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 폭발적으로 화제가 된 인도 영화가 있었다. 국내에 개봉도 하지 않은 이 영화는 샹카르 감독의 <로봇>이었다. <터미네이터>를 닮은 ‘로봇’이 <아이, 로봇>의 미래형 빌딩을 배경으로, <매트릭스>에서처럼 분신술을 이용, <디 워>의 괴수도 됐다가, <트랜스포머>의 로봇도 되는 등 인도 영화치고는 유례 없는 SF의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이다.
이야기는 <바이센테니얼 맨>에 <프랑켄슈타인>을 적절히 혼합한 모양새다. 바시가란 박사는 로봇 ‘치티’를 창조한다. 생김새와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감정까지 시뮬레이션한 치티는 급기야 바시가란 박사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에 위협을 느낀 박사는 자신의 창조물인 치티를 제거하려들면서 파국의 위기를 맞는다.
샹카르 감독이 <로봇>을 기획한 건 이미 10년 전. 막대한 예산, 캐스팅의 어려움(샤룩 칸은 시나리오가 무감동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때문에 제작을 연기해야 했던 감독은 남인도 영화의 거물 프로듀서 칼라니티 마란(Kalanithi Maran)의 지원으로 영화를 완성하게 됐다. 꿈의 프로젝트였던 만큼 <로봇>이 인도 영화계에 세운 기록도 화려하다. 인도 영화 최초의 SF이고, 4천만 달러의 제작비는 사상 최대이며 1,500개의 CG컷이 사용된 것 역시 기록적이다. 개봉 그 해 인도 영화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됐고 해외로도 수출되어 2,250개 스크린에서 <로봇>이 소개됐다. 물론 영화의 설정 및 이미지들은 할리우드 영화와 많이 겹쳐지지만 로봇마저 피해가지(?) 않는 뮤지컬 장면은 인도 영화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다.

15회 부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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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1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