이야기적으로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역발상의 캐릭터는 이미 드림웍스가 <슈렉>부터 꾸준히 이어온 전략이고 슈퍼히어로물의 비틀기는 <메가마인드>가 나오기 전 <슈퍼배드>가 선보인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와 이미지라는 것이 백퍼센트 새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메가마인드>의 발상은 신선합니다. 사실 우리가 영화를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본질은 이야기를 재현하는 이미지에 있습니다. <메가마인드>의 3D는 단순히 유행에 무임승차하기 위한, 또는 입장료를 더 많이 벌기 위한 꼼수와는 거리가 멉니다.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역발상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3D의 튀어나오는 형상에 대한 선입견마저 뒤집으면서 이야기와 형식의 통일성을 꾀합니다. 그야말로, 영화적인 구현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게 <메가마인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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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Entertainment Report
EBS RADIO(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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