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라고 시작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연설은 유명하다. <마침내 자유>는 1968년 루터 킹이 일명 ‘가난한 자들을 위한 캠페인 The Poor People’s Campaign’을 위해 펼친 연설들에 대한 기록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2012년 베니스에서 희귀한 작품을 모아 영화제의 80년 역사를 돌아보는 ’80!’ 섹션에서 소개가 됐다. 실제로 <마침내 자유>는 워싱턴에서의 행사 후 얼마 뒤 암살당한 루터 킹의 마지막 행보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제목이 ‘마침내 자유’인 것은 루터 킹이 죽기 전까지 미국 내에서 벌어졌던 흑인 해방 운동의 상징적인 구호인 까닭이다. 다만 이 영화는 루터 킹의 발언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의 열정적인 연설들이 어떻게 들불처럼 사람들 사이로 번져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극 초반부의 연설이 소규모였던 것에 반해 갈수록 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이런 영화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다. 루터 킹의 연설을 들어보면, 미국 사회의 차별을 향한 증오가 엿보이지만 간디에게서 물려받은 비폭력으로 불평등을 바꾸려는 단호함이 동일한 층위로 목격된다.
그와 같은 진실함을 구현하기 위해 <마침내 자유>는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 ‘진실영화’라는 뜻) 스타일, 즉 서사를 미리 재단하지 않고 루터 킹의 행보를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 파격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미국의 공영방송 PBL이 기획한 TV다큐멘터리로서는 위험부담이 상당한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루터 킹의 의도를 살리고자 전례 없는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비록 루터 킹은 가고 없지만 그의 연설은 여전히 남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201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