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 투 더 스타> 파멸로 향하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GV 전에 대본처럼 쓴 글이라 많이 거칠어요.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맵 투 더 스타 Maps to the Stars>의 제목을 거칠게 번역하자면, ‘별로 향하는 지도’ 그러니까, ‘스타로 가는 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영화는 시작과 함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오프닝 크레딧으로 보여준 후 야간 버스를 타고 할리우드에 입성한 애거서(미아 와시코브스카)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녀는 그렇게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죠. 그래서 카메라 역시 버스 안에 사람을 전체 숏으로 훑는데 애거서는 버스 좌석에 누워 보이지 않는 상태죠. 저는 그 모습이 마치 관에 누워 있는 시체처럼 보이더라고요. 할리우드에 입성한 애거서는 배우 지망생 운전기사 제롬(로버트 패틴슨)을 만나 스타들의 집을 표시한 스타맵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묻죠.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애거서가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스타의 모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여배우 하바나(줄리안 무어)는 어머니 때문에 겪었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나이 어린 스타 벤지(에반 버드)는 주변 사람, 특히 아버지뻘의 매니저에게 욕을 하는 등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인간 말종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맵 투 더 스타>가 보여주는 스타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에요. 애거서도 썩 정상적이지 않아 보여요. 얼굴 한쪽에 화상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사연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제롬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불 같이 신경질을 내는 모습은 그녀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죠.

할리우드의 수많은 스타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언급(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앤 해세웨이, 짐 캐리 등 모두 32명이 호명되었다죠)되는 <맵 투 더 스타>는 배우들이 처한 할리우드의 추악한 현실을 다룬 작품입니다. 원래 이 시나리오는 20년 전에 나왔다고 하죠.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친분이 있었던 브루스 와그너가 쓴 각본입니다.

브루스 와그너는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데 그의 모든 소설의 배경은 할리우드입니다. 브루스 와그너 자신이 <맵 투 더 스타>의 제롬처럼 리무진 운전기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의 고객은 오손 웰즈였다고 하죠. 그러면서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만나게 됐는데 그가 빌리 와일더 감독을 소개해줬다고 하죠.

빌리 와일더는 <선셋대로>(1950)라는 작품을 만든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퇴락한 여배우의 사연을 다루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이 퇴락한 여배우의 집 수영장에서 숨진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홀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요. 유령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셈인데 거기서 브루스 와그너는 아이디어를 얻어 <맵 투 더 스타>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죠. 그래서 극 중 인물들은 거의 모든 장면에서 검은 색 옷을 입고 나오는데 마치 유령처럼 보이죠.

<맵 투 더 스타>는 브루스 와그너 자신이 할리우드에서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던 것들을 그대로 녹여 놓은 이야기입니다. 극 중 인물들이 쏟아내는 말들 대부분도 브루스 와그너가 직접 들은 것들을 토대로 했다네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브루스 와그너로부터 이 시나리오를 10년 전에 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할리우드가 근친상간 관계로 유지된다는 아이디어가 맘에 들었다고 하네요. “일반인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태계로 존재하는 할리우드는 근친이 순환하고 그럼으로써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폐해를 은유하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메가폰을 잡았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메이저 영화사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독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메이저 영화사였다면 크로넨버그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테니까요. 왜냐면, 할리우드는 성공한 프랜차이즈를 우려 먹을대로 우려먹는 경향을 보이잖아요. 그야말로 영화의 근친인 셈이죠.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경력의 초중반기만 해도 인간성 상실을 테마 삼아 신체 변형을 볼거리삼은 그로테스크한 영화로 관객을 열광시켰습니다. 신체 변형의 이미지가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크로넨버그의 영화를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요소였죠. <폭력의 역사>(2007) 이후에는 은유와 상징이 난무하는 이야기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신화, 즉 <폭력의 역사>로 대변되는 폭력의 신화, 또는 <코스모폴리스>에서 보여준 신(新)자본주의의 신화 등을 다뤄왔던 거죠. 그런 맥락에서 <맵 투 더 스타>는 할리우드 스타의 신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그리스 신화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왜 아니겠어요, 지금 현대인들에게 스타의 존재란, 특히 할리우드의 배우들은 동경해 마지 않는 신화 속 존재와 다름이 없잖아요.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 이면의 신화죠. 그와 같은 정신병은 치료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치료는커녕 뫼비우스 띠에 갇힌 듯 정신적인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그런 상태의 최종 기착지는 결국 죽음이죠. 스타로 가는 길은 성공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처럼 <맵 투 더 스타>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음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 죽음을 이끄는 건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말하길 ‘이상 열광 fever dream’ 상태입니다. 그것은 흥분과 열망으로 몸이 달아오른 상태를 말하는데 데이빗 크로넨버그 왈, 그와 같은 상황이 할리우드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는 것입니다. 제롬의 경우, 어린 나이이지만 매니저에게 버릇없이 막 대하는 장면이 등장하죠. 더군다나 죽음을 맞이한 팬의 유령 때문에 그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도 못합니다. 촬영장에서는 상대 배우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니 몸에서 열이 나고 홀로 있을 때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노심초사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이 뜨겁지 않은 날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맵 투 더 스타>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불과 연관돼서 죽음을 맞이하죠. 그에 대한 대립항의 이미지로 ‘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흥분한 주인공들을 가라앉힐 요량인 건데 애거서의 친모는 오래 전에 쫓아낸 딸이 그들 주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죄책감과 앞으로 닥칠 비극에 대한 고민 때문에 찬물을 받아놓은 욕조에서 오열을 합니다. 원하던 배역경쟁 여배우에게 뺏겨 제정신이 아닌 아바나를 잠시간 구해주는 것도 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경쟁 여배우의 아들이 수영장에서 목숨을 잃은 거죠.  

