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Ma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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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맥도널드는 우리에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 <라스트 킹>(2006)과 같은 장편 극영화의 연출자로 알려졌지만 실은 다큐멘터리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다. 레게음악의 전설 밥 말리를 다루는 음악 다큐멘터리 <말리>의 메가폰을 잡게 된 과정은 케빈 맥도널드의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라스트 킹> 촬영 차 우간다에 머물 당시 곳곳에서 밥의 이미지를 보고 음악을 들었던 것. 밥의 무엇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걸까 궁금하던 차 <말리>의 연출 제안을 받은 것이다.

<말리>는 밥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밥 말리가 어떻게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레게음악을 창시하게 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폭넓게 조망한다. 인물의 전기를 다룰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형식을 도입한 셈이다. 하여 밥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되겠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그리 새로운 정보가 담긴 작품은 아니다. 그런 이유를 들어 <말리>가 실패한 작품이라고 말할 생각은 아니다.

케빈 맥도널드는 애초에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말리>를 구성하려고 의도했다. 밥 말리 같은 위대한 인물은 그 업적만 집중적으로 조명될 뿐 개인사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0여명에 달하는 밥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음악뿐 아니라 태생 그 자체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영국인 아버지와 자메이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밥은 백인이면서 흑인이었고, 또한 빈민가에서 자랐지만 유명 음악인이 되어 부촌에서 살았다.

밥 말리의 음악은 그렇게 흑과 백, 빈자와 부자 사이의 화해를 주선하는 메신저로 기능했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 조국 자메이카가 정치적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던 1978년 밥은 앙숙이던 두 정치 지도자를 무대로 불러 서로 손을 잡게 한 후 정치적인 화합을 이끌어냈다. 그럼으로써 뮤지션이자 혁명가이고 결과적으로 전설이 되었지만 개인에 집중하는 영화에 따르면 이는 모두 밥이 심취됐던 신흥 종교 ‘라스타파리안'(Rastafarian)교에 뿌리를 둔다.

흑인 해방 사상을 표방한 라스타파리안교는 밥 말리 개인과 그의 음악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요소다. 레게머리로 불리는 밥 특유의 헤어스타일은 라스타파리안교에서 나왔고 이 종교의 가르침을 받아 <No Women, No Cry> <Revolution> 등과 같은 소수자를 핍박하는 사회 현실을 비판한 곡들을 발표하며 음악으로 민중의 행동을 촉구했다. 어떻게 보면 <말리>가 다루는 밥 말리라는 개인은 종교로서의 개인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교리가 평화라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밥의 생애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 개봉한 또 하나의 음악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과 공유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밥이 라스타파리안교에, 조지 해리슨이 힌두교의 신비주의에 심취한 것처럼 팬들은 그들의 음악을 종교로 받아들였다. 밥과 조지는 그들이 믿는 종교를 통해 정신적 위안을 얻으려 했다. 그들의 팬들은 또한 밥과 조지의 음악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그처럼 종교는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대상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밥 말리의 아들이자 뮤지션인 지기 말리는 <말리>를 두고, “밥 말리를 신화적 인물이 아닌 개인으로 다루며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이어주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평가하며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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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말리>(Marley)”

  1. 맞아요 뭐라 말해야할지 몰랐는데 딱 고 느낌이네요. 하하와 스컬이 “라스파타리~안” 외칠 ㅋㅋㅋ 이 영화는 말리를 과하게 신격화해서 그닥 즐겁지 않았어요.

    1. 와~ 이 영화도 보셨어요? 너무 평범하죠? < 조지 해리슨>과 확실히 비교되죠? 확실히 마틴 스콜세지가 거장인 거장예요. 원래 < 말리>도 스콜세지가 만들기로 했데요. 근데 음악 저작권 때문에 시간이 걸리면서 케빈 맥도날드가 만든 거라고 하는데 좀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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