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마블’이라는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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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는 지난 2009년 12월 마블엔터테인먼트(이하 ‘마블’)를 인수했다. 2006년 픽사, 2012년 루카스필름까지 손에 넣으면서 디즈니는 워너브러더스, 20세기 폭스 등과 함께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6대 스튜디오로 급부상했다. 그중 마블의 인수는 디즈니가 이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로서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에 대한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영화 부럽지 않다

픽사, 루카스필름, 마블의 인수를 통해 디즈니가 얻은 수확은 각 회사의 성격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픽사에게서는 애니메이션의 첨단을 이끌었던 혁신의 이미지를, 루카스필름을 통해서는 <스타워즈>라는 시리즈의 역사를 취했다. 그리고 디즈니가 마블에 주목한 건 캐릭터였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8,000여개의 캐릭터 중 5,000여개에 대한 대한 소유권과 다른 영화사에 판권을 넘겼던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 등 캐릭터에 대한 향후 사용권이다. 마블은 <인크레더블 헐크>(2008)로 직접 영화 사업에 뛰어들기 전 대표적으로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을 각각 20세기 폭스와 소니로 넘겼었다.

디즈니가 마블의 인수와 함께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파라마운트로부터 그들의 로고는 남겨두는 조건으로 <어벤져스>(2012)와 <아이언맨3>(2013)의 배급권리를 넘겨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조치가 바로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을 되돌려 받기 위한 20세기 폭스와 소니와의 협상이었다.

2012년까지 데어데블에 대한 판권을 가지고 있던 20세기 폭스는 디즈니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기한을 연장하려 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데어데블의 새로운 콘텐츠 기획은 현재 디즈니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소니와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협상은 20세기 폭스와는 좀 다르다.

이는 마블 인수를 통한 디즈니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다. 소니로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모든 시리즈에 대한 캐릭터 상품 권리를 가져오는 대신 마블 영화의 참여권을 보장해준 것이다. 일련의 협상에서 보듯 디즈니는 영화보다 캐릭터의 사용 가치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조합의 수

디즈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의 개봉일정을 2015년 12월 18일로 확정하면서 2019년까지 매년 1편씩의 <스타워즈> 영화를 개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과 2019년 각각 에피소드 8,9를 격년으로 개봉하고 2016년과 2018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캐릭터를 독립시킨 스핀 오프를 선보일 예정이다. 루카스필름 하의 <스타워즈>가 영화 자체가 갖는 역사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디즈니 하에서의 <스타워즈>는 그 역사를 이어받되 개별 캐릭터의 독립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의 외연을 더 확장할 전략인 것이다.

<스타워즈>의 경우에서 보듯 디즈니의 마블 사용법은 캐릭터 활용의 극대화다. 마블로부터 넘겨받은 5,000개 캐릭터를 가지고 무궁무진한 조합의 수를 만들어 천문학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 할리우드 최고 스튜디오의 위치까지 점하려 한다. 안 그래도, 디즈니의 마블 영화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최근에 전해져 눈길을 끈다.

코믹북닷컴(www.comicbook.com)에 따르면, 3월 개봉을 앞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미국의 ABC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에이전트 오브 쉴드>(2013)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스토리라인이 꾸며졌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의 말을 인용하면, “마블의 모든 콘텐츠와 캐릭터는 같은 세계(universe)에서 존재한다”는 것인데 코믹북닷컴은 이에 덧붙여 <어벤져스> 시리즈와 소니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공존하는 세계가 멀지않았다고 예측했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가 캐릭터에 좀 더 방점을 찍은 사업인 만큼 마블의 세계관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캐릭터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마블 팬을 결집하는 건 마블을 앞세운 디즈니의 앞으로의 행보가 좀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출은 감독에게, 제작은 디즈니에게

그래서 디즈니 산하의 마블 영화의 전략은 기존의 마블이 선보였던 방식과는 좀 다르다. 단적인 예가 감독 선임일 텐데, 디즈니 시대 이전의 마블은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넣기 위해 소위 이름값이 떨어지는 연출자를 최우선적으로 영입했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를 연기했던 에드워드 노튼이 촬영 과정 중 사사건건 연출에 개입했다가 마블의 눈 밖에 나 속편에서 제외된 건 유명한 일화다.

마블 인수 후 디즈니가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는 히어로 영화는 <앤트맨>이다. 첫 번째라는 점에서 디즈니의 이후 마블 영화의 방향성을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영입한 감독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등으로 자기 색깔을 확고히 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루이스 리터리어, <아이언맨> 시리즈의 존 파브로와 쉐인 블랙, <퍼스트 어벤져>(2011)의 조 존스톤 등과 비교해 이름값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디즈니가 마블의 세계관과 같은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디즈니 나름의 색깔을 부여하는 머리 좋은 수이기도 하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디즈니는 개별 캐릭터의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해서는 감독의 개성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벤져스>와 같은 대규모의 슈퍼히어로가 모이는 영화에 대해서는 개별 캐릭터의 개성을 누르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더욱 살릴 수 있게 제작사의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디즈니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마블 영화의 전략을 세운 건 확실해 보인다. 디즈니가 마블(과 픽사와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건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창조해 최종적으로 더 ‘거대한’ 왕국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절대 꿈이 아니다. 요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의 대다수가 슈퍼히어로에서 나왔다. 그중 마블 캐릭터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마블이라는 날개를 단 디즈니 호랑이가 할리우드라는 밀림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3월호

2 thoughts on “디즈니, ‘마블’이라는 날개를 달다”

    1. 블로그에 올리지는 않았는데 디즈니 관련 더 많은 글을 썼다 ㅋㅋ 참, 이번 주 일요일에 진원이 보기로 했어. 같이 캐치볼 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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