이건 은유이기는 하지만, 풍자는 아니라고 크로넨버그는 말합니다. 너무나 리얼한 현실이라는 거죠.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의 각본은 브루스 와그너가 직접 경험하고 들은 것이라 얘기를 했죠.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이들 주인공들이 폴 얼뤼아르의 <자유>라는 시를 읊기 때문이기도 할 거에요. 모두들 할리우드라는 지옥에서 자유를 갈구하지만, 그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 아마 그것이 할리우드 ‘스타맵’의 정체일 겁니다.

그래서 <맵 투 더 스타>에는 출연진들이 엄청난 만들을 쏟아내요. 하지만 그들의 상태를 보세요. 뭔가에 흥분해 있거나 분노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해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정신 상태를 강조하기 위해 혼자 있는, 게다가 효과음도 전혀 쓰지 않아 황량한 숏들로 영화 전체를 끌고 가죠. 그런 상황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는 건 이들의 정신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스타로서 누릴 수 있는 지위는 제한적이죠. 평생을 스타로 사는 인물도 있지만, 극히 일부이죠. 오히려 스타의 지위를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한 배우들의 몸부림은 정신병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맙니다. 예컨대, 하바나는 엄마와의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엄마가 과거 성공했던 영화의 역할을 리메이크 작품에서 어떻게든 맡고 싶어 하죠.

이를 경쟁 여배우에게 빼앗기자 정신적 충격에 하바나는 어떻게든 존재 증명을 하려고 애씁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다행히 경쟁 여배우가 아들의 죽음으로 영화에서 하차하자 하바나가 그 역을 맡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풀이 죽어 있다가 캐스팅 소식에 경쟁 여배우의 죽은 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죠. 그뿐이 아니에요. 그런 자신의 자신감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비서로 들어온 애거서가 제롬과 사귀고 잠까지 잤다고 하자 제롬을 불러 차안에서 섹스를 하며 애거서의 공분을 삽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애거서의 정체가 중요해지는 대목이죠. 애거서는 사실 스타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에 온 것이 아니라 실은 동생 벤지를 찾아온 것이에요. 애거서는 자신의 부모가 근친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릴 적 집에 불을 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지금까지 살아 왔죠. 할리우드에 올 기회를 얻은 애거서는 이 참에 동생 벤지에게 사실을 알릴 참이에요.

하지만 애거서 또한 그들 부모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자신은 엄마의 반지를, 벤지로 하여금 아빠의 반지를 뺏어오게 하여 이 둘은 근친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어떤 죽음일까요? 혹시 애거서는 할리우드에서 난무하는 근친 관계를 자신의 세대에게서 막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건 아닐까요? 혹은 그들 역시 할리우드라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렇게 근친 관계를 맺어 살아 있으면서도 그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유령 같은 존재로의 탈바꿈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중요한 건 <맵 투 더 스타>가 애거서 남매의 관계를 통해 근친이 난무하는 할리우드의 인간관계를 꼬집고 있다는 거죠. 아닌 게 아니라, 제롬을 사이에 두고 애거서와 하바나는 일종의 근친 관계를 맺었죠. (실제로 줄리언 무어와 미와 와시코브스카는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에서 모녀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하바나는 자신이 출연하고 싶은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와 쓰리썸을 갖기도 합니다. 나이 어린 벤지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섹스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대죠.

이런 관계들이 모이고 쌓이면 결국 할리우드에 연을 맺은 인물들은 모두 섹스로 이어지고 그게 최종적으로 근친 관계가 되는 것이겠죠. 모두 파멸에 이르고 마는 거죠. 이에 대한 크로넨버그의 입장이 재밌어요. 크로넨버그는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은 와그너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충실하게 영화로 만들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극 중에는 화장실 변기에서 똥을 누는 하바나를 보여줘요. 이때 하바나는 애거서를 불러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러면서 두 번의 방귀를 뀌죠. 그 냄새가 마치 스크린 밖으로 새어 나오는 듯해서 보고 있기가 심히 불편해요. 크로넨버그 왈, 할리우드는 그렇게 똥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할리우드를 풍자한 영화가 있었던 가요.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지금까지 스물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개 할리우드에 입성하는 감독들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게 보통인데 크로넨버그는 전혀 다른 경우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 거죠. 우리가 짐작은 하고 있지만, 감히 대놓고 말하기 쉽지 않은 소재로 이렇게 뛰어난 영화를 만들었으니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확실히 특별한 감독입니다.

<맵 투 더 스타> GV
(2014.12.23)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