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 김태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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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영화가 웹과 SNS 상에서 화제다. 아직 개봉을 했거나 촬영에 들어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 예정인 김태윤 감독의 연출의 변을 들어보자.

“2011년 여름, 신문기사를 읽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속초의 택시기사 황상기 씨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황상기 씨는 고등학교 졸업반인 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반도체 회사에 보내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2년 만에 백혈병에 걸려 돌아왔습니다. 황상기 씨는 딸이 혹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것, 그리고 그 회사에서 딸과 같은 병을 얻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병마와 싸우던 딸은 병원으로 향하던 황상기 씨의 택시 뒷좌석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황상기 씨는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가 말립니다.

기나긴 싸움 동안 주위의 만류와 회사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틴 황상기 씨는 마침내 재판에서 승소판정을 받아냅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평범한 속초의 택시기사가 해낸 것입니다. 그것은 작지만 큰 승리였습니다.

이 싸움의 과정 자체가 제게는 너무 큰 감동이었습니다. 과연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속초로 황상기 씨를 찾아 갔습니다. 대화하는 동안 그 분의 삶과 사연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꼭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들 영화제작을 말렸습니다. 누가 영화에 투자할 수 있겠으며 또 누가 그 영화에 출연하겠냐, 한마디로 영화제작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황상기 씨의 사연에 감동받은 뛰어난 영화배우들과 스탭들이 돕겠다고 나섰고 몇몇 후원자들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제작비가 모자라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고통을 당한 그들은 바로 우리 이웃이자 <또 하나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故)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에 대한 이야기다. 김태윤 감독은 이와 같은 사연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현재 시나리오와 캐스팅, 그리고 헌팅까지 마친 <또 하나의 가족> 팀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 중에 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으며, <또 하나의 가족>에 관심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제작비와 관련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 김태윤 감독을 만났다. 

<잔혹한 출근>(2006) 연출 이후 <인사동 스캔들>(2009) <용의자X>(2012) 등 시나리오 작업에만 전념해왔다.
계속 시나리오 작업만 했다. 먹고 살려고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웃음)

<잔혹한 출근>은 거액의 사채 이자 때문에 유괴를 하게 된 가장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이야기였다. 지금 준비 중인 <또 하나의 가족>은 거대 기업에 맞선 평범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회적인 문제를 접목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잔혹한 출근>이라는 소위 말하는 상업영화를 만든 후에 또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생각해 시나리오를 쓰는 것 자체가 재미없는 게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가져가면 대중적이다, 대중적이지 않다, 또는 돈이 된다, 안 된다를 미리 재단하고, 그걸 다시 계량화하거나 수치화한 데이터를 가지고 된다, 안 된다는 식의 압박이 과도하게 들어오니까 창작의 동력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많은 재능 있는 감독들이 상업영화 시장에서 충분한 연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할리우드만 하더라도 시니라오를 써 가면 에이전트가 받고 그걸 에이전트가 제작사에 돌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은 입도선매를 한다. 일정액의 돈을 받고 제작사나 투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방식에 개인적으로 완전히 질려 버렸다. 이렇게 5, 6년을 하다보니까 경제적 문제가 걸리긴 했지만 무엇보다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 이제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끌리는 이야기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결심했고 그게 바로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말하자면 <또 하나의 가족>이 실질적인 데뷔작이다?
그렇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가족>은 예산이 적지만 내 뜻과 내 기획이 관철된 내 시나리오로, 내가 마음에 드는 스탭과 온전하게 영화를 찍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첫 번째 기회다.

<또 하나의 가족>은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황상기 아버님의 사연을 접하고 영화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2011년 6월 22일인가, 23일에 황상기 아버님이 1심에서 승소하셨다. 이에 대한 기사화가 별로 되지 않았는데 ‘한겨레’에서 읽은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어떻게 이겼을까가 궁금했고 그 전에 막연하게 삼성 반도체에서 백혈병 환자가 나온 것만 알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황상기 아버님이 딸 유미 씨를 잃고 1심에서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프로듀서나 제작자, 동료 감독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더라.

왜 하지 말라고 하던가?
투자도 못 받을뿐더러 힘들게 만들더라도 배급은 누가 해줄 거며 그런 걱정을 해주신 거다. 그러면 중단한 시나리오나 써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두세 달 정도 계속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더라. 내가 잘하는 게 이야기를 쓰는 거니 영화로 안 되도 어쩔 수 없다, 시나리오라도 만들어봐야겠다고 했다.

아버님은 어떻게 찾아뵙게 됐나?
수소문을 해서 전화번호를 찾았고 연락을 드린 후 속초로 찾아뵈었다. 아버님 집 앞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소주를 마시며 두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아버님께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냐고 의견을 물었는데 쉽게 허락을 하지 못하셨다. 그럴 만도 하시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갑자기 나타나서 두세 시간 얘기한다고 쉽게 허락해주시지는 않을 테니까. 그 다음부터는 계속 쫓아다녔다. 아버님이 재판이나 집회가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서울에 올라오신다. 그때마다 찾아뵈었다. 한 5~6개월 지났을까, 확답을 안 하셨는데 당신이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됐다.

