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는 구걸중…


탄핵덕에 월드컵 이후 딴지가 호기를 맞았다.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대규모의 유저들이 딴지를 접속하기 시작하였고 딴지역시 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창간이후 가장 빠릿빠릿한 대응으로 그네들의 욕구를 127% 충족시켜줬다.

독자들은 딴지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며 좋아했고, 두 명을 찾아라 이벤트가 진행되자마자 유수의 방송국에서는 촬영을 하겠다고 사옥을 찾아 왔으며, 신문에서는 딴지의 순위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급격히 상승하였다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에 고무된 딴지는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탄핵에 매달린 결과, 평상시 두달 걸려야 될 분량의 기사 업데를 무려 5일만에 올리는 쾌거를 일구며 연일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이너넷 전체 순위 20위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연출했음에도 불구 티셔츠 몇 장 판걸로 판세를 마감하여 아쉬움을 샀던 총수는 급기야 그제 식사 도중 자발적 유료화를 하면 어떻겠느냐며 직원들의 의중을 떠본다.

결과는… 반대. 너무 속보이는 행동이며 구걸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게다가 내 생각이 맞다면 총수는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유료화가 시행되던 당시에 <서프라이즈> 지승호와의 이너뷰에서 자발적 유료화를 두고 구걸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자발적 유료화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오늘 회사에 와보니 디자이너들의 입이 나와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딴지가 오프라인 책장사를 한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오히려 자발적 유료화보다 더 명분도 있고 괜찮은 거 아니냐 했더니만 아, 글씨 그 조건이라는 것이 쪼까 껄적지근하다. 아마도 다음주 월요일 업데 때 공지 될 거 같은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독자들이여 딴지가 책을 낼 예정이다. 근데 조건이 있다. 니덜이 정기구독료를 미리 보내줘서 책을 만들 돈이 되면 <월간 딴지(가칭)>가 창간된다. 그러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미리 돈을 입금하라’

허걱! 결국 <월간 딴지> 창간의 조건은 딴지독자들이 보내주는 돈이 책을 출간할 정도로 모이면 출판이 되는 거고 안되면.. 쪽팔리지만 그동안 받은 돈 다시 돌려주고 <월간 딴지> 창간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다. 결국 책 출판할테니 돈 달라는 얘기.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방법만 바뀌었지 자발적 유료화나 진배가 없는 거다. 그것도 조건부.

딴지의 경영상 한계는 바로 이것이다. 너무 즉흥적이며 독자를 너무 믿는다는 것. 고기의 종류에 따라 보기좋은 미끼를 던져놓고 낚을 생각을 해야하는데 언제나 독자의 충성도만을 믿고 미끼를 던지기는커녕 고기가 와서 낚이길 기다리고 있다. 대체 어느 세월에 낚을려고…

물론 다행히 많은 독자가 <월간 딴지> 출간에 호응을 해줘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모 그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방법이 잘못 됐다. 오프라인 잡지가 된다는 것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닌 앞으로 딴지의 오프라인을 책임질 주력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 그런 프로젝트를 장기간의 준비없이 접속수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하루사이에 덜컥 결정해 버리다니, 지금 잡지 시장이 얼마나 포화상태인데 말이다.

<월간 딴지>의 출판이 떨떠름한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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