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크랜드>(Park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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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미국 역사의 최대 비극으로 남아 있다. 저격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곧 이은 죽음으로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지만 미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은 여전하다. 피터 랜데스만 감독이 연출한 <더 파크랜드>는 JFK가 댈러스에서 카퍼레이드 도중 암살당한 뒤 ‘파크랜드’ 병원으로 옮겨져 벌어졌던 3일간의 뒷얘기를 다룬다.  

1963년 11월 22일, 총격을 입은 JFK가 파크랜드로 이송되어 온다. 레지던트 카리코(잭 애프런)는 희미한 맥박을 희망삼아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죽음을 막지 못한다. 대통령의 모습을 담겠다며 8m 촬영기를 들고 갔다가 저격 순간을 포착한 자프루더(폴 지아마티)는 이 필름을 확보하려는 FBI와 언론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로버트 오스왈드(제임스 뱃지 데일)는 동생이 저격범으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의 시선이 두렵기만 하다.

<더 파크랜드>는 JFK의 암살을 소재로 취하되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더 집중한다. 이보다 훨씬 앞서 올리버 스톤은 <JFK>(1991)에서 냉전시대였던 당시 평화를 모색하려던 케네디를 곱지 않게 바라보던 미국 군산복합체의 음모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와 비교하면 피터 랜데스만 감독의 접근법은 꽤나 얌전해 보일 정도다. 리 하비 오스왈드가 위험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던 FBI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죽였다는 암시가 있긴 하지만 이 마저도 주변 인물의 반응 정도의 수준에서 묘사될 뿐이다.

피터 랜데스만은 암살의 배후를 추적하는 대신 그의 죽음이 주변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JFK와 리 오스왈드의 죽음이 각각 어떻게 묘사되는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JFK의 경우, 총격 후 파크랜드로 이송되어 치료 중 사망하고 관 속에 들어가기까지가 상세히 묘사된다. 그 때문에 관여된 사람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이들의 옷에는 하나 같이 JFK가 흘린 피가 흥건히 묻어있다. 특히 의사나 경호원, 수행 정치인들이 모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 보니 붉은 피가 더욱 선명하게 그 충격을 각인한다.  

그에 반해 리 하비 오스왈드는 감옥으로 이감 중 저격당하는 순간이 조그만 TV 화면으로 짧게 묘사된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파크랜드에 이송되어 JFK를 돌봤던 의료진들에게 치료를 받게 되는데 소량의 피만이 이들에게 흔적을 남길 뿐이다. 이는 <더 파크랜드>가 취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JFK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일 것이다. 리 하비 오스왈드 자신의 주장대로 미국 정부의 비밀요원이었건, 워렌위원회의 보고서대로 단독 범행이었건 온전한 진실은 증발해 버린 채 JFK를 향한 사람들의 감정만이 파노라마가 되어 신화를 견고히 할 뿐이다.

<더 파크랜드>의 의미를 굳이 따진다면 JFK 신화에 한 몫 하는 감정의 한 결 정도가 아닐까.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건 2013년. 2013년은 JFK가 죽은 지 정확히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JFK와 관련한 영화, 소설과 같은 각종 상품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JFK의 암살과 관련한 진실을 정확하게 알린 상품은 단 한 종도 없었다. <더 파크랜드>는 <역사 다시 불러오기 :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를 원작삼아 고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재현을 명목삼아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전시하는 쪽에 가깝다. <더 파크랜드>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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