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M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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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니콜스의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는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감독이다. <테이크 쉘터>(2011)가 칸 영화제에서 무려 3관왕(비평가주간 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극작가협회상)을 차지했고 이듬해 <머드>(2012)는 경쟁부문에 올라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작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샷건 스토리즈>(2007)로 데뷔하여 이제 고작 3편의 영화를 만든 그이지만 뉴욕타임즈는 “독특한 연출력에 힘입어 지금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존재”라며 극찬했을 정도다.  

이처럼 제프 니콜스가 현재 미국 영화계의 가장 흥미로운 감독인 이유는 미국을 이야기하기 위해 미국적 장르(와 소재)를 취하되 기존 장르영화와는 다른 화법을 구사하는 까닭이다. <머드>의 경우, 14살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의 성장담이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까닭에 <허클베리핀>이나 <톰소여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한편, 엘리스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강 하류의 무인도에 숨어 있는 지명수배자 머드(매튜 매커너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평생에 걸쳐 그녀의 사랑을 믿고 있는 까닭에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을 읽고 자란 제프 니콜스는 “두 작품을 현대로 옮기면 과연 어떤 식의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다.”며 <머드>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러니까, <머드>는 미국 문화의 위대한 전통 위에 자리 잡은 작품이다. 그것이 어디 문학뿐일까. 영화화된 <위대한 개츠비> 외에도 엘리스의 친구로 나오는 넥본(제이콥 로플랜드)의 외모는 스티븐 킹 원작의 또 한 편의 수작 성장영화 <스탠 바이 미>(1986)에 출연했던 앳된 용모의 리버 피닉스와 무척 닮았다.

그와 같은 이 영화의 성분을 두고 가디언의 앤드류 풀버 기자는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 고전문학과 장르를 탐닉했던 이가 감독이 되면 현대의 영화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만들법한 야심작” 그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프 니콜스는 그 자신이 사랑했던 문학과 영화를 ‘진흙'(mud)처럼 뭉쳐 <머드>라는 수작을 만들었다. 다만 그와 같은 평가는 <머드>에 한정되는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는 그의 전작들을 모두 아울러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제프 니콜스는 장르를 사유(思惟)하는 감독이라고 말이다.

제프 니콜스가 “감독으로서 사고하는 법을 알려준 배우”라고 존경을 표한 마이클 섀넌은 <테이크 쉘터>의 시나리오를 받고는 좀 의아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굳이 왜 만들려고 하는 건가?” 작가적 기질이 농후한 제프 니콜스가 혹시나 할리우드의 뻔한 재난영화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이 됐던 것이다. 마이클 섀넌의 우려와는 다르게 <테이크 쉘터>는 볼거리를 앞세운 그렇고 그런 재난영화가 아니다. 폭풍의 스펙터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프 니콜스 감독은 이를 불안에 떠는 주인공의 심리로 치환, 당대의 중산층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의 실체를 캐치하는 데 탁월한 성취를 보인다.

<머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고전 성장담을 소재로 가져와 이를 추격전의 장르로 보여주지만 이를 지렛대 삼아 들어 올리는 메시지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제프 니콜스 왈, “<머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랑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날씨와 같아서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다가 상처받고 이를 치유한 후 다시 사랑에 빠지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렇게 순환하는 사랑처럼 제프 니콜스의 영화 또한 기존의 것들을 다시금 가져와 거기에 새로운 개성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익숙한 이야기와 장르가 연상되더라도 아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러브스토리이지만 달콤함이나 판타지 대신 혼란함과 생소함의 정서가 충만하고, 추격전의 양상을 띄지만 쫓고 쫓기는 긴박감보다 유유히 흐르는 미시시피의 탁한 강물처럼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그것이 14살 소년이 사랑을 경험하고 좌절하면서 느끼는 감정의 정체, 즉 사랑의 진실이 아닐까. 장르영화에서의 리얼리티라 함은 대개가 현장에 입회한 듯한 라이브 영상에 치우쳐 있었는데 제프 니콜스는 이를 감성과 감정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지금 제프 니콜스의 작품을 통해 흔히 미래의 영화라고 칭하는 어떤 실체를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맥스무비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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