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채털리>


<죽음과의 작은 협상>(1994)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한 파스칼 페랑 감독의 <레이디 채털리>는 ‘18禁 소설의 고전’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원작이다. 무엇보다 <레이디 채털리>는 ‘야한 영화’로 곡해되던 그간의 편견을 깨고 채털리 부인을 ‘에로 부인’에서 ‘시대를 앞서간 여인’으로 복권한다.

결혼 제도와 계급대립이 성적 억압을 통해 이뤄지고 있던 1920년대 초반, 채털리 부인은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시대의 룰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레이디 채털리>는 콘스탄스가 능동적으로 삶의 쾌락을 탐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하인 파킨과 관계를 갖는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이를 그녀의 엇나간 욕정으로 이해하는 대신 성적 억압에 맞서 성의 자유를 추구한 독립된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콘스탄스의 이런 모습을 무리 없이 그려낸 데에는 파스칼 페랑 감독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런 사실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령, 그동안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대부분이 콘스탄스를 욕망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면 <레이디 채털리>에서 콘스탄스는 파킨에게 사랑의 대상일 뿐이다. 이들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리드하지 않는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감정을 교류할 뿐이다.

<레이디 채털리>에는 남자든 여자든 그 어떤 존재가 우위에 서는 순간이 없다. 감독은 “주인공 남녀의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경험으로 그려내기 위해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그러니, 과도한 성애 장면을 감상하려는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콘스탄스와 파킨의 감정을 잡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평등을 말하는 <레이디 채털리>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채털리 부인을 보여준다.







필름2.0 343호
(2007. 7. 14)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