아버지를 찾아뵙는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아픈 일을 겪으셨고 그 일이 아물지도 않으셨을 텐데 영화화 허락을 얻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작가나 감독들은 이야깃거리를 잡으면 머릿속에서 분리가 되는데 이번에는 잘 안 떨어지더라. 그렇기도 하고 워낙에 또 사회적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이 많잖나. 그러다보니까 용기를 내서 가게 됐다.

직접 얘기를 들으면 또 달랐을 텐데, 기사로 접한 내용과 다른 이야기도 있었나?
직접 들으니 사연의 결이 좀 달랐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따님이 돌아가셨는데 기사를 읽는 것보다 아버지가 직접 얘기해주시니 그 느낌이 더 달랐다. 무엇보다 아버님이 매력적인 캐릭터이시다. 항상 웃고 있는 얼굴이고 그래서 뭐랄까 바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아버님의 인간적인 매력에 더 넘어가게 됐다. 사실 실화의 인물을 만났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버님은 실화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좋았다. 쫓아다니게 된 것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유미 씨의 죽음은 제한된 언론에서만 다뤄졌어도 나름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왔다. 이를 영화로는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
사회고발 쪽으로 초점을 잡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모든 프로파간다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가족>이 프로파간다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사회고발과 같은 메시지는 너무 전면에 드러내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배제하고 메시지는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계획이다. 사실 <도가니>(2011)처럼 아동성폭행이라는 절대 악이 존재하면 그렇게 갈 수 있을 텐데 그런 건 아니잖나. 대기업에서 복무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그들이 부양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은데 절대 악으로 묘사한다는 건 부담이 됐다. 그래서 가족에 집중하자, 가족 이야기로 풀어야겠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택시기사에게 비극적인 일이 생겼을 때 그는 어떻게 움직일까, 에 초점을 맞춰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사회고발과 관련한 부분은 아무리 거둬내려고 해도 어차피 그것 때문에 성립되는 이야기라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더라.

극 중에 명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기족>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 때문에 항의가 들어오거나 어떤 방해의 액션이 감지되지는 않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다. (웃음) 만약 그런 일이 닥치면 그때 가서 헤쳐 나가면 되지 만들기 전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실 제작 과정에서의 방해는 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다. 대기업의 자본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그들이 방해를 할 만한 근거가 생기지만 <또 하나의 가족>은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다. 배급 과정에서 이 영화를 안 받겠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제작 자체를 방해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사실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배경에는 삼성 반도체가 있다. 이 영화가 굳이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에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결코 삼성 반도체에만 한정된 사연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의도가 읽힌다.
그렇다, 이는 기업들의 전체적인 문제다. 반도체 전자산업만 놓고 보자면 삼성이 환경이 제일 좋을 거다. 지금은 위험한 작업들, 예를 들면 황유미 씨가 작업했던 라인 자체를 없앴고 하청업체에 준다고 하더라. 그런데 하청업체가 또 비정규직이다. 그 분들이 어떤 작업을 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모르고 파악도 잘 안 된다. 노조도 없고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게 삼성 반도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서 굳이 특정 기업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극 중에는 제일 좋은 회사다, 라고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법률적으로 삼성이라고 명시하면 못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에 대한 법률적 자문도 구한 건가?
박경신 변호사님에게 받았다. 시나리오 완성본이 나오면 다시 보내드릴 예정이다. 변호사님께서는 얼마든지 자기가 법률적 자문은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박경신 변호사님은 예전에 임상수 감독님의 <그때 그 사람들>(2005)의 법률자문도 맡았었다. 어떤 딴지가 들어왔고, 박근혜가 나온 푸티지는 왜 뺐는지, 앞부분에 어떤 자막이 들어가면 걸린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완성됐고 박철민, 윤유선 등의 캐스팅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작비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Good Funding‘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 <26년>도 소셜 펀딩 외에 이를 통해서 다른 분들이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예산은 확실하지 않은데 10억 미만이 될 거다. 거기서 얼마나 다운될지는 잘 모르겠다. 

Good Funding에서 보듯 <또 하나의 가족> 제작을 위해 말하자면 공개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소셜 펀딩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공식적으로 투자사에 투자를 해주세요, 라고 한 적은 아직까지 없다. 처음부터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투자를 받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다. 지금 충무로는 대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큰 대기업의 이야기를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최대한 예산을 줄이는 대신에 여러 분의 도움을 얻는 게 맞는 방식이지 싶었다. 그에 반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배급 라인을 타는 것은 아직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예상하고 있는 10억 원 정도의 제작비를 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살짝 밀릴 수도 있겠지만 12월 초에 촬영에 들어가는 걸로 예정이 되어 있다.

