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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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대표는 김조광수 감독과의 세기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결혼식 이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 최초의 퀴어 영화 전문 수입사 ‘레인보우 팩토리’를 설립해 운영 중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수입한 영화는 <로빈슨 주교의 두 번째 사랑>이다.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로빈슨 주교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수입한 이유를 빌미삼아 지금 한창 달콤한 신혼에 빠져있을 김승환 대표를 인터뷰 자리로 불러냈다.  

깨가 쏟아진다는 신혼 생활이 어떤가? (웃음)
행복한 거 같다. (웃음) 김조광수 감독님은 가능한 좋은 모습 보이고 싶어 하는데 나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안 쌓인다. 워낙 감독님이 활동을 많이 해서 나와 다르게 결혼식 이후에도 후유증이 별로 없다. 나는 무대에 서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결혼식이 딱 끝나니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를 뒤돌아보면서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했지, 하는 생각도 든다.  

결혼식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일로 바쁘다.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이하 ‘<로빈슨 주교>’)을 수입했다. 대표로 있는 ‘레인보우 팩토리’는 어떤 회사인가? 
2011년 9월에 청년필름 자회사로 설립한 퀴어 영화 전문 수입사다. 처음 수입한 작품이 <라잇 온 미>(2012)였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퀴어 영화상에 해당하는 테디베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님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이하 ‘<두결한장>’)을 공동 제공했다. 돈이 될 줄 알고 투자를 한 건데 손해를 봤다. (웃음)  
레인보우 팩토리가 수입하는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히 퀴어를 다뤘다고 해서 수입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또 반(反)퀴어적이면 안 된다. <라잇 온 미>처럼 동성과 이성을 떠나서 사랑의 본질은 같다, 또는 <로빈슨 주교>처럼 종교의 본질은 사랑이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와 같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약간은 계몽적이지만 대놓고 직접적이지 않은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고르고 있다. 레인보우 팩토리 외에도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서울LGBT영화제의 영화 선정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동성애는 사랑의 형태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선입견들이 많다. <라잇 온 미>나 <로빈슨 주교>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과정에서 그런 선입견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나?
극장의 젊은 프로그래머들은 좋아하는데 위에 계신 분들이 자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퀴어 영화의 성격 상 상영관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로빈슨 주교>는 더 안 좋았다. 종교까지 있어서 영화는 좋은데 부담스럽다고 하는 거다. 그게 늘 배급 과정에서 겪는 퀴어 영화의 문제점이다. 사실 <두결한장>은 배급에 실패한 거다. 배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초반에 보지 못하면서 극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생각해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김조광수 감독님과 내가 생각한 방안은 직접적인 퀴어는 아닌데 퀴어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 그리고 상업적 성공을 거둬서 많은 대중이 보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직접적인 소수자의 영화는 꾸준히 하되 <엑스맨>과 같은 대중적인 영화를 통해 퀴어를 우회하는 영화를 만드는 거다. <엑스맨>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게이다. <엑스맨>은 슈퍼히어로에 대한 영화이면서 소수자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그처럼 대중적인 영화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소수자의 영화일 수도 있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로빈슨 주교>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수입을 결정했나?
지난 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이 됐었다. 그 전에 보긴 했는데 사실 영화를 뺏긴 거다. (웃음) 그런데 DMZ영화제에서는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체가 전문인 영화제이다보니 <로빈슨 주교>에 관심을 가질만한 관객이 가지 않은 거다. 다행히 이 영화에 대한 기사는 나왔지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올해 LGBT영화제에서 틀었는데 의외로 성직자분들이 많이 오셨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어느 목사님은 성경이 2000년 전에 쓰인 건데 그 이후에 다시 쓰이지 않은 게 문제라고 하셨다. 성경이라는 게 시대에 맞게 새롭게 쓰여야 하는데 2000년 전의 율법에 너무 얽매여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그 율법을 다 지키지도 않으면서 성소수자에게만 너무 엄격하게 대하려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 때문에 종교가 보수적이 되어가면서 소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너무 변화를 하지 않았던 거다. 구약과 신약을 옮기는 선지자들이 있었지 않나. 근데 그런 게 이후에 이어지지 않고 있는 거다. 서울LGBT영화제에서 <로빈슨 주교>의 상영이 있던 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참여했던 성직자분들의 대다수가 과거의 율법에 얽매이지 않아야 성소수자 신도들이 상처받지 않는다고, 그런 점에서 <로빈슨 주교>를 너무 틀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수입을 한 거다. 사실은 공동체 상영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성직자 분께서 교회 안에서 상영하는 건 부담스럽다, 극장에서 하면 보러가겠다, 하시더라. 그럼 우리가 주말이나 예배 시간 이후에 볼 수 있도록 극장을 잡아보겠다 하게 된 거다.

