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위드 러브>의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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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 속 커플이 들려주는 사연은 흡사 공화국 광장의 로터리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해 꼬리를 물며 헤매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연상시킵니다. 정말로 그래요. 영화가 시작되면 공화국 광장의 교통순경이 등장, 자신을 소개하던 중 자동차 사고가 나자 “신호를 줘도 이렇다니까요”라며 멋쩍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는 우디 알렌이 <로마 위드 러브>를 통해 들려주는 삶의 가이드 같은 것입니다.  

예컨대, 잭 커플은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행복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들 커플 사이에 갑자기 모니카(엘렌 페이지)가 끼어들어 잭을 유혹하기 시작해요. 로마에서 우연히 잭을 만난 유명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30년 된 자신의 결혼 생활을 경험삼아 잭에게 모니카의 유혹에 빠져드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조언을 하죠. 하지만 들릴 턱이 있나요. 별안간 찾아든 사랑 앞에 감전당한 잭은 존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급기야 모니카와 일탈을 감행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날 찾아온 모니카는 잔잔한 잭의 삶에 찾아든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교통사고’일 거예요. 그것이 어디 잭의 경우에만 해당할까요. <로마 위드 러브>의 모든 커플들이 이런 종류의 교통사고를 겪습니다. 다만 이들이 겪는 삶의 교통사고가 실제 교통사고와 다르다면 그 후유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일 테죠. 삶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다수에게 무료하게 이어지는 바깥풍경과 같아서 별안간 목격하게 되는 교통사고는 종종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는 합니다.

이런 종류의 삶의 사건이 더욱 짜릿한 건 누가 알려준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삶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그럼으로써 인생은 더욱 극적으로 변모하기 마련이죠. 말하자면,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를 여행하며 우디 알렌이 기록한 삶의 가이드북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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