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의 1:1 화면비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 뤽 고다르(1930~ )는 서른 살 나이에 만든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를 발표하며 프랑스 영화계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다. 기성세대의 영화와 기존의 제작 시스템에 반발, 전혀 새로운 영상을 구현해 냈는데 그 핵심은 ‘점프 컷 jump cut’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선형적 이야기 구조에 익숙한 당시 관객들에게 비약적으로 컷을 ‘건너뛰는 jump’ 편집은 충격에 가까웠다.

지난해 84세였던 장 뤽 고다르는 신작 <언어와의 작별>(2014)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수상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상을 공동 수상한 감독이 있었다. 1989년생의 자비에 돌란이었다. 자비에 돌란은 <마미>(2014)를 통해 전례 없던 1:1 화면비를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이미지에 익숙한 스물다섯 살의 감독이라면 능히 도입할 법한 화면이었다. 하지만 관객에게 1:1 화면비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이 젊은 감독의 치기 어린 시도가 아닌 이유는 극 중 캐릭터가 처한 현실에 가장 적합한 영화적 연출이기 때문이다.

<마미>의 세 주인공은 모두 자기 안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다. 스티브(앙투안 올리비에 필롱)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으로 보호소를 들락날락하는 중이다. 엄마 디안(앤 도벌)은 그런 아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매일 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 이웃에 사는 카일라(쉬만 클레망)도 마찬가지. 소중한 아들을 잃은 뒤 그녀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이가 없어 그만 말을 더듬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이미지의 특징은 셀프 이미지가 대다수인 까닭에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이 그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실 <마미>가 선보이는 1:1 화면비는 인스타그램 이전 초상화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형태였다. 안 그래도 자비에 돌란은 <마미>에 1:1 화면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초상화의 느낌을 도입해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감정 변화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는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마미> 이전 프랑스의 록 밴드 ‘인도차이나 Indochine’의 뮤직비디오 <컬리지 보이 College Boy>의 연출을 맡으면서 1:1 화면비를 시험해 보기도 했다. (그렇다,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이 여기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컬리지 보이>는 온전히 1:1 화면비로 진행되지만, <마미>에서는 1.85:1로 화면이 확장되는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이해받지 못해 힘들어 하던 스티브와 디안과 카일라가 유사 가족의 결합을 이루면서 한 번, 그리고 디안이 머릿속으로 스티브가 남들처럼 평범했다면 ‘펼쳐졌을’ 밝은 미래를 상상할 때 또 한 번 화면을 확장해 보인다. 아무래도 후자의 상황이 상상이니만큼 화면비의 변화로 느껴지는 실질적인 해방감의 카타르시스는 전자의 경우가 훨씬 큰 편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스티브와 디안 사이의 불안했던 관계가 카일라의 합류로 ‘3’이라는 안정된 형태를 띠면서 이를 만끽이라도 하듯 이들은 햇빛 찬란한 날에 길에 나선다. 디안과 카일라는 자전거를, 스티브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데 이에 맞춰 ‘놀라운 창’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듯 오아시스의 ‘원더월 Wonderwall’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이에 맞춰 스티브는 창을 열듯 두 팔을 넓게 벌리고 1:1의 화면비는 이 순간 1.85:1로 확장되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가지고 노는 듯한 화면비 연출은 돌란이 예사로운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다.

칸영화제에서 자비에 돌란은 심사위원 상을 공동 수상한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을 어떻게 보았느냐는 질문에 “별로 느껴지는 게 없었다”고 답해 화제가 됐다. 고다르가 젊었을 때 그랬듯 돌란은 선배들의 영화와는 다른 접근으로 영화의 신세기를 개척 중이다. <마미>의 1:1 화면비가 고다르의 점프 컷처럼 대중적으로 활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기존의 영화 상식을 뛰어넘은 연출인 것만은 확실하다.

맥스무비
‘미장센 추리 극장’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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