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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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시리즈는 미국 내 소수자의 역사를 극에 적극 끌어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엑스맨>(2000)과 <엑스맨2>(2003)에서의 찰스 자비에와 매그니토의 관계는 흑인 인권 신장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과정에서 각각 비폭력과 폭력을 앞세운 마틴 루터 킹과 말콤X의 대립을 연상시킨다. 또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1960년대 당시 구(舊)소련의 쿠바 핵무기 배치와 이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2023년, 즉 미래를 배경으로 오프닝을 열지만 일종의 시간 여행을 통해 1973년으로 돌아간다. 극 중 1973년은 케네디 암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젊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가 미 국방부 펜타곤에 수감된 지 10년째이면서 볼리바 트라스크(피터 딘클리지)가 베트남 전 해결을 위해 각국의 국방부 수장들이 모인 파리 회담에서 돌연변이 제거를 주창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매그니토도 트라스크 박사도 아닌 레이븐, 바로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원안을 낸 매튜 본)이 미스틱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얼굴 마담 격으로 내세운 이유는 당시의 미국 내 정치 사회적인 변화와 관련이 깊다. 1970년대의 미국은 베트남 전을 일으킨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던 가운데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권 신장이 활발히 이뤄지던 때였다.  

매그니토는 수감 중이고 젊은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하반신 마비로 실의에 빠져 있는 동안 돌연변이 동료들이 트라스크 사의 실험에 의해 희생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트라스크를 죽이기로 결심한 미스틱은 홀로 파리의 회담장을 찾는다. 그리고 돌연변이 제거 계획을 발표하는 트라스크를 미스틱이 공격하자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이 배경으로 카메라에 잡힌다.

가슴을 풀어헤친 자유의 여신이 바리케이드 위에서 시민군을 이끄는 그림처럼 온 몸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미스틱은 탁자 위에서 트라스크를 위협하며 울버린(휴 잭맨)을 비롯해 주변의 남자들을 압도한다. ‘나를 따르라!’ 과연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기였던 만큼 이에 착안한 브라이언 싱어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그림을 빌려 미스틱으로 대변되는 시대의 공기를 재치 있게 담아낸다.

맥스무비
(201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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