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Jag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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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헌트>의 시작은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셀레브레이션>(1998)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가장 각광받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기작을 물색하던 중 아동 학자를 만나 아이들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였기에 적당한 시점을 고르던 감독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관련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루카스는 작은 시골 마을 유치원의 남자 교사다. 아내와 이혼 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꽤 안정적이 되었다. 친한 친구들이 이웃해 있고 유치원 일도 적성에 맞으며 여자 친구도 막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사건이 터진다. 유치원생인 클라라가 루카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 기분 상한 클라라가 늘어놓은 거짓말을 어른들이 믿으면서 루카스는 주민들로부터 매장당하기에 이른다.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아이들이 선이라는 어른들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가한다.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모를 만큼 순수하지만 클라라의 거짓말에는 일말의 악의가 숨어 있다. 짝사랑하는 루카스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생각해 해코지한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어른들에게 루카스의 항변이 통할 리가 없다.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겁을 먹은 클라라가 루카스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엄마 왈, “너의 무의식이 끔찍한 기억을 차단한 거란다.”

어떻게 보면 믿기지 않는 전개이지만 이건 영화가 만들어내는 허구가 아니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감독은 관객들마저 루카스를 의심하게 만드는 쪽으로 형식을 갖고 가지 않는다. 클라라의 거짓말이 어떻게 마을 주민들로 하여금 루카스의 인권을 파괴하는지를 노골적으로 펼쳐 보이는 데 주력한다. 그럼으로써 사회라는 공동체를 지탱하고 있는 우리의 이성과 상식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폭로한다. 그런 상황에서 루카스의 처지는 영문도 모른 채 잔인한 사냥꾼들에게 둘러싸인 연약한 짐승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로부터 영화는 1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루카스가 주민들과 잘 어울리는 걸 보니 사건이 잘 무마된 듯 보인다. 옆에서는 루카스 아들의 성인식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성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런데 아들이 받은 선물은 다름 아닌 사냥총이다. <더 헌트>는 성인이 된다는 게 단순히 아이의 꼬리표를 떼는 행위로 본다. 어른은 몸만 컸지 불완전하기는 아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루카스는 정말 면죄부를 받은 걸까? 영화는 누군가가 숲에 들어간 루카스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movieweek
NO.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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