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위드 러브>(Roma wit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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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알렌은 영화감독이면서 동시에 여행가다. 평생을 뉴욕에서만 붙박을 것만 같았던 그가 런던(<매치 포인트>(2005), <스쿠프>(2006)),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9)), 파리(<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등 영화로 유럽을 여행 중에 있는 까닭이다. 이번엔 이탈리아의 로마로 떠났다. 그래서 제목은 ‘로마에서의 사랑’을 의미하는 <로마 위드 러브>다.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은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물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연인과 함께 로마에 보금자리를 잡았고,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우디 알렌)는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을 앞둔 딸을 만나기 위해 로마로 왔으며, 갓 결혼한 밀리 커플은 로마에 정착할 생각에 적잖이 흥분된 상태다. 그에 반해 평생을 로마에서 살아온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사랑이 주제인 <로마 위드 러브>에 국경을 초월하고 노소를 아우르는 다양한 커플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우디 알렌은 로마를 둘러본 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나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로마에 사는 주민 100명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모두가 다른 사연을 들려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영화로 완성하게 됐다.

그런데 이들 커플이 들려주는 사연은 흡사 공화국 광장의 로터리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해 꼬리를 물며 헤매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연상시킨다. 이건 개인적인 비유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공화국 광장의 교통순경이 등장해 자신을 소개하던 중 자동차 사고가 나자 “신호를 줘도 이렇다니까요”라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이는 ‘인생의 여행가’ 우디 알렌이 <로마 위드 러브>를 통해 들려주는 삶의 가이드 같은 거다.

예컨대, 잭 커플은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행복한 상태다. 그런데 이들 커플 사이에 갑자기 모니카(엘렌 페이지)가 끼어들어 잭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로마에서 우연히 잭을 만난 유명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30년 된 자신의 결혼 생활을 경험삼아 잭에게 모니카의 유혹에 빠져드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잭은 존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급기야 모니카와 일탈을 감행한다.

그러니까, 어느 날 찾아온 모니카는 잔잔한 잭의 삶에 찾아든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교통사고’다. 그것이 어디 잭의 경우에만 해당할까. 제리의 사돈어른은 샤워 중 습관처럼 오페라를 부르다 제리의 눈에 띄어 거짓말처럼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고, 서로에게 충실했던 밀리 커플은 로마에서 길을 잃어 각자가 의도치 않은 불륜을 경험하며, 평범했던 레오폴도는 하루아침에 유명스타가 되어 일거수일투족을 주목받기에 이른다.

다만 이들이 겪는 삶의 교통사고가 실제 교통사고와 다르다면 그 후유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 대다수 사람들에게 삶은 무료하게 이어지는 바깥풍경과 같아서 별안간 목격하게 되는 교통사고는 종종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는 한다. 이런 종류의 삶의 사건이 더욱 짜릿한 건 누가 알려준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의 대선배 격인 존이 아무리 말린다고 해서 잭이 어디 모니카와의 일탈을 포기했던가.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동물이어서 그렇게 삶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그럼으로써 인생은 더욱 극적으로 변모하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의 어느 영화감독 겸 배우(?)는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말하자면,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를 여행하며 우디 알렌이 기록한 삶의 가이드북인 셈이다.

실제로 우디 알렌은 유럽의 여러 곳을 돌며 해당 도시가 품은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데 재미가 들린 모습이다. 이들 영화를 통해 풍광이 다르고 천차만별인 사연을 비추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생의 아이러니다. 시가의 교통순경을 비추며 시작했던 <로마 위드 러브>는 테라스에서 바깥풍경을 바라보는 로마 시민의 모습으로 끝마친다. 인생은 의도한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편안히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라는 말씀. 역시 우디 알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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