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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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화자는 서른네 살의 엄마 미라와 아빠 대수를 둔 열여섯 아들 아름이다. 미라와 대수가 열일곱 어린 나이에 아름이를 가졌던 거다. 근데 이 아이, 어리지만 선천성 조로증 때문에 신체 나이는 여든 살에 가깝다. 죽음이 멀지 않은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아들이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며 청춘을 다 바쳤다. 그러다 보니 미라와 대수에게 청춘은 곧 잃어버린 무엇이다. 아름에게는 경험하지 못할 그 무엇이다. 그래서 아름이는 부모님의 청춘을 복원코자, 그 자신은 청춘을 대리 경험하고자 미라와 대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준비하니, <두근두근 내 인생>은 아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다.

아름이가 엄마와 아빠에 대해 쓴다는 것은 자신의 기원에 대해 밝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시 말해, 이들 가족은 서로에게 보완재이지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보호받는 관계는 아니다. 부모이지만 여전히 앳된 모습을 간직한 미라, 대수와 나이는 어리지만, 또래보다 속이 깊은 아름이는 가족이라는 하나 됨 속에서 어느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러니 이들 가족에게 현재의 삶은 기쁨으로 충만할 수밖에 없고 아름이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영화의 막바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아름이의 죽음이 가지고 올 이들 가족의 이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아들이 부모에게 선물한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으로 대수와 미라는 잃었던 청춘을 되찾게 되고 아름은 직접 쓴 소설로 자신의 청춘을 갖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들 가족 모두에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그 상황이 조성하는 숭고함은 관객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한다. 슬픔이 기쁨으로, 일상이 특별함으로 승화되는 이들 가족의 사연을 다루는 데 있어 이재용 감독은 넘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의 연출을 통해 원작 소설이 지닌 정수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맥스무비
(20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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