흔히 동성애를 다루는 작품의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젊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로빈슨 주교는 성직자이면서 나이가 많은 분이다.  
로빈슨 주교가 나이가 많다는 점도 이 영화를 수입하는 데 고려가 됐다. 주교님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다보니 올해 성직자 생활에서 은퇴를 했다. 그런데 로빈슨 주교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변했다. 특히 젊은 세대보다 더 격렬하게 반대하던 윗세대가 로빈슨 주교 때문에 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교회 안에서 <로빈슨 주교>를 공동체 상영할 때 연세가 많은 분들이 로빈슨 주교의 나이가 많다는 점 때문에 동성애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자신들보다 윗세대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지지를 떠나서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예전 같으면 무작정 거부했는데 지금은 듣거나 볼 정도는 되었다는 거다.

흔히 우리 같은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의 생각과 말에 대해서 변화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선을 그어 넣고 일부러 무시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깨달은 바가 크겠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세대에 대해서 어차피 당신들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배격했던 것 같다. 특히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윗세대들에게 노력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최소한 노력은 하고 실망을 하는 게 맞는 거였는데 너무 쉽게 단정 짓고 배격했다. 그래서 <로빈슨 주교>를 가져오면서 보람이 있었다. 돈은 안 될 것 같은데 (웃음) 이 영화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나중에 세월이 지났을 때 <로빈슨 주교>를 내가 한국에 소개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제는 <Love Free or Die>다.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은데 ‘로빈슨 주교의 두 번째 사랑’으로 의역했다.
원제대로 하면 너무 공격적인 것 같았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로빈슨 주교의 극 중 사랑이 두 가지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25년을 함께한 배우자에 대한 사랑. 이 두 개가 상충이 되니까 괴로웠을 텐데 결국은 상충하는 게 아니라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종교인 중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신앙과 사랑이 충돌하는 것 때문에 되게 힘들어 한다. 그렇게 해서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건데 그럼으로써 교회를 떠나게 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제목을 지었다.

<로빈슨 주교>처럼 결혼을 포함해서 대표님 부부의 활동들을 다큐멘터리로 다뤄도 될 것 같다. (웃음)
이미 다 찍었다. 제목은 <늦장가>다. (웃음) 감독님은 결혼을 너무 늦게 하셨지만 나는 결혼 적령기에 한 거다. 저희가 5월 15일에 결혼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이전 며칠 전부터 결혼식 이후 두세 달 정도까지 찍은 분량이다. 내년 부산영화제에 공개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내년 가을에 개봉하고 싶다.

레인보우 팩토리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단편 퀴어 영화를 묶어 내년 봄 쯤 개봉할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하룻밤>을 포함해 <밤벌레>와 <T.N.T>까지 세 편이다. <밤벌레>는 연출이 굉장히 좋다. <T.N.T>는  톱앤톱(top&top)의 약자다. 게이나 레즈비언의 성생활에 있어서 톱과 바텀(bottom)의 구분이 없지만 선호도는 있다. 그게 다르면 괜찮은데 둘 다 탑일 수 있고 반대로 바텀일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성생활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빗댄 작품이다. 잘 나와서 같이 묶기로 했다.    

사진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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