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엣>(D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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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문화계에는 첫사랑과 관련한 작품이 자주 등장하는 추세다. 영화의 <건축학개론>, 드라마의 <사랑비>가 대표적인데, 이상빈 감독의 <듀엣> 역시도 첫사랑의 테마가 도도히 이야기의 기저에 흐른다. 독특하다면, 음악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영국 전역을 무대로 하며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서 중학생 소녀 현서를 연기했던 고아성이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뽐낸다는 것.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낸시(고아성)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켜줄 어떤 전환이 필요하다. 첫사랑과의 이별로 심난한 기분이지만 마음속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창조적으로 승화하고 싶은 기분이 굴뚝같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15일 일정으로 떠난 영국. 낸시는 여행사이트를 통해 만난 영국 청년 주드(제임스 페이지)의 가이드로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과 영국의 거리만큼이나 문화적으로 다른 낸시와 주드는 음악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간다.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점, 낸시가 만든 곡을 주드와 친구들이 편곡해줌으로써 음악으로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듀엣>은 음악영화로 기능하지만 이 작품은 귀보다 눈이 우선적으로 반응한다. 영국이라는 이국적 풍광이 이 영화가 내세운 음악의 태그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커버로 잘 알려진 애비로드, 록 페스티벌의 성지격인 글래스톤베리 등과 같은 잘 알려진 음악의 명소 뿐 아니라 스톤헨지, 스코틀랜드의 스카이 섬과 같은 압도적 스케일의 볼거리가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하는 것이다.

그런 신비로운 풍광 위로 요조, ‘무중력 소년’의 김영수 등이 작업하고 고아성이 직접 부른 주제곡 ‘Nobody Knows, Light On My Shoulder’이 흐르면 그야말로 한 편의 음악영상이 된다. 왜 아니겠는가, <듀엣>을 연출한 이상빈은 뮤직비디오 출신으로, 음악과 이미지의 결합에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연출자다. 다만 그런 의문을 표할 수는 있겠다. 이미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2시간여의 영화와 5분여의 뮤직비디오는 관객을 매료시키는 언어와 방식에 있어서 다르지 않느냐는. <듀엣>으로 이 질문을 한정한다면 답변은, 그렇다.

<듀엣>은 현실에 뿌리 둔 설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보다 뮤지션, 역국, 타지에서 만난 멋진 남자(실제로 주드를 연기한 제임스 페이지는 전설적인 밴드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의 아들이다!) 등 많은 젊은 여성들이 꿈꾸고 열망하는 요소들로 판타지를 꾸미는 데 집중한다. 뮤직비디오였다면 5분여의 달콤한 영상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겠지만 영화에서는 다소 뜨악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사연과 이미지를 위해 무리한 설정을 이어가다보니 얄팍한 판타지를 2시간 동안 버텨낼만한 개연성이 부재하고 만 까닭이다.

모든 예술매체가 그렇듯 영화 역시 눈과 귀 외에 가슴을 건드려야 긴 생명력을 갖는다. 만약 <듀엣>이 오래 기억된다면 그것은 고아성의 본격 성인 연기라는 점에서일 테다. 그녀는 상영 내내 영어로 대사하고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낸다. 단, 고아성의 연기는 영화만큼이나 하늘로 붕 떠있어 감정이입하기 힘든데 앞으로 연기생황에서 <듀엣>이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상빈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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