다행히 <또 다른 가족>의 펀딩 소식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활발히 전해지고 있다.
Goood Funding에 등록하고 나서 하루에 천만 원씩 올라왔다. 반응들이 확 올라오니까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그러다 약간 다운되긴 했지만 그래도 벌써 6일 만에 40% 정도 진행이 됐다. (기자 주_ 이 인터뷰는 11월 8일에 이뤄졌다.)

그런 반응을 접하는 기분이 남다르겠다.
대중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기대하는 부분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 않나. 성향들도 비슷하고. SNS를 안 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도 <또 하나의 가족>에 대한 소식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가족>의 소셜 펀딩과 관련, 주요 일간지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고 있지 않다고?
그렇다. 보도 자료를 일단 냈는데, (그런데 혹시 담배 피우세요? 끊었다가 다시 피게 됐어요.) 그러니까 시나리오에서도 묘사가 될 건데 일간지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받아야 하지 않나. 그래서 관련한 기사를 안 싣는다. 그게 대기업의 가장 큰 힘이다. 그런 식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언론은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을 재간이 없지 않나. 내가 일부러 일반인 친구들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과 관련한 얘기를 안 했는데 연락이 안 오는 거 보니까 아무래도 기사화가 되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 같다.

결국 그런 일들 때문에 끊었던 담배를 피게 된 건가? (웃음)
그런 건 아니고. 배우들과 스탭들 만나다보니까 너무들 많이들 담배를 피워서 덩달아 피게 됐다. 사실 시나리오 쓰고 배우 캐스팅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좋은 스탭들이고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인데 돈도 못 받는 상황에서 기꺼이 참여를 해줘서 힘이 났다. 시나리오도 일반적인 투자사나 제작사에게 검사 받는 것이 아니어서 내 스스로 쓰고 프로듀서와 수정해나가는 부분들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가족>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주변 스탭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지점이 있었나?
내부에서의 의견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이었다. 그래야 많은 이들에게 소구가 되니 영화를 잘 찍어야 한다. 그래서 영화를 잘 만드는 쪽에 주력하고 있다. 아버님이 1심에서 승소하는 장면이 영화의 끝인데 극 중 그 과정까지가 지난하게 어려우면 그 자체가 고발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시나리오가 거의 최종본 비슷하게 나왔는데 다행히 스탭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다.

최근에 대선이 가까워지고 MB정권의 레임덕이 오면서 정치(적인) 영화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런 영화적 환경이 <또 하나의 가족>이 기획되는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MB정권이 문화예술인들을 투사로 만들고 있다, 고 누가 얘기 했지 않나.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축소되다보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사회 고발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사실 <또 하나의 가족> 같은 경우만 해도 돈도 있고 수사력도 있는 방송사에서 기획하면 훨씬 더 잘 파헤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영화가 나서게 된 거다. <또 하나의 가족>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 분명하다. 처음엔 우리도 대선 전에 만들어 대선후보들 초청하고 보게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정치적 권력만 바뀌는 거지 경제적 권력은 여전할 텐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천천히 준비해서 제대로 갑시다, 하게 된 거다.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면서 연출적으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노력과 모든 게 영화에 잘 담겨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많다. 가짜 같이 보이면 안되는데, 혹은 돈을 벌려고 만든 것처럼 비치면 안 될 텐데 그런 점에 대한 고민이 있다.

영화를 통한 수익금의 일부는 삼성반도체 피해자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혔다. 돈을 번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어도 되지 않을까?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돈 벌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못 박고 시작을 했다. 다만 많은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건 모든 감독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통해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심플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불행한 가족이 나타나면 안 된다. 제발 이러지 맙시다, 그런 메시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너무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특히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노동자들이 죽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가 된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SNS로 환기가 되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얘기를 해주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은 잘 모른다. 내가 <또 하나의 가족> 시나리오를 쓸 때 언급된 영화가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2012)이었는데 이들 영화가 다룬 소재는 상대적으로 특수했다. 그런 학교에 다닌 특수한 사람, 특수한 사례에 빠진 억울한 사람 이런 것들. 근데 <또 하나의 가족>은 어느 가족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더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투쟁이고 항의이면서 사회고발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나오면 주변에 환기가 될 테고 더 많은 분들이 보게 될 테고 그러다가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면 더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쨌거나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내년 상반기 비수기 때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또 하나의 가족>은 ‘Good Funding’에서 제작비와 관련한 소셜 펀딩을 진행 중에 있다. 11월 1일 시작해 12월 1일까지 한 달 간 1억 원을 목표금액으로 정했다. 김태윤 감독과의 인터뷰를 읽고 <또 하나의 가족>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바로 여기에서 후원할 수가 있다.  

딴지일보
2012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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