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Passerb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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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의 <레인보우>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영화다. 주인공 지완(박현영)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이야기란 점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을 둔 부인으로 영화와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영화이며, 기타를 좋아하는 아들 시영(백소명)의 도움으로 벽에 부딪힌 영화 소재도 얻고 이를 계기로 가족 간의 갈등도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음악영화이자 가족영화인 까닭이다.

요즘같이 하이 콘셉트(High Concept: 한마디로 간략하게 정의될 수 있는 이야기의 영화)의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한 상황에서 <레인보우>는 꽤 이질적인 작품으로 보인다. 장르가 오락가락(?) 하는데다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도 출연하지 않는다. 사실 <레인보우>는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한 전직 교사 출신의 신수원 감독이 겪었던 각종 경험들을 주재료삼은 자전적 작품에 가깝다. 그래서 신수원 감독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이 영화의 매력은 다름 아닌 ‘진심’이다.

극중 지완은 시장성이 떨어진다며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혹평을 가하는 프로듀서에게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따지듯 항변한다. 실제로 <레인보우>는 표현 방식에 일관성을 찾을 수 없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보통 사람들의 열정이 놓여있다. 지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아들 시영 역시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며 끝내 거리 공연에 성공하는 모습에는 감동을 넘어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다.

꿈과 열정과 희망은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감정의 결과물이지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얻어지는 타협물이 결코 아니다. 이를 고스란히 영화 연출 과정에 적용하면, 시장 상황에 순응한 작품이 아닌 감독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순수 영화로 치환 가능하다. 하여 <레인보우>는 소위 클리셰라고 부르는 뻔한 공식이나 익숙한 장면 연출을 따르지 않는다. 현실에 별안간 뮤지컬과 같은 판타지가 끼어드는가 하면 극영화 중간 중간 다큐멘터리 화면이 혼재하는 식이다. 독립영화만의 자유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편으로 인간을 바라보지 않고 상업성만을 신봉하는 메이저 영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어 제목은 희망을 의미하는 ‘레인보우’이지만 영문제목이 ‘행인3’(Passerby #3)인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다. 일상에 지쳐 고단하지만 꿈 하나만 믿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바치는 응원의 목소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주제곡이자 엔딩곡인 <행인 3>(감독 자신이 직접 가사를 썼고 인디밴드 ‘에브리 싱글데이’의 문성남이 작곡했다.)의 후렴구 가사는 ‘날 알아보지 못해/ 주위를 맴돌지만/ 날 알아보지 못해/ 어디든 갈 수 있어’다.

<논짱 도시락>의 오가타 아키라 감독은 <레인보우>를 본 후 “영화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다. 나 역시 용기를 얻었다.”며 극찬했고 <너를 보내는 숲>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영화가 끝나자 초등학생 관객들이 박수 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에도 와 닿는 정말로 좋은 작품이었다는 뜻이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어떤 소재의 영화이든 진심만 있다면 관객과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레인보우>는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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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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