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Money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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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을 기대케 하는 것은 인물의 입체적인 접근을 통한 사회 바라보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는 <카포티>(2005)의 베넷 밀러가 연출자로, <소셜 네트워크>(2010)의 아론 소킨이 작가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머니볼>은 돈이 우승과 직결되는 풍조가 만연한 프로스포츠계, 그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메이저리그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가치를 보여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을 다룬다.

야구의 꽃이랄 수 있는 타율과 타점, 홈런처럼 보이는 수치를 무시하고 오로지 출루율과 같은 효율성으로 선수를 선발, 우승권에 근접한 팀을 만든 빌리 빈의 업적은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는 혁명과 같은 것이었다. 예컨대, 빌리 빈이 구단 원로들의 반발을 묵살하고 기어코 성과를 이루고야 마는 플롯 구조는 베넷 밀러와 아론 소킨 콤비가 미국의 뉴 프론티어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실 빌리 빈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얻은 성과는 3~4년 전에 정점을 찍은 후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2011년 오클랜드의 성적은 74승 88패 서부지구 3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빌리 빈의 ‘스몰볼’이 맹위를 떨칠 때도 오클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탈락, 메이저리그 전체 우승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그런 빌리 빈의 업적이 지금 <머니볼>을 통해 재조명받는 것은 미국의 내부적 상황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강타한 금융 위기는 절대적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겹쳐놓으려는 듯 <머니볼>은 영화의 첫 화면에 ‘뉴욕 양키스 연봉 총액 1억 2천 5백만 달러 vs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연봉 총액 4천1백만 달러’라고 적시한다. (하지만 양키스는 어슬레틱스를 무찌르고 2001년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머니볼>은 스몰볼의 가치가 절대적이라고 옹호하지 않는다. 1918년 이후 우승이 없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스몰볼의 가치에 매료되어 큰돈에 빌리 빈을 영입하려 한다. 하지만 돈보다 우정을 택한 빌리 빈은 오클랜드 잔류를 선언한다. 하지만 부자 구단 레드삭스는 2004년 스몰볼이라는 효율성을 장착한 후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고 오클랜드는 또 한 번 플레이오프에서 눈물을 삼키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베넷 밀러와 아론 소킨은 큰돈을 가치 있게 굴릴 수 있는 효율성이야말로 지금 미국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빌리 빈을 다루지만 특정 인물의 스펙트럼을 통과해 사회에 대한 발언으로 기능한다. 제목이 <스몰볼>이 아니라 <머니볼>인 이유, 바로 이 때문이다.

3 thoughts on “<머니볼>(Moneyball)”

  1. 이 영화 정말 좋네요. 이야기도, 빌리의 차안 장면들도, 경기장면에 흘러나오던 음악들도요. 근데 20연승이 픽션이 아니라니, 정말 데이터는 픽션을 압도하는건가요;; 어째 스포츠의 로망이 약해지는 것 같..(야구는 설까치랑 H2가 전부인지라 뭘 몰라요)홈으로 들어와야 점수가 나는 야구룰이야말로 가족 중심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거라는 얘길 들어봤어요(과대 해석일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초반 빌리와 영감님 스카우터들의 껄렁한 회의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야구를 넘어선 이야기겠구나 싶었어요. 이런 미국영화는 참 바람직하다고 혼자 칭찬 좀 해봅니다^^* 근데요, 빌리가 아무리 “How can you not get romantic about baseball?” 라고 해도, 야구에 흥미가 생기진 않네요.

    1. 예, 20연승 사실이죠. 지금은 아닌데 그 당시 제가 메이저리그에 푹 빠져있던 때인데요, 그때 박찬호도 오클랜드에 뭇매 맞고 막 그랬죠. 근데 전 초반에 빌리 빈이 원로들 모아놓고 회의하는 장면 보면서 이건 단순한 영화 얘기도 아니고 빌리 빈 얘기도 아니고나 생각했어요. 구세대를 몰아내는 신세대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제목도 < 머니볼>은 고수한 거 아닌가 해요. 돈만 좇다가 X된 미국 상황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준 ‘스몰볼; 신화,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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