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즈>(The Runa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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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패닝이 벌써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거기에는 다코타 패닝과 함께 <트와일라잇>과 <뉴문>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있었는데 선글라스 낀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들의 얼굴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관심 끄라고’ 무시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른이 되는 게 뭐 대수냐고, 파격적인 복장 입은 여자 하루 이틀 보냐고 내심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녀들은 실은 미국 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런어웨이즈’(The Runaways)다. 

알 만한 팬들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그러나 한국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런어웨이즈는 여자로만 구성된 최초의 록 밴드다. 더군다나 10대 소녀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종종 투박하고 아마추어의 냄새를 풍기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특유의 헤비메탈에 펑크 록을 교묘하게 결합한 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나 1975년 결성 당시 십대 소녀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온갖 편견에 저항하며 어른들이 하늘 높게 쳐 놓은 편견의 장벽을 음악 하나로 무너뜨리며 미국 사회에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조안 제트와 체리 커리로, 각각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이 연기하는 영화 <런어웨이즈>는 바로 그 전설적인 밴드의 이야기다.

영화는 런어웨이즈가 결성한 1975년부터 해체하는 1978년까지 고작 3년의 시간을 다룬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무려 6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할 만큼 워낙 파란만장한 밴드였던 탓에 105분의 상영시간이 마치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페라리의 속도만큼 지나간다. 그것은 이 영화가 팀 리더이자 주요한 곡을 만든 조안 제트와 보컬을 맡은 체리 커리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런어웨이즈의 신화 밑바탕에 깔고 있는 까닭이다. 로커를 꿈꿨지만 포크송을 가르쳐야 하는 세상이 불만인 조안 제트와 불우한 환경에서 하루 빨리 탈출하고 싶은 14살의 체리 커리는 프로듀서 킴 파울리(마이클 새넌)를 만나 의기투합, 런어웨이즈를 결성하고 단시간 에 거물급 밴드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 둘의 갈등은 빠른 성공만큼이나 가파른 추락을 불러왔다.

조안 제트와 체리 커리처럼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역 배우 출신의 걸 스타다. 이미 어릴 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이 둘의 현장에서의 미묘한 신경전은 실제 조안 제트와 체리 커리 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경쟁 심리와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 감독 플로리아 시지스몬디의 설명이다. 짧은 커트 머리에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보이시한 매력을 풍기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귀여운 맛은 온데간데없이 마약과 섹스에 몸을 던지고 란제리룩으로 무대에 오르는 다코타 패닝의 전례 없던 연기와 이미지가 가능했던 것도 이 둘의 경쟁 심리를 은근히 부추긴 감독의 몫이 컸다.

체리 커리의 자서전 <네온 엔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런어웨이즈>는 그러니까 무대 위의 모습을 포착하고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으로 처바른 단순한 음악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철없는 10대 반항과 열정만을 다룬 작품도 아니다. 기득권의 썩은 내 폴폴 풍기는 압박 속에서 영혼의 숨 쉴 구멍을 찾기 위해 두려움을 떨쳐내고 음악으로 분연히 일어난 10대 소녀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감동은 사라지고 과장된 액션과 쇼비즈니스만 남은 현재의 록음악계를 보건데 런어웨이즈가 갑자기 스크린에 부활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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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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