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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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하정우다. 탄탄한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까지 보장되는 그야말로 ‘국민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런 하정우의 위상을 반영하듯 <더 테러 라이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다름 아닌 ‘국민 앵커’ 윤영화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윤영화는 생방송 도중 협박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자신과의 통화를 방송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것. 장난전화로 치부한 윤영화는 이를 무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정말로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충격도 잠시, TV 뉴스 앵커 자리에 복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윤영화는 신고도 미루고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단독으로 생중계하기에 이른다.  

뉴스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앵커는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한 자리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윤영화는 시청자 선정 앵커 선호도 1위, 가장 영향력 높은 언론인 등으로 소개가 된다. 이는 하정우를 바라보는 영화계와 팬들의 평가와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충무로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가 하정우에게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감독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배우다.

올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평가받는 <설국열차>가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등 다국적 멀티 캐스팅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것에 반해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단독 주연작이다. 시나리오의 70% 이상이 윤영화의 대사로 이뤄져 있고 상대 배우 없이 혼자서 10분 이상을 떠들어야 하는 장면도 상당수라 연기력 뿐 아니라 흥행력을 겸비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면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더 테러 라이브>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은 “원맨쇼를 펼치더라. 하정우의 연기를 보면서 과연 어떤 배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극 중 윤영화는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의 역할을 넘어선다. 테러범의 요구를 생중계하면서 ‘밀당’을 벌이는 협상전문가이면서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를 쓰는 수사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테러 라이브> 같은 종류의 영화는 배우에게 위험한 도전의 성격이 짙다. 극 중 배경이 좁은 스튜디오로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책상에 앉아 진행하는 앵커라는 직업의 성격상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범위가 상체, 즉 얼굴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한 공간에 갇혀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대신 “얼굴 표정과 같은 디테일한 연기 변화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안 그래도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천변만화하는 표정을 목격할 수 있는 드문 영화이기도 하다. 협박범의 전화를 장난으로 오인한 윤영화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TV 앵커의 복귀 조건을 놓고 보도국장과 물밑 거래를 할 때 그의 표정에는 비열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테러범의 협박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롭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에는 당혹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인터넷상에서 하정우는 오로지 ‘먹방’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필모그래프를 살펴보면 다양한 장르가 x축을, 다종한 캐릭터가 y축을 형성한다. x축에는 뮤지컬(<구미호 가족>(2006)), 스릴러(<추격자>(2007)), 스포츠(<국가대표>(2009)), 멜로(<러브 픽션>(2011)), 액션(<베를린>(2012)) 등이, y축에는 군인(<용서받지 못한 자>(2005)), 호스트(<비스티 보이즈>(2007)), 조선족(<황해>(2010)), 조폭(<범죄와의 전쟁>(2012)) 등이 포진하며 무성한 분산형의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다.

배우로서 하정우가 가진 다양한 면모는 <더 테러 라이브>에 캐스팅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김병우 감독이 생각하는 윤영화 역의 배우는 하정우가 아니었다. 몇몇 후보들이 있었지만 연기의 폭이 넓지 않아 점잖은 앵커 역할에만 충실할 것 같은 생각에 감독은 하정우를 최종적으로 낙점했다. 또 하나. 김병우 감독에게 <더 테러 라이브>는 데뷔작이다. 영화는 촬영현장에서 워낙 변수가 많은 매체라 신인감독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메워줄 수 있는 배우의 존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배우를 앵커라고 했을 때 생방송 중 벌어지는 돌발사건에 가장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일 텐데 하정우의 연기 순발력은 또래 배우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김병우 감독의 말에 따르면, “내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더 많이 캐릭터를 해석했다. 현장에서 처음 보는 제스처나 대사들을 발견할 때마다 짜릿했다.” 한마디로 <더 테러 라이브>의 윤영화는 하정우가 가진 배우의 능력이 총망라된 캐릭터라 할 만하다. 그것이 앵커가 가진 재능, 신뢰와 믿음, 그리고 순발력이라는 자질과 부합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정우의 연기야말로 <더 테러 라이브>가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live) 스펙터클인 것이다.

시사저널
NO.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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