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보이> 전규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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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보이> 전규환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4월 11일 금요일에 인디플러스에서 영화 상영 후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시의 대화 내용을 프리스톤 님께서 인디플러스의 블로그에 올려두었더라고요. 그 내용을 공개합니다.

허남웅(이하 허) : 전규환 감독 최초의 12세관람가 영화다. (웃음)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나.
전규환(이하 전) : 마음 속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했던 작품은 아니고 지자체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화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나오다보니 벗길 수 없지 않나(웃음)
 
: 전작을 보신 분들은 물론 알겠지만 전감독님 작품은 인물을 벗겨서 인상적이라기보다 다른독특한 감성들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의 드럼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마지막 작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구상하실 때 혹시 저 장면을 먼저 생각해놓고 다른 이야기들을 만드신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 엄마와 아이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그 다음 어떻게 다가갈까를 고민했다. 내가 아주 위대한 예술, 철학적 영화를 찍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고민들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마지막에 임팩트를 주고 싶긴 했다.
 
: 늘 다양한 영화적 시도를 하시는 느낌인데, 이런 영화 역시 어떠한 시도와 변화라는 점에서역시 감독님 답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가족영화’라는 점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나?
: ‘타운 시리즈’를 끝내고 <불륜의 시대>, <무게> 그리고 이번 <마이보이>까지 매번 장르의 변주를 나름대로 실험하고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족드라마 역시 기존 관습대로의 영화는 다른 분들이 충분히 훌륭하게 만들고 있으니 나까지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맨날 신라면만 먹을 수 없지 않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것 처럼 다양한 영화적 문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 작품의 경우는 설정 자체가 신파처럼 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거리를 두면서 가족들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스스로 먼저 정해놓은 게 있었나.
: 그렇다. 주인공 캐릭터가 슬프고 우울한데 보통의 가족영화처럼 슬픈 표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제 영화의 본 모습을 흐릴 수 있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한장면 한장면에 묻힐 수 있어서 그건 내가 원하는 철학은 아니다. 관객한테 강요하는 울음이나 슬픔은 배제하고 싶었고, 물론 그런 장면들이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주변의 캐릭터들도 깊숙히 들어가 있진 않다. 관객 역시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형태로 풀고 싶었다. 슬픔 안에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건 너무 뻔하게 생각된다.
 
: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인상적인 것도 같다. 연기자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분씩 얘기 듣고 싶다. 드럼 치는 이석철 배우, 서두에 지자체 제작지원 말씀하셨는데 그게 아마 이천이었던 것 같다. 캐릭터 이름이 이천인 걸 보면. 그 배우를 캐스팅 할 때 조건이 있었을 것 같다.
: 드럼 치는 아이를 찾기 우해 전국을 뒤졌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스탭들이나 영화 하는 사람들은 아역 탤런트 같은 이쁜 친구들을 추천 했는데, 그거보단 좀 더 이 아이의 모습에 가까운, 투박하게 생기고 촌스럽기도 하고 한 아이를 찾았다. <댄스타운>의 아이처럼 못생기고 뚱뚱하고. (웃음) 이태란, 차인표씨의 경우는 제일 중요한 건, 제가 같이 작업했던 모든 배우들, 조재현씨가 됐든 누구든, 기존의 기성 배우들이 해왔던 연기, 그들이 갖고 있는 연기의 화법이나 문법 그런걸 해체하는 것도 저에겐 의미가 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것. 연기자가 매번 똑같이 하는 건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하는 거고 관객에게도 민폐다. 그들도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건 충무로 젊은 감독들이 배우의 쓰임을 획일화 시키는 것 같을 때다. 이런 캐릭터엔 이 배우, 저런 캐릭터엔 저 배우… 그런 방식은 배우와 영화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
 
: 이태란씨는 TV 연기 쪽으로 특화된 배우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어떤 걸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 같다.
: 마찬가지로 이태란도 TV에서 숙련된 드라마적인 화법이 있다. 습관화된 걸 빼내는 작업이 중요했다. 도저히 안되면 여러 테이크 중에 그 같지 않은 걸 쓰게 되고. 차인표 역시 눈 에서 레이저가 나온다거나(웃음) 그런걸 빼는 작업을 많이 했다. 제일 선한 눈빛의 테이크를 쓴다든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영화를 만드는 시간이 정말 빠른 편이다. <마이보이>는 사건보다 감정에 치중하는 작품이고, 그러면서 연기자들의 연기 패턴 같은 것을 버려야 하고, 감정을 살리게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했을 거다. 전작에 비해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되었나.
: 촬영기간은 거의 비슷했다. 18회? 20회차 안 쪽에서 끝났다. 밤을 새운 적도 없다. 실내장면 같은 건 몰아서 찍고. 물론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베스트 상태가 되도록 기다려준다.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작업했다.
 
