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감독’은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통해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를 보인다. 연출은 물론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하정우 감독은 추락할지도 모르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의 가능성을 끄집어내는데 주력한다. 욕 잘하는 한류 스타와 같이 중심인물들 모두에게 특징적인 성격을 부여, 캐릭터 코미디로 끌고 가는 것은 물론 개성 있는 캐릭터를 충돌시켜 상황 코미디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능수능란하다. 특히 대사가 주가 되는 영화의 특성상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言)에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일종의 액션이 될 수 있게끔 구성한 연출도 꽤나 돋보인다.
이는 하정우 감독이 배우 출신이기에 대사 그 자체가 지닌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자신이 유명한 배우인 하정우는 포장된 스타와 극한 상황에 놓인 스타의 밑바닥 모습을 상충시켜 신화화된 스타 이미지를 깨는 데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배우로서 그만큼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끌어들여 첫 연출작이라는 위험부담을 영리하게 경감시켰지만 또한 그런 이유로 무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다양한 캐릭터 군상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서 기능적으로만 활용되고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의 특성상 이야기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꿈 장면이 남용되는 것도 뒤로 갈수록 영화의 힘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처럼 <롤러코스터>는 하정우가 연출자로서 지닌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만 감독의 재능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이니만큼 연출 차기작인 <허삼관 매혈관>은 좀 더 나은 작품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맥스무비
(201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