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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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간이 남아도는 까닭에, 그렇다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소파에 몸뚱이 파묻고서는 TV채널 돌려 보는 게 일과다. 오락하듯 TV리모컨 버튼을 누르다보면 이상하게 유독 자주 걸리는 프로가 있는데 내게는 <세바퀴>와 <남자의 자격>이 그렇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출연자들이 18금에 가까운 말투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좌중을 압도하는데 그거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그중 유현상과 김태원의 활약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둘은 각각 왕년에 한국의 록계를 주름잡았던 백두산과 부활의 리더이자 당시 3대 기타리스트를 꼽으면 반드시 들어가는 이름이었고, 그래서 카리스마도 굉장히 넘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근데 과거의 탈을 벗고 망가지는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다. 유현상의 “좋게 봤는데 말이야”와 말끝마다 추임새처럼 “~에!”하고 말꼬리를 올리는 김태원의 말투는 반짝 유행하기도 했을 정도다.

거 참 세월도 무상하여라, 재미있게 보는 한편으론 왕년의 카리스마들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더랬다. 그래서 추론해 본 결과, 이들이 기러기 아빠여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게 됐다. 유현상의 경우, 한때 만인의 비웃음을 샀던 트로트 가수로의 전향이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가장의 눈물겨운(?) 가족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김태원은 필리핀에 있는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술로 보내는 게 낙이라는 요지의 고백을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됐다.

혼자 지내본 사람은 잘 알 텐데(ㅜㅜ) 텅 빈 집안에서 오랫동안 지내게 되면 대화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커진다. 급기야 TV를 벗 삼아 이야기하는 건 예사고 <중경삼림>의 양조위처럼 비누와도 대화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 외로움이 결국 이들을 예능 늦둥이로 데뷔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이다. 집에서 할 일 없이 소일하거나 술로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 방송에 출연해서 돈도 벌고 그동안 못했던 대화도 실컷 하는 것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도 줍고 일석 이조의 시간, 좋잖아~

정말 요즘 예능 프로그램 보고 있으면 기러기 아빠의 전성시대라는 말을 실감한다. 유현상, 김태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광기, 김흥국, 지석진, 배동성 등등 진짜 눈에 밟힐 정도다. 프로그램에 나와서 웃고 떠들고 까불면서 티는 안내지만 그런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짜~한 게 느껴진다. 그래서 막상 TV를 재미있게 보다가도 씁쓸해 지는 게 과연 가족을 위한 게 무엇인지, 자식을 위한다며 그렇게 떨어져 사는 게 옳은 건지 내가 괜히 회의가 밀려올 정도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인 소통부재는 비단 MB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회 곳곳에서 소통이 부족한 순간을 자주 목격한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데 가족의 소통부재가 만연한 사회에서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로 느껴진다. TV속에서 맹활약 중인 기러기 연예인들은 그런 징후의 대표적인 사례다. TV 속의 그들이나, 집에 틀어박혀 TV나 보고 있는 나나, 우리 모두 대화가 필요해~   일러스트 허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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