: 18회차 정도면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굉장히 짧은데 그 안에서 최선의 것을 뽑아내는 데는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다.
: 모르겠다. 보통의 상업영화들이 짧게는 40, 50회차 길게는 70, 80회차 찍는다는데 저는 제가 필요하면 회차를 늘리기도 하지만, 짧게는 보통 10~15회 찍는데, 제가 원하는 영화는 그 안에서 다 나오는 것 같다. 예산의 압박도 있다. 철저하게 갖고 있는 예산 안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찍고, 버리는 컷 없이 한다.
 
: 연기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나중에 엄마가 유천이를 안고 있는데 유천이가 미동도 없다. 조왕별이란 배우로 알고 있는데, 어린 배우가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 주문도 하고, 부탁도 하고 그런다. (웃음) 어린 배우에게. 니가 잘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 첫 장면에 이천이가 머리 깎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엄마가 아이 군대 보내듯이, 이제 유천에게 집중해야 하므로 이천에게 해줄 수 있는게 그런 거밖에 없는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첫 장면이 중요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어떤 의미를 담았나.
: 두 명의 중요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들의 사연 속에 관객들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감정 이입하는 시간을 준다는 느낌? 중요한 두 캐릭터를 롱테이크로 잡는데 이 둘이 갖고 있는 사연들과 이야기를 지금부터 펼칠 건데 준비가 됐습니까 하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
 
: 이천이에게 집중하지만 어른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차인표씨도 이천이를 돌봐주고, 휠체어 훔치는 아이들이 등장할 때도 도와주는 어른이 등장하고, 조기축구회 회원도 그렇고,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어른들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같았다.
: 제가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환타지 영화인 <무게> 때도 그렇고 사실에 입각해서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걸 좋아한다. 진실된 사건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갔음 좋겠다. 예를 들어 어떤 시나리오 작가가 처음 제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착하지 않냐고 하더라. 길에서 아이들이 나쁜 사람도 만나고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데 그 사람들 역시 너무 관습화 되어있는 문법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제가 봐왔던 어른들의 혹은 아이들의 모습은 거기서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그 정도 인 것 같다. 길에서 나쁜 사람 만나고 거기서 애가 또 헤쳐 나와서 희망을 가지고 성장하고… 재미없다. 저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가 겪은 것, 제 영화의 출발은 다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
 
: 감독님 영화는 빨리 찍는 데도 불구하고 치밀함이 느껴지는데, 이천이 방에 야구글러브 두 개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형제의 친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둘의 전사를 보여주는 느낌? 사고 전에는 꽤 화목한 가정이었을 것 같고. 미장센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아이들 놀이, 오락 카드에 대한 조사도 모두 했나.
: 시나리오는 다 직접 썼다. 모니터를 구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카드가 나오고 피씨방도 나오고 제가 흔히 볼 수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 그런 생할을 하므로 그냥 자연스럽게 넣은 거다. 게임 이름 같은 거 정도 찾아보고. 또 부모 역시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딱 고정도까지 야단치고 그러는 거 같다. 미장센 말씀하셨는데 저하고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는 상업영화 스탭도 많다. 맡겨주면 너무 장르 영화 속에 보여지는 뻔한 셋트, 저는 그런 게 맘에 안 든다. 내가 아는 미술은 그런게 아니고 <애니멀 타운>의 성범죄자도 그냥 그 정도의 모습인데 자꾸 뭘 채워 넣으려고 하고, 범죄자면 무얼 수집하고. 뭐 변태적인 걸 모으고… 너무 많이 관객들을 오염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은 게 안타깝다.
 
: 현장에서 많이 촬영했다. <무게>와 비교하자면 더욱더 그래보인다. 현장이므로 미술에 대한 신경을 덜 쓴 것 같기도 한데 어땠나.
: 다른 거다. <무게>는 환타지 영화니까 거기에 맞는 미술을 보여준 거고. 그저 손이 많이 갈 뿐이다. 전체가 셋트장이니까. 마찬가지로 로케 촬영할 때는 손은 덜 가지만 그와 비슷한 에너지 집중은 필요하다. 쓰임이 다를 뿐이지, 에너지는 똑같다.
 
: 제목이 <마이 보이>.  이천이도 내 아이고, 또 이천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텐데.
: 처음엔 <두 소년> 이었다. 그런데 그 의미보단 모두의 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 아이의 슬픔은 극중 엄마, 도공 혹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 그 간의 영화는 어둡다는 느낌이 많은데 실제로 만들고 싶어하는 건 <행오버> 같은 코미디 영화라고 들었다. 왜 미뤄지나?
: 내가 어느 날 그런 걸 들고 나오면 2천명 남짓한 관객들마저 날 버릴까봐 겁난다.(웃음) 하지만 무척 만들고 싶다. 그런 대책없는 코미디 영화들. 실제로 시나리오도 많이 써놨다. 다른 문법의 액션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 그렇다면 영화를 구상할 때 처음 영감을 주는 건 이야기인가 문법인가.
: 이야기다. 그 다음이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가족영화가 있다.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은 알겠다. 알지만 제 방법대로 영화를 찍고 싶을 뿐이다.
 

<마이보이> 관객과의 대화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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