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트리>(Th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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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파스코가 쓴 <나무 속의 우리 아버지>를 영화화한 줄리 베르투첼리 감독의 <더 트리>는 이별에 대한 영화다. 던의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진다. 가정적인 남편이자 네 아이의 아빠였던 피터가 딸 시몬을 트럭에 태우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심장마비에 걸려 사망한 것. 그중 유달리 아빠를 따랐던 시몬은 집 바로 옆 무화과나무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듣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부터 시몬은 이 나무 곁을 떠날 줄 모르고 던 역시 거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로 인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던은 일자리를 찾던 중 조지라는 남자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빠를 잊지 못하는 시몬은 엄마가 못마땅하기만 하고 던은 그런 딸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더 트리>의 특별한(?) 나무의 존재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던의 가족의 마음의 안식처로 기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만 이들 가족이 좀 더 현실적으로 돌아와 이 나무와 이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빠의, 남편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 주인공 가족은 나무를 지키려하지만 상황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 던은 조지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며 가족을 이끌지만 시몬의 성화로 어쩔 수없는 이별을 택하고 거대한 뿌리가 옆집의 경계를 넘어 미관을 해치는 등 이들 가족의 새 출발이 방해받고 급기야 이웃으로부터 고립당하는 지경에 몰리는 것이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건 시간의 문제다. 영화는 이들의 삶에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미는 대신 일정 정도 떨어져 응시하는 쪽을 택한다. 무리한 사건을 개입시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보다는 가족들 각자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설정만으로 극을 끌고 가겠다는 감독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더 트리>는 줄리 베르투첼리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데뷔작 <오타르가 떠난 후>(2003)가 칸영화제 비평가 부문의 대상을 수상하고 <더 트리>가 2010년 칸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을 만큼 줄리 베르투첼리는 동시대 기억해야 할 감독의 이름으로 손색이 없다. 던 역의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안티 크라이스트>(2009)에서와는 전혀 다른 외유내강형의 연기를 펼치고 200:1의 경쟁력을 뚫고 시몬 역을 거머쥔 몰가나 데이비스는 첫 출연답지 않은 능란함을 과시한다.

movieweek
NO.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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