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는 도심 테러를 TV 생방송으로 중계한다는 설정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김병우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35억의 제작비 치고는 심정적으로 느껴지는 스케일이 꽤 크다. 마포대교 폭발 장면의 예에서 보듯 재난영화의 흐름을 따르면서 이를 라이브로 중계한다는 극 중 설정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이와 같은 다양한 면모를 좁은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윤영화(하정우) 앵커 홀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는 연극적인 성격도 짙다.
<설국열차>라는 초(超)기대작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더 테러 라이브>는 올 여름 꽤 전복적인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정우라는 배우를 제외하면 크게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더 테러 라이브>가 이 정도의 만듦새를 보여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미국 영화계를 이끌었던 ‘아메리칸 뉴 시네마’가 안겼던 충격에 버금갈 만하다. 다양한 장르적 성격을 담보한 높은 완성도도 물론이지만 <더 테러 라이브>가 내세우는 메시지는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가 넘쳐나는 작금에 전위적인 데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주의!) 홍보 단계에서 ‘테러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 영화에서 윤영화를 협박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인물은 우리 사회의 약자에 속한다. <더 테러 라이브>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약자들의 요구가 기득권층에게 어떻게 묵살당하고 범죄 행위로 변질되는지를 이야기의 핵심 삼아 사회 비판 드라마로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에는 1%를 향한 99%의 진짜 속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지만 선악의 개념이 완전히 붕괴되는 마지막 장면의 충격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을 정도인 것이다.
맥스무비
(20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