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출몰한 <괴물>, 반응도 괴물급



<괴물>이 중국과 미국에 출몰했다. 중국에선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까지 차지했다. 미국에선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대륙을 강타한 <괴물>,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정리한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뉴욕과 LA를 비롯한 전미 71개관에서 개봉한 <괴물>은 첫 주 박스오피스 23위를 기록했다.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20개 도시의 제한적인 상영이었다는 점과 극장 평균수입이 4,429달러로 비교적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무엇보다 개봉을 전후해 속속 나오고 있는 미국 언론의 리뷰가 호평 일색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 가운데는 “최근 본 가장 만족스러운 괴수영화“ ”고전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위대한 영화“라는 극찬까지 있다.


“195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고지라> 또는 <로저 코먼의 괴물 게의 공격 Roger Corman’s Attack of the Crab Monsters>과 같은 괴수영화와 닮았다”는 릴닷컴(www.reel.com)의 언급처럼 대부분의 현지 언론들이 <괴물>과 할리우드 B급 괴수영화와의 유사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다는 게 우리로선 먼저 눈길을 모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봉준호 감독의 접근법이 차별성을 확보할 만큼 영리하다고 평가하며 장르의 진화적인 측면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괴물>을 평범한 공포영화와 차별화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설정뿐만 아니라 이를 제대로 풀어가는 연출력의 힘”이라며 이것이야말로 “한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라고 평했다.

미국의 모든 영화리뷰가 총망라돼 있는 로튼토마토닷컴(www.rottentomato.com)에서 <괴물>의 신선도가 93%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살론닷컴(www.salon.com)의 경우, <괴물>에 쏟아지는 지나친 찬사가 거북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살론닷컴은 그러나 그것이 영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며 “휴머니티와 영화적인 힘, 그리고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그 어떤 요소에 있어서도 <괴물>은 동시대의 호러영화 중 가장 빛난다”는 상찬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이 문제라고? 하하! 서울에는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는 재치 있는 제목으로 말문을 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을 예로 들며 “TV 뉴스 때 브라운관 하단에서 흘러나오는 자막처럼 사회적인 언급으로 가득 차 있는 <괴물>은 긴장감이 넘치는 B급영화이자 호러영화인 동시에 이 장르에서 오랜 세월 동안 토론과 논쟁, 해석이 거듭될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며 입체적으로 구성된 영화의 다층적인 메시지를 높이 샀다.

<괴물>이 취하고 있는 반미적 설정에 대해서도 현지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또 하나의 장점으로 떠받드는 분위기다. 살론닷컴은 “철옹성처럼 뻣뻣한 미군기지와 이에 아첨하는 한국정부를 통쾌하게 풍자하고 있다”고 칭찬했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한미 양국에 대한 부조리한 관계를 논리적으로 이끌어내지 않는 대신 재기 넘치면서 은근한 방식으로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미국 언론은, <괴물>이 기존의 괴수물이 가지고 있던 익숙한 공식을 배반하고 스스로가 장르의 공식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초반 20분 사이에 봉준호 감독은 공포영화 제작지침의 기초(the first lesson in Horror Filmmaking 101)를 부정한다. 괴물의 모습을 감칠맛 나게 보여주며 관객의 애를 태우는 할리우드의 뻔한 괴수물과 달리 영화 초반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는 대낮의 한강에 괴물을 풀어 놓는다”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서서히 진행되던 이야기가 괴물의 출현으로 갑작스럽게 공포감에 휩싸이는 방식이 봉준호 감독의 장인다운 연출력 속에 다양한 템포로 변주되며 진행된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릴닷컴은 “영화가 줄 수 있는 모든 장르적 재미를 주면서도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감정적인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전하면서 “<괴물>은 상영시간 내내 어딘가 나사가 빠진 가족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심지어는 가족 중 한 명인 막내 현서(고아성)가 괴물에게 납치되기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며 강두(송강호) 가족의 반(反)영웅적인 면모가 영화에 미치고 있는 특수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호의적인 평가로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현지 언론들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을 스티븐 스필버그와 비교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봉준호 감독은 굉장히 눈에 익은 속임수를 구사하고 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재능이 뛰어나다”며 고전적인 연출력의 효과를 높이 사고 있다. 릴닷컴은 “스필버그처럼 봉준호 감독 역시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을 하는 데 있어 한 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액션 장면은 최소한의 시간 동안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두 감독의 꼼꼼하고 경제적인 연출력의 유사함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 가운데는 “<괴물>은, 거대한 뇌를 가진 해빙된 외계인이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묵시록적 경고를 전하는 영화(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을 지칭하는 듯)처럼 요즘 미국 극장가를 어지럽히는 평범한 스플래터 무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강두 가족을 “한국에서 온 <미스 리틀 선샤인> 가족들”이라고 묘사한 살론닷컴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비유처럼 자연재앙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과 <괴물>을 비교한 ‘뉴욕타임스’의 리뷰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큰 스크린으로 보는 앨 고어의 강의처럼 <괴물>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담보한 자연훼손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와 큰 재앙으로 괴롭힐 것임을 경고한다”며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도.


이 같은 호의적인 리뷰가 대거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괴물>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는 리뷰는 주로 정치색이 짙어 순수오락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쪽과 어색한 결말부의 특수효과 장면에 그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릴필름(www.reelfilm.com)은 “오락적인 이야기가 정치적인 상황으로 치중될수록 지루해진다”며 감독의 정치성향을 꼬집었고, ‘인디펜던트 크리틱스닷컴(www.independentcritics.com)’은 “특수효과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뛰어나지만 괴물이 불에 타는 장면만은 예외”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호평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 <괴물>은 개봉 2주차인 3월 23일을 맞아 볼티모어, 밀워키와 같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개봉관을 늘려갈 예정이다. 한편 <괴물>의 제작사 청어람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보다 하루 이른 지난 3월 8일 중국에서 <한강괴물(漢江怪物)>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한 <괴물>은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역대 한국영화 중 최대 규모인 250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520만 위안, 우리 돈 약 6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시장인 미국과 중국 박스오피스까지 넘보는 한강 괴물의 활약, 우리로선 기분 좋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FILM2.0 327호
(2007.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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